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자연과 고통의 역사가 ‘공존’
꼰다오 섬 100미터 심해에서 끌어올린 무늬바리와 동갈삼치들. 사진제공=다큐멘터리 사진가 류기남
꼰다오는 베트남에서 심해낚시를 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종도 다양하고 수심도 100미터 전후입니다. 무늬바리, 실전갱이, 동갈삼치, 날새기, 상어, 구갈돔 등 1미터에서 2미터급 ‘대물’들이 우글거립니다.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은 꼰선(Con Son)으로 주민이 약 5000명 거주하며 지금은 6성급 호텔도 있습니다. 자그만 공항에 내리면 항구가 있는 벤담(Ben Dam)으로 갑니다. 낚싯배가 있는 곳입니다. 배를 타고 북쪽에 있는 쩨런섬과 쩨뇨섬이 있는 바다로 갑니다. 수심은 80미터에서 100미터 정도. 조류의 속도가 매우 빠른 곳입니다. 심해낚시와 흘림낚시를 하기엔 최적의 장소입니다. 흘림낚시는 말 그대로 빠른 조류에 줄을 풀어 바닷물에 흘리는 방법입니다. 이제 배를 정박하고 낚시할 채비를 하며 가장 적당한 시간을 기다립니다. 해지기 전후 2, 3시간이나 해뜨기 전후 2, 3시간이 좋습니다. 물고기들의 먹이 활동이 가장 활발한 때입니다.
꼰다오의 낚싯배. 보통 2박3일 여정으로 배에서 먹고자며 군도를 돈다.
흘림낚시는 바다 중상층을 떠도는 동갈삼치와 다랑어를 공략합니다. 미끼는 살아있는 한치를 사용합니다. 심해낚시는 조류가 빠르기 때문에 미끼가 깊은 바다밑까지 일직선으로 닿도록 간난아이 주먹만한 30호 봉돌을 사용합니다. 긴장된 시간이 지나자 톡톡 거리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이어서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시작됩니다. 밀고 당기길 30분, 약 70센티미터 크기의 무늬바리, 일명 붉은색 다금바리가 요동치며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한 마리를 잡아올리면 전신이 노곤하고 숨이 찰 정도입니다. 흘림낚시로 끌어올린 동갈삼치 140센티미터급이 퍼덕거리며 갑판에 눕습니다. 꼰다오에서의 삼치낚시는 1월에서 4월까지가 시즌입니다. 밤이 깊어 낚싯꾼들이 잠든 자정부터 새벽 3시 사이에는 미끼로 사용하는 한치를 잡는 시간입니다. 선장이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모여드는 한치를 그물로 잡습니다.
이렇게 1박을 하고 다른 섬으로 갑니다. 꼰다오 해상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알섬(Hon Trung)입니다. 어종도 다양하고 물살도 빠릅니다. 알섬은 섬의 생김새가 마치 새알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빠른 조류 때문에 배는 계속 제자리에서 크게 흔들립니다. 이곳 수심은 약 100미터, 바닥은 모래와 암반이 함께 있는 지역입니다. 순식간에 100미터가 넘는 줄을 끌어당기며 무늬바리가 입질을 했습니다. 1시간이 넘게 밀고당기는 싸움을 합니다. 옆의 일행은 150센티미터가 넘는 동갈삼치를 끌어올립니다. 이제 저녁이 되어 미끼가 동이 나 철수를 서두릅니다. 바다에 얼린 얼음에 재운 아이스박스에는 대물들이 꽉 채워집니다. 맛이 있는 부위인 배받이만 회로 떠서 먹고 나머진 다 선장 몫입니다. 다 가져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박스만 챙깁니다.
프랑스 통치 시절부터 베트남 전쟁까지 수용소로 악명높은 이 섬엔 당시의 참혹한 사진들이 남아있다.
꼰다오 군도는 낚시만 하고 돌아가기엔 아까운 곳입니다. 해변과 절벽들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벤담항구로 가는 길에 있는 무이까맙(Mui Ca Map)은 상어곶으로 절경입니다. 벤담항구는 대형어선들이 정박하며 출항하는 어항입니다. 짙은 옥빛 바다, 갈색의 산호초가 군락을 이루는 꼰다오는 199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일명 ‘바다소’로 불리는 희귀종 듀공과 바다거북, 돌고래의 서식지입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이곳에는 고통과 슬픔이 스며있는 역사가 있습니다. 프랑스 통치시절엔 정치범 수용소가 되었고, 남베트남 시절엔 반체제 인사를 색출해 온갖 고문을 한 악명 높은 섬입니다. 베트남 전쟁 때에는 미군에 의해 많은 정치인들이 목숨을 잃은 곳이기에 그 현장을 보존하고 모형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약 2만 2000명의 수감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항즈엉(Hang Duong) 묘지로 갑니다. 이곳엔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이자 독립영웅인 보티싸우(Vo Thi Sau)의 묘역이 있습니다. 그녀는 꼰다오에서 프랑스 정부에 의해 총살된 첫 여성입니다. 당시의 사진과 그림이 남아 있습니다. 1862년 건설된 푸하이 형무소에는 수용 당시의 충격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모형이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통의 역사가 동시에 숨쉬는 곳 꼰다오 군도. 이 섬을 방문하는 베트남 국민들은 자연을 즐기기보다는 추모를 위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립을 위해 고문으로 죽어간 혁명가들을 기리는 성스런 섬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해변과 빛바랜 수용소에 노을이 집니다. 꼰다오 군도에 어둠이 내리고 깊은 바다에 던지는 낚시 일정도 끝나가고 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