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아닌 구금당해…차라리 죽겠다”
오먼 씨가 한국에 온 것은 20대였던 지난 2003년이었다. 코리안드림을 꿈꾸었던 청년 오먼 씨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한 쪽 눈을 실명하게 된다. 기숙사 청소를 하던 중 유리가 눈에 들어가면서 시력을 잃게 된 것이다. 당시 그가 공장에서 맡은 업무는 금속가공업무였는데 실명으로 인해 다른 업무 배치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해고뿐이었다. 이후 건설현장을 전전하지만 결국 불법체류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결국 2년쯤 지나 단속에 적발된 오먼 씨는 외국인보호소에 보내졌다. 눈 치료를 위해 잠깐 동안 풀려나게 되지만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아버지가 아들이 한 쪽 눈을 실명하고 일자리도 없어 감옥에 갔다는 것을 듣고 충격으로 돌아가셨다는 얘기까지 듣게 된다. 이후 그동안 모았던 500만 원 상당의 돈을 고향으로 보내고 다시 돈을 벌기 위해 도망친다. 그가 도망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빨리 다시 돈을 모아 눈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외국인 보호소 안에서 자살 시도를 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오먼 씨 모습. 사진제공=아시아의 친구들
외국인보호소는 충북 청주와 경기 화성 모두 두 군데에 위치하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말 그대로 외국인들을 보호하는 곳이다. 법무부 산하기관인 출입국사무소에 설치된 기관으로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보호하고 있다. 불법체류 등으로 본국으로 송환될 처지에 놓인 외국인 가운데 난민 신청, 여권 미소지, 교통편 미확보 등으로 본국에 갈 수 없는 이들이 머무른다. 그러나 이곳에 수용되는 외국인 대다수가 구금을 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인 보호소의 큰 특징은 보호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법으로 규정돼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인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여권 미소지,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법무부는 불법 체류자의 범죄 등을 막기 위해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추방 전 보호소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보호일시해제라는 것이 있는데 허용 기간까지만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약간의 보증금을 내고 출국을 유보할 수 있는데 이때 정해 놓은 기간까지 출국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정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다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 오먼 씨 역시 눈 수술을 목적으로 500만 원의 보증금을 걸고 보호일시해제 신청을 했었다. 그러나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보증금을 포기하고 불법체류자 신분을 선택한 것. 이후 다시 구금된 이후에는 보호일시해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예전에 도주를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일시해제 조치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매해 보호 일시해제 건수는 100여 건을 넘는 수준이다. 강제출국을 당하는 이주노동자가 연간 2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보호 일시해제는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보증금이 없으면 신청을 할 수 없고 신청 이후 허가를 받는 기준도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외국인들은 임금체불을 겪고 있어 돈을 받기 전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돈을 받으려면 사업체에 찾아가야 하지만 무기한 보호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보호소 내부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오먼 씨의 경우 자살시도를 한 뒤 같이 수용된 이들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네 시간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호소에서는 외부로 후송하지 않았고 주사처방만 하고 돌아갔다. 보호외국인들의 경우 호흡기질환에서부터 시작해 심혈관질환, 정신질환까지 다양한 질환자가 있었지만 이들의 치료는 대부분 보호소 안에서 이뤄졌다. 보호소에서는 “환자의 질병의 중증이면 외부 진료를 나가는데 보호소 내부에 의사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치료가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여성 보호외국인들의 경우 생리대를 지급받지 못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지난 7월 한 여성 보호외국인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하루에 생리대를 한 개씩만 지급을 해서 낭패를 봤다고 울분을 터뜨린 것. 이들은 생리대 대신 타월을 써야만 하는 등 여성 인권을 침해받았다. 당시 보호소에서는 “내부 규정상 생리 중인 외국인 여성한테는 하루에 생리대를 두 개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필요하면 추가로 지급한다”며 “일부 여성들이 생리대 지급 규정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아시아의 친구들의 김대권 활동가는 “보호소에서는 해당 여성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말했고, 여성이 바로 출국을 했다”면서 “보호소는 엄연하게 구치소와는 다른 곳인데 구치소보다 더 열악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들은 행정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외부로만 나가지 못하게 하고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교도소, 구치소보다 못하다. 운동이나 면회에 있어서 교도소보다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보호소에 있는 외국인들을 돕는 시민단체들은 단속과 구금 위주의 불법체류 외국인 정책의 개선을 주장했다. 이들은 “자살을 시도한 오먼 씨가 넉 달 전부터 단식을 하며 힘든 점에 대해 토로했지만 보호소의 관리감독이 소홀했기 때문에 자살로 이어졌다”며 “정부에서는 단속에만 집중하고 있지 이들의 인권이나 처우 개선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경찰 등은 여전히 외국인범죄를 막기 위해 단속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