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지율 2002년과 비교하지 말라”
▲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자신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첫 번째 주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 전 시장 공보팀은 밀려오는 인터뷰 요청을 조정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세 차례의 동행 취재와 지난 12월 29일 종로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전 시장의 꿈과 비전을 들어보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관련된 대부분의 뉴스는 지지율과 정계개편 등 ‘정치적’인 것이다. 기자는 그와의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정치인’ 이명박이 아닌 자유인 이 전 시장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싶었다. 이 전 시장을 세 차례 동행하며 가까이에서 느낀 ‘인간’ 이명박을 들여다봤다.
이명박 전 시장을 처음 대하는 사람은 조금 어려움을 느낀다. 강한 인상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참모들도 그의 앞에선 왠지 주눅이 들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웬만한 사안은 모두 꿰뚫고 있기 때문에 대충 둘러댔다간 불호령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의외로 정에 약하고 여린 면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1일 육군 백골부대를 방문해 병사들과 족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서울로 오는 버스에 올랐다. 땀을 흘리며 병사들과 몸을 부딪혔기 때문인지 이 전 시장은 그들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운 듯 보였다. 그는 버스가 출발하려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을 두드리며 “잘 있어”를 연발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이 전 시장은 계속 “아이고 섭섭하다”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전 시장은 “막내아들이 최근까지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다 제대했던 터라 이별의 아쉬움이 더욱 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이 전 시장하면 ‘근엄한’ 모습을 떠올리지만 가끔 농담을 하면 허를 찔린 기분이 든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5일 열린 기자 송년 간담회에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관련, “내가 얼짱이고 몸짱이긴 하지만 얼굴이나 몸을 보고 지지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는 농담을 던져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27일 새정치수요모임 특강에서도 “가수 비와 나의 공통점은 ‘몸짱’이라는 것이다. 비는 13번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쌍꺼풀 수술도 하지 않았다. 나도 할까 말까 하고 있는데”라고 말해 강연장에 폭소가 이어졌다.
그는 또한 “대통령도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돼야 한다. 누구 같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 난 에이브러햄 링컨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해 또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거론하는 링컨 대통령을 빗대 그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대중가수 ‘비’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한다. 최근에는 그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했다고 해서 인터뷰의 첫 질문을 비로 시작해 보았다.
─바쁜 와중에도 얼마 전 가수 비 공연을 보러 간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인연이 있나.
▲비가 잘하고 보아가 잘 하면 외국 사람이 여기 와서 공장하나 짓고 투자하는 것과 똑같은 정도의 굉장한 효과가 있다. 비가 라스베이거스부터 시작해 쭉 세계를 돈다고 해서 정말 어떤가 보러갔다. 앞으로도 자주 보러 가고 끝나면 만나서 격려도 할 것이다.
─대선이 1년 정도 남았는데 그 1년 동안 지지율 1위를 고수하면서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복안은.
▲지지율이 높고 낮은 것을 과거의 2002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때에 비해 국민 의식이나 상황에 너무 많은 변화가 왔다고 볼 수 있다. 각계각층 국민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국민이 어떻게 보면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고 민생에 대한 위기, 교육에 대한 위기감, 또 부동산 정책이 어려워지니까 집 없는 사람이 집 못 갖는 절망감, 북핵 문제가 터졌다는데 정부가 대응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결국 국민들은 뭔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뭔가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이런 쪽으로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
─최근 당내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2등을 한 사람에게 총리를 보장하는 ‘역할론’이 자주 거론된다.
▲당이라는 것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에 나는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 그런 문제가 나오면 국민들이 볼 때 한나라당이 무슨 정권을 다 잡은 것 같은 생각을 가지고 ‘나눠 먹기’를 한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상대 당이 못하기 때문에 얻는 지지가 더 많은데 너희가 벌써 나눠 먹기식으로 다 된 것 같이 생각하느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 그런 것을 언급할 때는 아니고 아름다운 경선을 하고 국민이 볼 때 수권정당으로서 이제는 신뢰할 만하다 그런 믿음을 국민들로부터 받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이명박 전 시장이 전방을 방문해 장병들과 족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
▲지지율 상승으로 특별히 의원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당원이나 국회의원들도 다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보는 시각은 다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은 당심과 민심이 일치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캠프에는 앞으로도 계속 대중적 지지도를 넓히기 위한 대국민 행보를 할 것이냐, 아니면 당심을 얻기 위해 당내 기반 강화를 할 것이냐 두 가지 주장이 계속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로선 어떤 쪽이 더 나은 행보라고 보는가.
▲지금까지 나는 오직 국민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원의 뜻과 국민의 뜻이 하나가 되어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당과 국민을 따로 구별해서 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나라당도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복안이 있는가.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나나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들이 100%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종 선거 승리와 높은 지지율에 자족하여 현상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곧 패배의 길이다. 모든 한나라당원이 일치단결하여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들로부터 “한나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 자격이 있구나, 한번 맡겨보자”하는 신뢰를 얻게 되길 바란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굉장히 도발적이다. 현재의 정치구도가 그대로 가지 않을 가능성이 많은데, 다당제의 출현도 예상해볼 수 있는가.
▲선거 때만 되면 새로운 당을 만들어내고 합종연횡이다 뭐다 해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인들끼리만 모였다 헤어졌다 해온 게 우리 정치풍토다. 그런 점에서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하고서도 한나라당이 야당으로서 건재한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연장을 위한 정계개편이 아니라 정권교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강점이 많은 사람이다. 경선 과정에서 같이 연대할 생각은 없는가.
▲손 전 지사를 포함해 한나라당의 예비 후보들은 모두가 훌륭한 분들이다. 우리는 한나라당 후보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여당 후보와 경쟁하는 것이다. 국민이 열망하는 정권교체를 이루기까지 후보들끼리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은 누구나 동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회창 전 총재가 실질적으로 정계복귀를 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으로 당 원로로서 그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
▲지금 나라가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하여 안보나 이념적으로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국가 원로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시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뜻이라면 우리가 존중해 드려야 하지 않겠나.
─경제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을 따라올 후보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역대 선거에서 경제가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 이슈는 아니었다. 2002년은 노무현 후보의 정치개혁 의지와 도덕성에 국민들이 더 큰 점수를 줬다. 이런 점에서 2007년 대선에서도 경제 외에 다른 이슈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데 어떤가.
▲지금 우리 국민들은 매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는 1만 달러 소득에서 11년째 정체되어 있고, 경제주체들이 의욕을 잃고 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해 방황하고, 40~50대에 벌써 직장을 떠나야 되는 불안을 느낀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경제회생이나 일자리 창출, 빈부 격차해소 같은 경제 관련 이슈들이 차기 대선의 주요 관심사로 나타나고 있다. 새해에는 올해보다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에서 여러 가지 이슈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것은 역시 경제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
─경선 전에 내년 상반기쯤 몇 개월 동안 해외를 다니며 견문을 넓힌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떤가.
▲단순히 견문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탐사의 한 부분으로 국내외를 두루 다녔다. 새해에도 구상 중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내외를 다닐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
─여권의 네거티브(폭로, 비방) 공세에 대비해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02년에는 ‘김대업식’ 네거티브 공세가 통했지만 이젠 국민의식이 달라져 통하지 않을 것이다. 당에서든 바깥에서든 공정하게 미리 검증해 주면 좋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