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무용단 김순영 사무국장 인터뷰
대전시립무용단 공연 장면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1980년대 초 지방문화육성정책으로 지방정부 소속 예술단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1985년 6월 대전 춤 문화를 견인할 대전시립무용단이 창단되었다. 대전시민의 삶과 역사를 춤으로 엮어내고, 우리 전통춤을 계승해 온 대전시립무용단은 지역 대학에 무용 관련 학과도 미비하던 시절을 거쳐 이제는 국가에서 나서서 해외 공연을 지원할 만큼 성장했다. 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열심히 달려온 대전시립무용단 31년 역사에 26년을 함께 해 온 김순영 사무국장에게 대전 무용계의 발자취를 들어 보았다.
김순영 대전시립무용단 사무국장
- 공연예술을 포함한 문화예술이 삶에 갖는 의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숨(호흡)’입니다. 숨은 한국전통춤에서도 선불선(善不善)의 척도입니다. 문화예술은 현대인의 반복적인 생활과 그로인해 한없이 건조해져 가는 마음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윤활유와 같은 고마운 매개체입니다. 고른 호흡을 가진 사회와 개인은 건강합니다.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의·식·주 삶의 전반에서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나무와 흙으로 짓던 숨 쉬는 건축물에서 철근과 콘크리트 건물로, 짚과 나무, 식물들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의복에서 화학물질에서 뽑아내는 합성직물로, 텃밭에서 얻은 식재료로 차려진 자연밥상에서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들로 바뀌었습니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서양문명은 우리나라 한반도를 점령해 갔습니다. 정보를 얻는 기술도, 공부하는 방법도, 직장생활의 모습도 심지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예의범절도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X세대’나‘N세대’같이 어른 세대와 변화하는 젊은 세대를 구분하는 신조어도 생기고 말입니다. 그 틈에서 현대인의 고른 숨(호흡)을 위해 정조 있게, 한국문화를 대변하는‘한국 춤’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 일선에 대전시립무용단이 있습니다.“
- 대전시립무용단 창단 31년 동안 어떤 변화와 노력이 있었는지.
“우리나라 6대 광역시에는 각각 시립무용단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산(’73년 창단, 한국무용), 광주(’76년 창단, 발레), 대구(’81년 창단, 현대무용), 인천(’81년 창단, 한국무용), 대전(’85년 창단, 한국무용), 울산(’00년 창단, 한국무용) 순으로 대전은 타 광역시에 비해 다소 늦게 출발하였습니다. 하지만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국립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립무용단에서는 최고의 실력과 행정력을 겸비한 단체라 자부하며 매년 새롭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년 각 지자체 광역시립예술단 운영담당자들이 수집하는 데이터(6대광역시립예술다체 운영현황)에 의해 확인되어지고 있습니다. 10여년이나 먼저 창단된 타 시립보다 앞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에서 직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타 시립은 모두 시 사업소(문화예술회관) 소속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직영의 장점은 예산확보와 운영에 갖는 관심의 온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타 시립예술단의 단장은‘부시장’인 것에 비해 대전시립은‘시장’이 단장이라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전시립부용단 김효분 예술감독 겸 안무자
- 무용단의 역대 예술 감독들을 간략히 소개하면.
“우리시립무용단이 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주요한 것 중 또 한가지는‘예술감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춤’이 곧 그들의‘삶’이 였던 역대 예술감독들의 열정이 오늘날 대전시립무용단을 만들어 냈습니다. 제대로 갖춘 연습실도 없고 공연비는 물론이고 상임화가 되지 않아 급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던 시절, 창단부터 10여년을 오롯이 시립무용단 발전을 위해 올인 했던 초대 예술감독‘김란’안무자를 시작으로 한국 전통춤‘타악’분야의 최고수 제2대‘채향순’안무자, 춤을 위해 태어나 춤과 함께 살다 간 춤의 방랑자 제3대 예술감독‘故 한상근’안무자, 한국 창작 춤을 대변할 수 있는 현시대 최고의 춤꾼 제4대 예술감독‘김매자’안무자, 대전에서 한국무용계 후학 양성의 선두주자 제5대 예술감독‘정은혜’안무자를 거쳐 현재(제6대) 한국 전통춤 위에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수놓고 있는‘김효분’예술감독에 이르기 까지 최고일 수밖에 없는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무용수들입니다. 오디션을 통해 전국각지에서 준비된 인재들을 선발하였고, 단원들의 헌신적인 참여와 온전히 쏟아 부은 춤에 대한 열정이 오늘날 대전시립무용단을 만들어 냈다고 봅니다.“
- 연간 50여회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무용단으로서는 무리한 일정 아닌가요?
