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꽃길 깔아주는 법”…친박 외 모두 반대
최근 새누리당 이종배 의원을 중심으로 ‘전직 국제기구 대표 예우법’ 발의가 준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의 수혜자로 예상되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일요신문DB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국제기구 리더 꿈을 꿔야 한다. 제2, 제3의 반기문이 나와야 한다. 항상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말로만 떠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전직 국제기구 대표 예우법’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전직 국제기구 대표는 비서관 1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도록 했다. 또 예산 범위 내에서 경호와 경비는 물론 교통·통신․사무실 제공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0월 12일 현재 12명 의원들이 법안에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법을 ‘반기문 예우법’으로 부른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친박에서 대권주자를 내밀 사람이 없다. 반 총장밖에 없다. 전직 국제기구 대표가 누구겠나. 당연히 반 총장이다. 국가 차원에서 예우를 해주면 반 총장이 유엔을 떠나도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반 총장을 위해 꽃길을 깔아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친박 성향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반 총장의 충주중학교 후배다. 그가 충주시장에 재직했을 당시 반 총장의 충주 본가를 복원해 준공식을 치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직 국제기구 대표 예우법’을 공동발의하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다른 당직자는 “충청권 현역 의원들이 암암리에 모여 반 총장을 밀려고 하는데 ‘반기문 예우법’이 그 신호탄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친박을 위한 꽃길이 아니다. 13명 의원 중에 충청권 의원은 극소수다. 국민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활발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발의를 준비해왔다. 찬성 의원들의 성향도 다양하다. 충청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은 서울·경기 의원도 많고 비례대표 의원들은 물론 초선의원들도 많다. ‘반기문법’이라고 부르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반 총장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반 총장 측은 10월 6일(현지시간)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이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된 ‘전직 국제기구 대표 예우법’에 대해 이를 요청하거나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내 문제에 거리를 두었던 반 총장 측이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야권은 발끈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10월 4일 “허무맹랑한 시도를 그만두기 바란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가 어디 우리나라뿐인가. 어느 나라가 퇴임 사무총장을 위해 법안까지 만들며 우대한단 말인가.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박계도 ‘반기문 예우법’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다. 비박 성향의 한 당직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입장에선 감정이 상하는 일이다. 비박계 좌장은 김 전 대표다. 그런데 자꾸 새누리당 내 친박들이 반 총장을 띄우니까 김 전 대표는 짜증이 날 것이다. 반 총장이 많이 거론되면 될수록 김 전 대표는 희석이 된다. 아무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법안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놀랍고 부끄럽다. 줄을 서려고 하는 것인지 점수를 따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예우를 하려면 의원 본인의 돈으로 하든지. 왜 국민 돈으로 하려고 하느냐”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비박계 일각에선 ‘반기문 예우법’이 친박계의 대선기획용이라는 불편한 시각도 감지된다. 앞서의 비박 당직자는 “법안의 배후는 친박이다. 충청권 현역 의원 한 명이 반 총장을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선 후보로 영입하기 위한 기획용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배 의원 측은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참고해서 냈을 뿐인데 재를 뿌리고 있다. 좋은 법안인데 자꾸 논란이 생기니까 발의시기를 늦췄다. 사실 예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