[경남=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거제시 고현동 ‘바다속으로’<사진> 횟집에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굶주림에 지친 모습으로 먹이를 구하러 수족관을 습격했다.
한 달 전부터 수족관 고기가 사라지는 것을 수상히 여긴 횟집주인(김기석 남 47세)은 수달이 고기를 훔치는 것을 보름 전에야 목격하고 쫓기도 했지만, 수달의 습격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근에 있는 고현천(2급하천)에서 올라오는 수달은 고현항매립공사로 인해 먹이가 부족해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수족관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고현항 매립공사 환경영향평가에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낙동강유역환경에 제출해 허가를 득했다.
이전부터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는 근거가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음에도 허가에 방해가 되는 ‘수달’의 서식을 감춘 것이다.
뒤늦게 수달의 서식을 확인한 고현항매립사업자 거제빅아일랜드피에프브이는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에 의뢰해 ‘고현항일대 수달 정밀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어 지난 3월 최종보고서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제출됐다.
보고서가 제출은 됐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비롯, 거제시·문화재청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달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라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이른바 ‘수달 횟집습격사건’은 시행처인 거제시와 민간사업자 거제빅아일랜드의 도덕적 문제로 비하되는 형국이다.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의 출연은 보호대책이나 이주 등 대안 없이는 고현항매립 사업진행이 불가능하기에 애당초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 기관에서 사업자의 입맛대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가며 수달 등 멸종동식물에 대한 보호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횟집 주인 김기석 씨는 “관련기관에 전화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수달과의 동거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 이제 안 오면 걱정이 된다”면서 “별도의 수족관에 물고기를 넣어두어 굶지 않게 하고 있다. 매립공사로 먹이사냥터를 잃어버린 수달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여러 방송매체에서 수달횟집습격사건을 방영했음에도 불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답했다.
문화재청 멸종동물관계자는 “거제시에 수달이 굶주려 횟집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훔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거제시와 환경단체 전문가들로 실사단을 구성해 빠른 시일 내에 현장 실사 후 향후 대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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