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정신 내건 GSDN과 운영 주체 지구촌발전재단 간판·현판·상주직원 없어
최외출 전 부총장(사진-연합뉴스)과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최외출 전 영남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과 박 대통령은 1980년대 초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부총장은 1977년 경상북도 ‘새마을장학생 1기’로 영남대학교에 입학했다. 최 전 부총장은 지금도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유산인 새마을 운동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도 새마을 운동 노래라고 한다. 최 전 부총장은 한국새마을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영남대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는 글로벌새마을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최 전 부총장은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해 정계에 입문한 뒤 선거 때마다 막후에서 외부 인사 영입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의 정책 현안을 조언하는, 이른바 ‘박근혜 5인 스터디 그룹’ 가운데 한 명으로 활약했다. 최 전 부총장은 정수장학회 등 민감한 사안을 논의할 만큼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고 한다.
# 실체 없는 ‘유령 단체’, 임원진은 친박 일색
최 전 부총장이 대표로 있는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GSDN)’는 2015년 9월 중순 ‘글로벌새마을포럼(회장 최외출)’에서 출범시킨 법인이다. 2016년 글로벌새마을포럼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 원대 기업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GSDN을 두고 또 다른 게이트가 임박했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GSDN은 새마을 개발의 가치를 실천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공유,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GSDN 이사 명단엔 박근혜 정권 주요 인사들과 유엔 관련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대선 시절 박근혜캠프행복교육추진단에 참여했던 기영화 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인요한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종 전 인수위원회 법질서 사회안전분과 위원, 산림청장 출신의 이돈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특임석좌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 이사엔 럭 나가자(Luc Gnacadja) 전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총장도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이 법인이 ‘유령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보좌진들은 10월 24일 GSDN이 등기상에 기록된 주소에 입주해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 조사를 나간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경산등기소를 통해 등록된 주소는 영남대 중앙도서관 14층 1401호였다. 그러나 방문 당시 이곳엔 국제개발협력원만 단독 사용 중이었으며 1401호 또한 1402호와 병기돼 사용되고 있었다. GSDN의 현판과 간판 또한 찾을 수 없었고 상주하는 직원도 없는 빈 사무실이었다”고 말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야 부랴부랴 간판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GSDN의 연락처 또한 불분명했다. 설립신고서에 표기돼 있는 전화번호는 글로벌새마을포럼 주최 단체인 ‘지구촌발전재단’의 연락처였다. GSDN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사무실 주소는 등기 주소와 다른 주소로 표기돼 있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법인 주소는 지구촌발전재단 사무실이 있는 곳이었다. 다음은 현장 조사를 나갔던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GSDN 홈페이지는 주요 포털사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그나마 외국서버를 우회해 영문 검색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다. 조사할 당시 이 홈페이지에서 대표 인사말 등 사이트의 주요 내용은 공란으로 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GSDN이 등기 등록된 뒤 홈페이지의 최종 업데이트 시점은 6월 26일이었다. 짐작하건데 7월 초 ‘최순실 게이트’ 이후 온라인 활동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시작된 시점부터는 폐쇄된 상태다.”
이에 대해 김기수 GSDN 사무총장은 “유령 사무실 아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정식 직원을 못 두고 있다. 상주 직원이 없는 상태다. 나 또한 보수 없이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내 연구실에서 일하고 해당 사무실에는 가끔 들르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고 부인했다.
# 지구촌발전재단도 의혹 투성이
지구촌발전재단 또한 유령 재단으로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등기상에 따르면 1993년 2월 설립된 지구촌발전재단은 글로벌새마을포럼,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 한국새마을학회의 운영과 관련 비영리사업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등기상 주소 건물은 대구예술대학교 재단(세기학원)이 소유한 건물이다. 이정미 의원실 보좌진이 지구촌발전재단 사무실 또한 직접 방문했으나 간판과 현판, 상주 직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지구촌발전재단이 주최하고 GSDN을 만든 글로벌새마을포럼은 무엇일까. 글로벌새마을포럼은 GSDN, 지구촌발전재단, 경상북도, 영남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포럼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농어촌공사, 경북도(도지사 김관용)가 예산지원과 후원을 하고 있다.
글로벌새마을포럼은 경상북도에서 매해 1억 5000만 원, 한국농어촌공사에서 3000만 원 등 총 4억 원의 예산 지원과 후원을 받았다. 그러나 글로벌새마을포럼은 도비 지원을 받으면서도 자부담예산집행도 없이 행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지자체와 공기업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포럼 주최 단체인 지구촌발전재단은 주소와 연락처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물론 주요 포털사이트에 노출돼 있지 않아 특혜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법인 실체도 없는데 도비, 대구시비 끌어 쓰고 자비 부담 없이 행사를 열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 한국국제협력단 특혜 지원?
