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엘류 통역 정재훈 씨 | ||
대표팀의 새 사령탑을 맡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과의 닷새는 그에게 그렇게 힘든 나날이었다. 지난 7일 출국한 코엘류 감독의 방한 기간 동안 전담 불어 통역원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정재훈 대한축구협회 과장.
그는 “고생은 했지만 즐거운 일이었다”면서 “히딩크 감독과는 또 다른 매력과 멋을 풍기는 남자”라고 코엘류 감독을 치켜세웠다.
정 과장은 코엘류 감독이 출국한 뒤 제일 먼저 히딩크 감독 당시 통역을 담당했던 동료 전한진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의 노고와 인내력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보니 대표팀 감독과 관련된 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정 과장은 원래 코엘류 감독의 통역을 담당할 예정이 아니었다. 처음에 코엘류 감독이 불어보다 포르투갈어 통역이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해 급히 감독의 심사를 거쳐 통역원을 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취재진과 상견례를 갖는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이 통역원이 코엘류 감독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자 즉석에서 정 과장이 역할을 대신했던 것.
“(코엘류 감독은) 기자회견 후 사석에서 ‘기자들이 알고 내놓는 질문과 모르고 하는 질문을 가려서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두 부류의 기자들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수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을 나타냈다. ‘잘 아는 선수가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해서 설기현을 예로 들며 부상 후 재기에 성공한 지금까지의 모습을 설명했더니 굉장히 똑똑한 선수라며 관심을 표명했다.”
정 과장은 코엘류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특유의 가족애를 꼽았다. 아내와 별거 후 애인과 함께 지내며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었던 전 감독과는 달리 가족들이 살 집과 둘째 딸의 학교를 직접 알아보러 다닌 모습들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는 것.
“누구와 일하든, 누구를 위해 일하든 첫 만남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좋은 방문이었다’고 말한 뒤 돌아간 코엘류 감독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주위에 적이 아닌 동지를 만들 줄 아는 노하우가 있었다.”
“명품 옷을 즐겨 입으면서도 절대 튀지 않는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고 코엘류 감독을 회상한 정 과장은 “대표팀 감독의 통역원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