“네, 다소 힘은 들지만 시립무용단으로서 멈출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전통무용 창작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무대인 정기공연, 남녀노소, 연인, 가족, 직장인들 등 각계각층을 타겟으로 전통춤의 무대와 어린이를 위한 공연, 젊은 춤꾼들의 신선한 창작의 무대, 한여름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야외공연 등 우리 춤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기획공연이 있습니다. 또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소외계층, 공부에 지친 학생들, 일에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시설이나 학교, 직장에 직접 찾아가 공연을 선보이는 찾아가는 공연 등으로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 그 바쁜 와중에 올해에는 외교부 공모사업에 선정되 해외공연도 다녀오셨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외교부 주최 2016년 주요외교계기 기념 해외공연단에 선정되서 지난 9월말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외교부는 2016년 주요외교계기사업의 일환으로 지자체 소속 문화예술공연단을 선정해 사업대상국가에서 문화공연을 개최함으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외교부와 지자체간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시에는 5개의 시립예술단체가 있습니다.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매년 순차적으로 해외공연을 다니면서 각 분야별로 세계 공연예술계의 흐름도 익히고 새로운 창작 아이디어도 얻고 대전문화예술도 알리고 국위선양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다녀온 스페인공연도 현지인들과 교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남다른 의미도 있는 공연을 하고 왔습니다. 한국원양산업이 스페인에 정착한 지 50주년되는 기념으로 한국무용단을 파견하여 그 뜻을 더욱 깊이 기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용단은 21일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떼아뜨르 리알또’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갖고 24일 라스팔마스 ‘파라닌포 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가졌습니다.공연은 전통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부채춤을 시작으로 농부들의 고단함을 그 자리에서 달래주던 진도북춤, 한국의 뿌리깊은 무속신앙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감놀이, 뒷짐과 헛기침으로 고고할 것만 같은 선비들의 내면을 춤으로 그려낸 사풍정감, 전통농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고춤, 연정국악연주단의 한국민요기행, 고동치는 심장소리와도 같이 역동적으로 삶을 그려내는 천고 북춤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대전시립무용단은 그동안 10여 차례에 걸쳐 프랑스, 이탈리아, 로마, 멕시코, 일본, 중국, 미국 등 세계 많은 나라를 다니며 한국문화와 춤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스페인 라스팔마스 공연
- 올해 남은 공연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다음주에 있습니다. 이달 17일과 18일일에 제61회 정기공연‘길 위에 길을 얹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공연은‘길’을 주제로 대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6.25전쟁으로 흩어졌던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목척교’와 전국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철길, 대전을 두르고 있는 계족산, 보문산, 식장산 등 산길, 인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할 하늘 길에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해 보는 무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연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일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두 차례에 걸쳐 펼쳐지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공연‘춤으로 그리는 동화’입니다. 한국전래동화와 외국동화로 무용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창의력과 상상력을 심어줄 수 있는 아주 좋은 무대입니다. 지난 10년간 매년 매회 매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겠죠.”
- 스페인공연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 외교부 주최로 한국원양산업 스페인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주요 외교 계기 문화행사로 대전시립무용단은 한국 전통춤을 선보였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라스팔마스에서 한국의 전통춤을 알림과 동시에 현지인들에게는 감동을, 교민들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뜻 깊은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용단의 뛰어난 예술적 기량 발휘로 대전의 문화예술도시 이미지를 확고히 하였으며, 스페인에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자부합니다. 마드리드 떼아뜨르 리알또 공연을 관람한 니네스프라도씨는 ‘처음 보는 한국공연이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복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한국의 문화를 알게되어 기뻤다. 한국무용공연을 다시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대생 가르시아는 ‘ 평소 한국문화와 동양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화려한 의상과 춤이 동양화를 연상시켜 굉장히 아름다웠고 한국공연단이 한국문화원을 통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라스팔마스 파라닌포 극장 공연에 대해서 루시아 교수는 ‘ 한국 악기들의 감정전달이 풍부하였으며, 특히 아쟁 소리의 풍부함과 타악기의 리듬감이 감동적이었다.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의 색감과 선의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며 옷감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이 머릿속에 계속 남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동양문화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가했고. 대학생 마리아는 ‘한국의 악기들의 소리가 서양의 악기들과는 다르게 자연의 소리와 닮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며 한국의 의상과 특히 부채의 화려한 색감들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무대에서 보여준 북 공연은 격한 감정에서 오는 웅장함과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기억에 오래 머무를거 같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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