최 전 부총장은 글로벌새마을포럼의 예산을 지원해주는 단체 중 한 곳인 한국국제협력단에서 2015년 1월부터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6월 최 부총장의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은 영남대학교 새마을 ODA 사업(개도국의 경제 사회 발전과 복지 증진을 위해 무상 원조를 하는 사업)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2억 6000만 원, 총 14건을 지원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새마을 ODA 사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최 전 부총장이 새마을 ODA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 새마을 ODA 예산은 500억 원이 넘게 책정돼 있다. 최 전 부총장이 7박 8일간 ODA 관련 사업으로 해외에 다녀왔는데, 출장비 전액이 정부 지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한국국제협력단은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돼 전액 삭감 위기에 놓인 ‘코리아 에이드’ 사업(143억)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국제협력단 측은 “해당 기간 동안(2013년~2016년) 새마을 운동 예산은 1260억 원이다. 영남대 ODA 사업비는 43억 원으로 전체 비중의 2.5%에 불과하다. 새마을 ODA 사업 평균은 3.5%다. 평균보다 낮다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전 부총장 개입설에 대해선 “이미 끝난 사업들이다. 최 전 부총장과는 관련이 없다. 공정한 절차를 통해 수행 기관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또한 교육부는 최 부총장이 올해 중순까지 원장을 역임했던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에 2013년부터 올해까지 14억 6000만 원을 지원했고, 경상북도는 영남대 새마을전문대학원에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19억 원을 지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외출 교수는 정부 인사와 유엔 인사까지 참여한 사단 법인을 꽁꽁 감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수사당국은 사단법인의 운영 실태에 대해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GSDN, 경상북도 지원 예산과 후원금을 지원 받아 부실하게 운영한 글로벌새마을포럼에 대해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그때도 탈당선언문 대필 논란…박 대통령·최순실·최외출 몸담은 한국문화재단 주목 최외출 전 부총장 이름이 거론되면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해산된 한국문화재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문화재단은 박근혜 대통령, 최 전 부총장, 최순실 씨가 함께 몸 담았던 곳이다. 박 대통령이 32년 동안 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최 전 부총장은 이사를, 최 씨는 재단 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다. 한국문화재단은 2012년 박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해산됐다. 재단이 박 대통령 사조직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었다. 재단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뒤로 지역구인 대구 달성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최 전 총장은 재단 청산을 도맡았고 자산 13억 원은 육영재단으로 넘어갔다. 당시에도 박 대통령과 재단은 ‘연설문 대필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었다. 박 대통령이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면서 발표한 탈당 선언문을 박 대통령 의원실이 아닌 재단에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때문에 한국문화재단은 정윤회 씨가 이끌던 박 대통령 비선 라인 ‘신사동팀’의 거점으로 지목 받기도 했다. 재단의 역대 이사진도 친박 일색이었다. 최 전 부총장뿐 아니라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가운데 한 명인 변환철 중앙대 교수도 이사진 중 한 명이었다. 또 경북대 총장을 지낸 김달웅 이사는 친박 성향 교수 모임으로 알려진 ‘바른사회하나로연구원’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8일 “재단 이사 출신인 김달웅 씨는 비영리법인 한국청년취업연구원 설립을 허가받은 뒤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프로젝트 사업에 개입해 정부지원금 6000만 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재단 이사 출신인 변환철 씨는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됐다가 논란이 일어 철회됐다”고 했다. 한편, 재단은 1979년 삼양식품 창업자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인재 양성과 학술·문화 진흥, 국제 학술·문화 교류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명덕문화재단’의 후신이다. 이듬해인 1980년 전 회장 등 삼양식품 관계자 전원이 물러나고 대신 박 대통령이 이사장에 올랐다. [민] |
GSDN 설립 진짜 목적…반기문 지원사격 위한 단체? 2015년 글로벌새마을포럼은 GSDN을 만들었다. 당시 출범 행사엔 정부 전·현직 정부 고위 관계자와 유엔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GSDN이 새누리당 잠룡으로 떠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원 사격을 위한 단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5년 행사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영상축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럭 나가자 전 유엔사막화방지협약기구 총장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맡았다.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과 이현숙 유엔아시아태평양정보통신교육원장 등도 참석해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2016년 글로벌새마을포럼도 비슷했다. 임형준 유엔식량계획 한국사무소장,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전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전 사장은 유엔식량농업기구 한국협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엔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 농어업정책위원장과 여의도연구소 고문을 지낸 바 있는 박 대통령 측근 인사다. 또 당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인요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민원기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디지털경제위원회 부의장), 이돈구 전 산림청장(현 영남대학교 박정희새마을대학원 특임석좌교수), 최 전 부총장의 동생인 최영출 충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최 소장은 2015년 대통령 직속의 자문 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의 민간 위원에 위촉된 바 있다. 김인 한국국제협력단 이사, 김인식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등 한국국제협력단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반기문 총장과 전 유엔 인사, 그리고 현 정부 인사까지 관련된 법인이 사무실과 직원도 없는 유령법인과도 같은 상태로 있다. 박근혜 정권의 지원 아래 반기문 총장 조직을 지원하려던 계획이 ‘최순실 게이트’로 잠정중단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