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사드배치 찬성 단체에 평균보다 7배 넘는 지원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및 2016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이번 국회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는 최순실, 차은택 등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비선실세 비리 의혹이다. 이들 비선실세들로 구성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정부단체는 물론 대기업들의 ‘상납성’ 지원금 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역시 국민혈세로 이뤄진 막대한 지원금을 친정부 성향 단체에 집중적으로 지원했고, 감사원으로부터 지원금 부적정 사용을 지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혈세를 이용해 지원금 생색내기는 물론 정치적 줄세우기에 앞장서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형국이다.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은 720만 한인사회를 지원하는 외교부 산하 기관이다. 매년 세계한상대회를 주최하는 등 한인경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3년간 1400억 원의 예산을 운영하고 해외동포단체 지원금도 해마다 증가해 3년간 80억 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지원 내역이나 액수조차 공개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 국정감사 전에서야 공개하는 해프닝을 벌이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감사원 감사에서 주미대사관 소관 재외동포재단이 정부지원금 가운데 당초 목적과 다르거나 영수증 처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 2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재외동포재단은 자체법에 따라 재외동포 교류 활성화를 위해 재외동포단체에 대한 지원금을 교부하여 집행할 수 있다. 지원금을 교부받은 단체 등은 예산에 책정된 이외의 목적에 자금을 전용할 수 없으나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사전 승인을 얻은 때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따라서 재단의 지원금 집행 내역과 이사장 사전 승인 없이 목적과 다르게 집행할 경우 관리감독기관은 국가 예산 낭비 여부를 지도 감독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재외동포재단은 2013년 사업계획에 반영된 ‘이민 110주년 기념행사’가 무산되자 재단 이사장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예산을 자체사업에 포함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2~2013년까지 2년간 18개 단체에서 사전승인 없이 목적과 다르게 부당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부적으로는 단체 대표의 회식 및 골프경비 등의 개인경비로 쓰이거나 견학프로그램 비용을 인턴교육특강 강사료로 대신하기도 했다. 심지어 남북이산가족상봉 지원목적으로 받은 지원금을 총회를 겸한 통일기금 마련 명목의 골프장 사용료로 해당 금액을 사용하기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원금 집행 과정에서 회계증빙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실제로 더민주 설훈 의원이 재외동포재단 국정감사에서 미국대사관과 LA공관을 기준으로 지원금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친정부 성향 단체들에 대한 지원금은 평균 한 단체 지원금에 비해 약 7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받은 횟수도 2.8배가량 많았다.
재외동포단체 지원금은 2014년 24억 원, 2015년 30억 원, 2016년 8월까지 24억 원이 집행되는 등 증가 추세다. 더욱이 지난 10월 7일 폐막한 세계한인의날 10주년 기념식과 2016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재외동포센터 건립 등 재외동포단체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재외동포 지원 단체 선정 및 지원 규모 책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속에 자칫 국민혈세가 정부의 성과로만 비춰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줄세우기나 정부정책을 반영시켜 정부의 대외 이미지 반전카드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외동포센터 건립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82개국 한인회장과 연합회 임원 400여 명은 결의문을 통해 “차세대 민족교육의 산실이자 재외동포의 교류 구심점이 될 센터의 조속한 건립을 위해 가능한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세대 민족교육이란 의미가 정부의 국정교과서나 친정부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원금 집행 또한 앞선 특정 성향 단체들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를 반증하듯 720만 재외동포를 지원하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친박 핵심 관료로 분류되는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다. 주 이사장은 세계한인회장대회 환송사에서 “대회기간 동안 모국과 동포사회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논의된 내용들이 모국과 동포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에 논의된 모국과 동포사회 발전 방안을 적극 수렴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연합뉴스
한편, 재단의 동포단체 지원금 산정 및 절차 과정에서 공관원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다. 공관에 비협조적이거나 관련 공관의 눈 밖에 나면 지원금 신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국민세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또 다른 측근이나 실세들이 주도하는 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2의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