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집에 떡고물싸움 없겠나
그런데 항간에선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3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들어간 탓에 손익분기점을 넘길지라도 순이익을 정산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순이익이 발생해도 투자 구조가 복잡해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형래와 ㈜영구아트가 <용가리> 제작 이후 각종 송사에 휘말린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영구아트 측에 불리한 계약이 많았다는 것이다. 급하게 제작비를 마련하느라 다소 불리한 계약일지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용가리>의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각종 송사가 불거진 것. 이런 이유로 송사가 불거질 때마다 심형래와 ㈜영구아트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계약 내용 자체를 더 중시하는 판결을 내렸다.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디 워>는 과연 체계적으로 투자 계약이 이뤄졌을까. 현재 ㈜영구아트는 투자배급 계약을 맺은 쇼박스가 60억 원을 투자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투자자 관련 사안을 함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뒷말도 무성하다. 심형래와 ㈜영구아트 측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제작비를 300억 원으로 부풀렸다는 음모론부터 해외 투자자가 상당수라 대부분의 수익이 해외로 빠져 나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영구아트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은 물론 해외 개봉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간 금액까지 합치면 300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자금이 투자됐는데 이를 부풀렸다는 의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하는 소리일 뿐”이라며 관련 루머를 부정했다.
반면 합리적인 투자 계약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훨씬 현실적이다. 만일 <용가리> 때처럼 제작비 수급을 위해 불합리한 투자 계약서를 체결했을 경우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화 실패보다 성공 이후 수익분배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 워>로 큰돈을 벌고도 또다시 각종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영구아트 측은 “㈜제로나인엔터테인먼트에서 ㈜영구아트로 거듭나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고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도입됐다”면서 “투자 과정에서 전문 변리사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과거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3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 투자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