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움병원서 안티에이징 함께 받아…순득씨-차병원 오너 20년간 ‘한지붕’ 거주
최순실 씨. 일요신문 DB.
안티에이징은 노화 방지에 필요한 건강·피부 관리, 운동·식품 처방 등을 제공하는 종합 미용(또는 의료) 서비스를 가리킨다. 앞의 관계자는 “최 씨 자매가 ‘지방 이식’ 등을 통해 피부와 몸매 등을 관리했고, 박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 (2012년 말) 직전까지 차움병원에 드나든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사회 상류층을 주 고객으로 둔 차움병원의 입회비는 1억 7000만 원, 연회비는 450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개원한 차움병원의 VIP 회원 명단 가운데 박 대통령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은행 예금 등 현금 자산으로 2008년 3700여만 원, 2009년 6300여만 원, 2010년 1억여 원을 각각 신고했다. ‘최고급 미용센터’ 입회비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차움병원은 최순실 씨가 최근까지 거주한 피엔폴루스 2~3층과 5~7층에 각각 입주해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차광열 차병원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회사인 KH그린은 2009년 10월 141억 원에 피엔폴루스 오피스텔 일부 동을 사들였다. KH그린은 차움병원을 운영 중인 ㈜차바이오텍의 2대 주주(1대 주주는 차광렬 회장)이기도 하다.
KH그린의 대표이사는 차 회장의 아내 김 아무개 씨다. 등기상 김 씨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힐데스하임에 거주하고 있다. 힐데스하임은 호당 매매가가 35억~50억 원에 이르는 최고급 빌라형 주택이다. 차 회장의 아버지인 차경섭 차병원그룹 창업주는 1996년 10월 이 주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주택 5층에는 최순실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가 거주하고 있다. 최순득 씨와 남편 장 아무개 씨는 1998년 4월 힐데스하임 501호를 사들였다. 다시 말해 최순득 씨는 20년 가까이 차병원 오너 일가와 ‘한 지붕’ 아래 살았던 것이다. 앞의 관계자는 “이들의 ‘인연’이 굉장히 오래된 것은 맞다”며 “박 대통령이 2006년 괴한에게 피습된 후 단 2명만 세브란스 병원 입원실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최순득과 최순실이다. 또 최순득은 박 대통령을 자신의 집(힐데스하임)으로 데려가 돌봤다. (차병원에는) 조언도 구하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오피스텔 피앤폴루스 전경. 건물 안에 차움병원에서 최 씨 자매와 박 대통령이 대선 직전까지 안티에이징 관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준선 기자
차병원 측은 최순실 혹은 최순득과 연관성에 대해 부인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차병원에 유리한 정책 결정과 국고 지원이 잇따랐다는 데서 의심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차병원이 운영하는 차의과대학의 경우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유일하게 고령화 특성화 대학원으로 선정돼 40억여 원의 국고가 지원되기로 하는 등 특혜를 입었다는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차병원은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을 제치고 지난해와 올해 각각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이란을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또 박근혜정부가 밝힌 창조경제 핵심 과제 중에 ‘헬스케어 산업 육성‘이 포함됐다. 실제 분당차병원은 올 4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192억 5000만 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차움병원 줄기세포연구팀은 올 7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체세포 복제배아연구’에 관한 조건부 승인을 얻어냈다. 줄기세포 복제는 황우석 박사가 실패한 후 정부가 엄격히 규제해 왔던 연구 분야다.
박 대통령은 올 1월 차병원그룹 계열 바이오연구소인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받았다. 경호와 보안 문제를 고려하면 민간기업 연구소에서 대통령 업무보고가 열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나아가 정부는 2013년 12월 보건·의료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법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당시 차병원그룹은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은 대표 기업으로 꼽혔다.
이전까지 의료법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회사 설립·운영이 금지된 탓에 차병원그룹은 의료재단인 성광의료재단과 영리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차바이오텍을 동원해 차움병원을 운영해왔다. 다시 말해 차움병원은 ㈜차바이오텍을 동원해 스파시설 등 영리사업을 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보건·의료산업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의료법인의 영리 목적 법인 설립이 허용됐다. 언제든 차움병원의 기형적인 운영 구조가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발표 후 차병원그룹은 화장품 회사 등 계열사를 늘리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차움병원 측은 “박 대통령이 병원 회원이고 병원을 자주 출입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최순득과 관련된 부분이나 박근혜정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 없다”고 답했다.
최순득 씨는 현재 자택을 떠난 뒤 행방불명 상태로 전해진다. 도곡동 힐데스하임 한 관리인은 “차병원 원장과 최순득 씨 모두 이 집에 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건 모른다. 최순득 씨는 집을 떠난 지 2주 정도 됐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