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박찬호’를 느끼다
그는 사실과 다른 기사, 기사 경쟁으로 인해 부풀려진 기사들로 인해 꽤 오랫동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친했던 기자들과 거리를 두기도 하고 그로 인해 마음 아픈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연연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일들로 인해 자신의 야구 인생이 뒤바뀌어지는 게 아니라고 믿었던 탓이다.
기사를 믿지 못하는 팬들에게 박찬호는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했다. 경기 결과와 내용도 소개하고 자신의 몸 상태나 부상 부위 등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 가끔은 팬들과 직접 채팅하면서 매스컴을 통해 부풀려진 박찬호가 아닌 인간 박찬호로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술, 담배를 못한다(와인은 약간 마신다고 고백했다)는 그에게 ‘범생이’ 이미지를 벗고 망가졌을 때의 모습도 말해 달라고 주문하자 생뚱맞게 “이성이 그리워서 울어본 적이 있다”는 말로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난 어떤 여인을 만날 것인가, 그 여인과 빨리 만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박찬호의 말에 그가 얼마나 평범한 행복을 그리워했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FA 시장에서 박찬호는 그 자신도 짐작했듯이 ‘평범한’ 대우를 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몸값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박찬호는 더욱 편하게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기자가 박찬호를 만날 당시 시애틀의 지역 언론에서 ‘박찬호를 이번 겨울 시애틀 매리너스가 영입할 만한 FA 선수 후보로 올려놓기를 바란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박찬호도 짐짓 싫지 않은 표정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이치로와 조지마, 후배 백차승과 함께 생활하면 훨씬 안정감 있는 또 다른 삶이 될 것이다.
박찬호는 아끼는 후배 이승엽이 올 시즌 요미우리에 남는 것도 조금은 아쉽게 생각했다. 하루 빨리 미국으로 건너와 한국에도 이승엽처럼 훌륭한 타자가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릇’이 크다는 것…. 박찬호를 통해 그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된 것 같다.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