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침묵’ 월계동마저 흔들
▲ 판교 신도시 | ||
최근 부동산값 상승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 바로 ‘집값이 미쳤다’는 것이다.
금융중심지인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점심 때면 주식이 아닌 집값이 단골 화제로 등장한다.
증권사에 다니는 과장급 샐러리맨 양 아무개씨는 “상반기 전세값이 너무 급등해 지난 8∼9월에 동료 선후배들이 아파트를 많이 샀다”면서 “그때 동참한 사람과 그때 동참하지 못한 사람간에 희비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값 상승을 매매값 상승의 전주곡인 것을 깨닿지 못한 내가 바보”라고 자조했다.
이처럼 실의에 빠진 샐러리맨들의 어깨를 더 처지게 하는 것이 ‘평당 1억원설’.
서울 강남 대표적 중대형 아파트인 대치동 우성·선경·미도아파트의 45평형이 25억∼30억 원에 호가가 나오고 있다. 주상복합이 아닌 일반 아파트의 매도 호가가 평당 7000만 원에 육박한 것이다. 그 가격에 사고 싶으면 사고 아니면 말라고 집 주인들은 배짱을 부린다. 그도 그럴 것이 세금이 너무 많아 이를 팔아 30평형으로 갈아타면 손에 얼마 쥐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집값 폭등이 다른 때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과거 집값 상승은 강남권과 신도시 등 일부지역에 국한 됐다면 이번엔 강북은 물론 일산, 구리, 하남 등 서민들이 내집마련의 대상으로 삼는 곳이 동반 폭등했다는 것. 특히 일산과 구리지역의 경우 연초 평당 1000만 원대이던 집값이 최근 2000만 원을 호가해 서민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꼼짝도 하지 않던 강북 노원구 월계동 집값이 움직인 것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25평형대가 최근 일주일간 1000만 원 폭등했고 30평형대는 2000만 원 정도 올랐다. 집값 상승 무풍지대였던 월계동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에 안 오른 아파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자조어린 농담이기도 하다.
허탈한 서민들과 달리 강남권 ‘김여사’와 일부 선수들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11·3 대책으로 용적률 확대와 다세대와 다가구 건축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책을 내놓자 재개발이 가능한 연립·다세대가 사실상 동이 났다.
이들이 소위 ‘원 빌라’(원래부터 지분이 쪼개지지 않은 빌라)를 찾아 나서자 강남권 빌라 평당 지분이 최근 1000만∼2000만 원씩 올랐다. 연초 2500만∼3000만 원선에 거래되던 송파 거여·마천도 빌라는 최근 평당 4000만 원선을 넘어섰다. 송파 문정동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어떤 사모님은 오늘 다섯 채를 사야하는데 세 채밖에 못샀다고 타박까지 했다”고 털어 놓았다.
일본에서 사회초년생이 도쿄 시내에 집 사기를 사실상 포기, 2∼3시간씩 떨어진 지역에 집을 사듯이 서울 입성을 포기한 사회초년생이 내집마련을 노릴 만한 곳은 벌써부터 투기바람이 불고 있다. 강동 고덕동 S중개업소 사장은 “강동과 붙어 있는 하남은 물론 남양주 덕소까지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대지임대부 분양제’의 법제화에 나서 지난 9일에는 입법 공청회까지 열었다. 부동산문제의 근본 원인은 토지 불로소득, 즉 개발이익 때문으로 건물만 분양하고 그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토지는 임대할 경우 평당 500만∼600만 원대 이하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당시 공청회에서 “부동산 잡겠다던 노무현 정부가 오히려 부동산에 잡힌 꼴”이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