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하자마자 수천억대 시설공사 입찰 시도…차은택 유령회사·장시호 영재센터 특혜 의혹도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지난 1월 12일 설립된 더블루케이는 설립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누슬리에 평창올림픽 공사 수주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올림픽 시설공사 경험이 전혀 없는 더블루케이가 법인을 설립하자마자 수천억 원 규모의 올림픽 시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려 한 것이다. 최 씨 측이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더블루케이를 설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누슬리 측은 처음에는 설립 한 달도 되지 않은 더블루케이를 의심했으나 지난 3월 서울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을 만나고 사업 논의가 급진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누슬리 관계자와 만난 것은 인정했지만 단순히 설명회에 참석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누슬리가 이미 계약이 끝난 개폐막식장 시설공사에 뒤늦게 참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개폐막식장 시설공사 입찰공고를 냈지만 공사비가 적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었다. 결국 조직위는 대림건설 측에 부탁하다시피 수의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계약이 끝난 후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개폐막식장 공사를 누슬리가 할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직위는 실제로 이미 대림산업과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공사금액 등을 검증해보겠다는 명분으로 누슬리로부터 추가로 제안서를 받아 검토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입찰 때에는 설계 변경이 불가능해 누슬리 등 자체 기술을 보유한 해외업체들이 불리했으나 올해 입찰에서는 갑자기 설계도면과 상관없이 각사의 설계방식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누슬리의 설계방식이 이미 확정된 개폐막식장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며 조직위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바람에 계약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 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정황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이 6개월가량이나 지연됐고 사업비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평창올림픽 조직위 측은 “조직위 사업은 어떠한 외부압력이나 청탁도 불가능하다. 공개경쟁입찰의 경우 모든 사업은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개입 의혹에 당혹스럽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나오는 의혹들이 조직위 차원에서는 사실 여부를 따지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혹이 확산되고 있지만 조직위는 다가오는 테스트이벤트 준비에 정신이 없어서 의혹들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양호 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최 씨가 요구한 사업 등을 번번이 거절하면서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조 전 위원장은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조직위원장 사퇴이유와 관련해 언론보도가 90% 정도는 맞다”고 인정했다.
최순실 씨 최측근으로 지목된 차은택 씨에 대한 특혜의혹도 제기된다. 문체부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위한 기술 개발 명목으로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공연용 LED 조명 기술 개발을 공모했다. 45억 원의 예산을 따낸 컨소시엄에는 머큐리포스트라는 업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곳은 차은택 씨 페이퍼 컴퍼니와 주소가 같았다.
이 컨소시엄은 서면평가에서는 2위를 차지했지만 최종 평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45억 원이나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정작 평창올림픽에 사용될 계획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업체의 관계자는 “1차 정량평가가 40%, 2차 발표평가가 60%인데 두 평가를 종합해서 업체를 선정한다. 프레젠테이션 발표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결과가 뒤집힌 것뿐”이라며 “머큐리포스트와 관련된 구설수가 많아서 프로젝트 3년 과정 중 2년차인 현재는 머큐리포스트가 빠지고 다른 회사가 참여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최 씨의 조카인 장유진 씨(개명 후 장시호)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장 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장 씨는 센터 내에서 공식적인 직위는 없었지만 사실상 센터 운영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센터는 신생단체로는 이례적으로 문체부로부터 6억 70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받았다. 삼성도 센터에 5억 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냈다. 최 씨의 입김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 씨가 청와대를 앞세워 국가적인 행사인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하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단순 국정 개입을 넘어서 심각한 정권비리 사건”이라며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허승욱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회장 “나는 허수아비, 유진이가 결재 다 해” 최순실 씨의 조카 장유진 씨(개명 후 장시호)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이권에 개입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장 최근까지 센터 회장을 맡았던 허승욱 회장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봤다. ―회장님께서는 동계체전에서 금메달만 43개를 따낸 한국 스키계 간판스타다. 센터 회장직을 맡게 된 경위는. “규혁(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이 하고 박재혁 회장(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 회장)이 회장직을 제안했다. 동계스포츠 영재를 육성하는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유진이는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처음 만났다. 유진이가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그랬다. 센터에 참여한 전현직 선수들은 봉급도 안 받고 재능기부를 하는 방식이었다.” ―유진 씨 아들이 스키 선수인데 아들을 유소년 육성프로그램에 선정시키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선수는 유진이도 같이 뽑긴 했다. 하지만 유진이 아들은 실력이 부족한 아이였다. 내가 회장으로 있을 때는 후보에도 안 올라왔다.” ―이규혁 감독이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유진 씨의 입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제가 센터 회장이었지만 허수아비였다. 회장으로 있는 동안 정식 보고 한 번 받은 적도 없고, 예산을 집행한 바도 없다. 결재 사인 한번 한 적도 없다. 정기적으로 출근을 한 것도 아니었다. 2~3달에 한번 오라고 하면 갔다. 직원들은 내가 회장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이상한 방식으로 센터가 운영된 것이지만 평생 선수 생활만 해서 다 그런 건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럽다.” ―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결재가 필요했을 텐데 결재는 그럼 누가 한 것인가. “유진이가 모두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진 씨는 공식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예산 같은 게 문체부랑 다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내려오는 줄 알았다. 어떤 방식으로 결재가 되고 사업이 진행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박재혁 전임 회장의 경우 신동빈 롯데 회장하고도 스키를 탔다고 했다. 회장님 재직 시에도 유명 인사 등과 만난 적은 없나. “제가 회장할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청와대 사람들도 전혀 못 봤다. 나는 아이들 데리고 전지훈련 같은 것만 했었다.” ―유진 씨가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업에 개입하려고 했던 정황도 발견됐다. 센터에서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준비한 사업들은 없었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가 정기적으로 출근한 것도 아니고 센터가 어떤 식으로 돌아간다고 보고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당연히 센터가 뭘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저에게 뭘 하라고 시키는 것도 없었다. 이름만 올려놓고 허수아비, 바보였다.” ―유진 씨와 사건이 터진 후 연락한 적이 있나. 사건이 터진 후 직원들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유진이는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연락이 잘 안됐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전화번호를 수차례 바꿨다. 저는 그런(증거인멸) 연락은 받지 못했다. 제가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걸 유진이도 알지 않겠나. 제가 한 거라고는 애들 데리고 전지훈련 갔다온 것이 전부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이 된 것인가. 사업비를 횡령하거나 그런 정황은 없었나. “그런 경우는 없었다. 뉴스를 보니 유진이가 몇백억짜리 사업에 연루되어 있다던데 여기서 얼마 안 되는 돈을 빼돌리려고 했겠나. 전지훈련을 갈 때 유진이가 카드를 줬는데 예산을 넉넉하게 짜줘서 잘 다녀왔다. 숙소도 그 동네에서 제일 좋은 곳이었다. 누가 써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지훈련에서 우리가 써야 되는 예산 목록을 딱 문서로 작성해서 줬다. 엄청 좋은 조건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유진 씨는 센터에 자주 나왔나. “그런 것은 아닌 거 같다. 유진이가 사무총장으로 일했다는데 그런 거는 잘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직함이 있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유진 씨와 같이 근무하면서 유진 씨가 최순실 조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나? 예산도 굉장히 많이 챙겨 오고 이상한 점이 많았다는데. “부잣집 딸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그래도 그냥 빽이 있는 아빠를 뒀나, 그런 식으로만 생각을 했지. 그 당시에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일반인이 어떻게 알겠나. 최순실이 누군지도 몰랐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