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 있었다
13대 국회를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한 강 대표는 17대 국회까지 내리 5선을 역임하는 동안 절묘한 정치적 선택으로 매번 주류의 길을 걸어온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강 대표는 노태우 정부 시절 황태자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박철언 전 의원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권에 투신했다. 80년대 후반 정치 신인이었던 그는 박 전 의원의 물밑 지원과 신임을 바탕으로 당시 박 전 의원이 이끌었던 ‘월계수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등 실세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정치적 멘토이자 자신을 이끌어 준 박 전 의원을 따르지 않았다. 박 전 의원이 14대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민자당을 탈당했을 때 그는 탈당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당시 강 대표가 박 전 의원과 함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는 끝내 민자당에 남는 선택을 했다. 강 대표의 첫 번째 변절 사건이었다.
강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파동 사건이 터졌을 두 번째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당시 TK(대구 경북)지역 맹주로 통했던 김윤환 전 의원이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하면서 강 대표와 뜻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결과론이지만 개인적인 의리보다는 정치적 실리를 챙긴 그의 절묘한 선택이 5선 중진으로 거듭나게 하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 대표의 이러한 정치 역정과 주류를 지향한 절묘한 선택에 비춰 볼 때 그가 박 전 대표 대신 이 전 시장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인은 누구를 선택하고 누구에게 등을 돌린 것이라는 시각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의리 보다는 철저하게 실리를 챙겨온 강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그가 박 전 대표보다 이 전 시장이 주류로 남게 될 것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고 보고 있기도 하다.
또 당 일각에선 실리주의자인 강 대표가 정계은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든 이면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강 대표는 정계은퇴 카드를 꺼내들면서 “결국 앞서고 있는 이 전 시장이 받지 않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일부 언론에 알려져 이 전 시장과의 밀약설을 부추기기도 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