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없이 섹시콘셉트로 수익 올려…하룻밤 7000만원 아이템 선물 받기도
중국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롱주 TV에서 한국인 여성 BJ 방송 이벤트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BJ들도 중국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내 한국 BJ 수요와 공급, 환경, 삼박자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먼저 현재 연예인을 앞세운 한류 열풍에 이어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 패션, 놀이 등 일명 ‘K-Style’에 흥미를 느끼는 젊은 중국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 K-Style을 빠르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대부분 1인 방송 제작자인 BJ가 맡고 있다.
또한 중국 방송 콘텐츠는 대부분 게임, 오락에 치중해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패션, 음식, 뷰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 BJ들이 중국 시청자들에게 보다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포화상태인 한국 인터넷 방송‧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BJ들에게도 중국은 ‘새로운 무대’다.
여기에 최근 중국 인터넷 방송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장을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사업진흥원의 ‘중국 1인 방송 시장 현황‘ 보고서를 보면, 중국 리서치 전문기관 이꽌즐쿠(易观智库)는 2016년 중국 내 온라인 1인 방송시장이 약 100억 위안(약 1조 8164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이미 수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150억 위안(약 2조 7000억 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방송 시청자 역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현재 베이징에만 YY Inc, 롱주TV, 바이두, 판다TV, 시나닷컴, 도우위TV 등 30여 개 인터넷방송 기업이 있는데, 특히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YY Inc(이하 YY)의 경우 회원 수만 10억 명이 넘고 월간 실 사용자 수는 1억 2200만 명에 달한다.
YY 홈페이지를 보면 인기가 많은 한국 BJ는 방송 때마다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려든다. 실제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한 여성 BJ는 지난 7월, 방송을 진행하는 3시간 동안 대부분 의자에 앉아 과자를 먹고 있었는데도 10만 명의 네티즌들이 몰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천금으로 미인의 웃음을 사다
한국 BJ들의 중국 진출을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앞서의 ‘삼박자’보다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잘만하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 인터넷 방송시장의 BJ 수익 규모는 국내와 차이가 있다. 중국도 한국 아프리카TV의 ‘별풍선’처럼 시청자들이 BJ에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현금으로 환전이 가능한 가상 아이템)을 사용하는데, 개당 가격은 평균 1위안(약 170원)부터 500위안(약 8만 3000원)까지 다양하다. 한국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은 개당 60~80원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인터넷방송이 BJ에게 훨씬 유리하다.
중국 인터넷 방송국이 BJ와 나누는 수익 배분율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보통 6 대 4의 비율로 나누지만, 중국은 5 대 5다. BJ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인기 BJ는 수익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가 있는 방송국도 있다. 여기에 한국과 같이 방송 시간 동안 화면에 광고를 달거나 유튜브(You-Tube)에 광고를 붙인 방송 영상을 올려 얻는 수익까지 포함하면 BJ가 가져가는 수익은 더 올라간다.
여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부호가 상당한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증명하듯 중국에서 유래되는 ‘천금으로 미인의 웃음을 사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스포츠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한 여성 BJ는 지난 3월 중국 부동산재벌기업 2세인 왕쓰총과 중국 스타 BJ로부터 하룻밤에 7000만 원이 넘는 아이템을 선물받았다. 당시 중국 스타 BJ가 먼저 거액의 아이템을 선물하며 방송을 보던 왕쓰총을 도발했고, 왕쓰총 역시 질세라 거액을 선물하며 경쟁이 벌어졌다.
# BJ 육성 업체도 등장
앞서의 사례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BJ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인터넷방송 전문 매니지먼트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어 교육부터 아이돌 기획사처럼 트레이닝을 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여기에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중국 진출할 한국 BJ를 찾는다’는 광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구인업체들은 일단 여성들을 모집해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뒤, BJ와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본 월급을 제시하고, 이후 방송에서 내는 수익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식이다. 개인 BJ와 업체까지 등장하며 중국 진출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BJ가 자극적인 ‘보여주기 식’ 방송으로 논란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속옷과 다름없는 옷을 입은 채 춤을 추는가 하면, 음식을 먹는 방송인 ‘먹방’을 할 때는 야릇한 표정과 입술 모양으로 시청자를 자극하는 식이다.
이러한 방송을 하는 BJ는 특별한 콘텐츠나 전략 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중국어가 서툴거나 아예 불가능해 이처럼 보여주기 식 방송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결국 이들이 인기를 위해, 계약을 맺은 소속사에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섹시 콘셉트’다. 섹시 콘셉트를 활용하는 BJ들이 경쟁적으로 늘면서 수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 중국 정부 대대적인 규제 나서
경쟁적으로 섹시 콘셉트를 앞세운 음란물이 늘어나자, 최근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섰다. 실제로 ‘YY’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 BJ가 상하의를 다 착용했지만, 화장실에서 섹시댄스를 췄다는 이유로 방송 채널을 폐쇄당했다.
중국 인터넷 방송사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모니터링 요원을 늘려 생방송 중 BJ의 노출이 심하거나 야릇한 포즈가 포착되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등 검열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각 방송영상에 워터마크(콘텐츠 안에 삽입된 저작권 정보)를 표시하고, 방송 내용을 15일 이상 저장하며, 반드시 실명을 내걸고 활동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인터넷 방송이 자리를 잡는 단계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선정적인 요소만으로 팬들에게 어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BJ들처럼 단순히 수익을 노릴 게 아니라 진정한 콘텐츠 제작자로 활약하는 게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