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만 이어 황교익 발탁에 문화예술계 반발…이 대통령 변호인단은 정부 요직 두루 포진

농민신문 기자 출신의 황교익 신임 원장은 ‘수요미식회’ 등 TV 프로그램 패널 등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이 대통령과는 중앙대(신문방송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문화·관광 관련 학위는 없다. 황 원장은 ‘혼밥은 자폐(스스로 가두다)’ ‘떡볶이는 맛있다고 세뇌된 음식’ ‘한국 육계와 치킨은 맛이 없다’ 등의 발언으로 장애 및 한국 식문화 비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황 원장은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지만, ‘보은 인사’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했다. 이 시기 이 대통령과 황 원장은 ‘떡볶이 먹방’을 촬영하는 등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먹방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문화예술계는 황 원장 임명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황 원장을 두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문광연은 문화·예술·관광 분야를 진흥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됐다. 관련 학위와 연구 경력이 있는 전문가가 원장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 문화예술계 입장이다.
하지만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깊은 통찰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혁신하고 기관이 ‘K-컬처’를 선도하는 연구 기관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관장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공모 절차를 통해 기관장을 선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을 하는 문화연대는 4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분야 인사가 대중적 인지도, 정치적 이해관계, 친소 관계 등이 과도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연대는 최휘영 장관의 문체부 장관 임명, 배우 장동직 씨의 국립정동극장 이사장 임명, 배우 이원종 씨의 한국 콘텐츠진흥원장(콘진원) 후보 거론 문제, 박혜진 단국대 성악과 교수 국립오페라단 단장 임명,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 임명 등을 문제가 있는 인사로 꼽았다.

이원종 씨는 콘진원 후보 면접 심사에서 탈락했다. 앞서 이 씨가 콘진원 원장으로 유력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이 씨는 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온 인물이다.
박혜진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 구조물 사고’ 책임자로 지목됐다. 2023년 3월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 공연 리허설 중 400kg 구조물이 추락했고, 이로 인해 성악가 안영재 씨가 하반신 마비 등의 부상을 입었다. 안 씨는 약 2년 동안 투병한 끝에 숨졌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당시 책임자였던 박 단장이 사과 없이 국립오페라단 수장에 임명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동극장은 ‘보은 인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1995년 설립된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 근대식 극장 원각사를 복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을 선보이며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등 공공극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동직 이사장은 드라마 ‘야인시대’ ‘무인 시대’ 등에 출연한 배우 출신이다. 2022년 20대 대선 때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서승만 대표이사는 코미디언 출신이다. 국민대학교 연극영화·영상미디어 학·석사,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 대표도 2022년 이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박정의 전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계엄을 겪고 광장에서 함께 투쟁했다. 함께 만든 정부라는 애정이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다른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 일 잘하는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그래서 근본적인 개혁을 기대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변화의 움직임도 없이 예술의 상업적 가치에만 치중하는 모습, 그리고 변하지 않는 낙하산 인사가 우리의 실망과 분노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요직에 내려온 대장동 변호인단
외교 분야에서는 차지훈 주 유엔(UN) 대사 임명을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차 대사는 이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다. 고도의 국제 외교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법조인을 임명한 것이 적절하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백태웅 주 OECD 대사 임명도 논란이 됐다. 백 대사는 국제인권법으로 석박사를 취득한 인권전문가다. 사회주의 계급 혁명을 표방한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1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국제기준 사법정의 실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경제 전문성이 요구되는 주 OECD 대사직은 주로 경제 관료가 도맡았다.
‘이 대통령 변호인단 보은인사’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3월 6일 이경은 국경너머인권 대표가 주 휴스턴 총영사에 임명됐다. 이 총영사는 이 대통령 ‘위증교사 사건’ 등을 맡았던 이승엽 변호사의 누나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검증받았지만, 이해충돌 논란 끝에 스스로 고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장에는 조원철 변호사가 임명됐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대장동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변호를 맡았던 김희수 변호사는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했다.

쌍방울 대북송금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변호했던 이장형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으로, 전치영 변호사는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임 중이다. 대장동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조상호 변호사는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역대 정부의 인사 실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문재인 정부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부는 ‘박보검(이명박계·보수·검찰)’ 등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금 지지율이 높고 국민의힘이 힘을 잃은 상황이라 문제가 크게 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임기가 끝나갈수록 각종 논란이 터질 것이고, 이런 보은 인사 문제는 정권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