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추천위 장악…이사회 의결 없이 출연한 의혹으로 고발돼 낙관은 못해
황창규 KT 회장. 사진=KT 홈페이지
KT는 최고경영자(CEO)인 회장이 이사회의 의장을 맡지 않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아 선진화된 지배구조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KT 회장은 사실상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임명권은 물론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장악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KT 회장은 회사의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고 추천인은 결격 사유 등 이변이 없는 한 이사회 동의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다. 회장은 사내이사가 아닌 임원의 경우 바로 선임할 수 있다.
KT는 회장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CEO추천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3년 임기의 KT 회장 임기 만료 최소 2개월 전에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데 구성원 모두 현직 회장이 사실상 임명해 연임에는 거리낄 게 없는 셈이다.
회장의 연임 횟수도 정관에서 찾아볼 수 없어 회장이 정권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력만 있다면 무제한 연임도 가능한 셈이다. 이러한 내용의 KT 정관 제정은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이뤄졌고 내부 일각에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손일곤 KT 새노조 사무국장은 “남중수 전 사장 시절에는 전임 사장도 CEO를 추천할 수 있어 현재에 비해 개방적이었다”며 “정관을 개정한 이석채 전 회장이 연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도 논란 끝에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 전 회장 연임 이전에 새로운 KT 회장으로 누가 될 것인지 하마평이 나왔어야 했는데 그런 적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창규 회장도 2014년 취임 이후 현재까지 이사진을 자신의 친위 체제로 교체했다”며 “현행 정관상 CEO추천위원회가 회장 후보를 공모한다고 해도 정권 외압 등 외부 변수가 없는 한 회장이 연임할 뜻이 있다면 아무런 난관이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KT는 2002년 8월 민영화됐지만 CEO는 정권에 맞는 사람으로 바뀌고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 수순을 밟았다.
서울 강남구 소재 미르재단. 사진=박정훈 기자
황창규 회장도 연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가 실소유주인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18억 원을 이사회 의결 없이 출연했다는 의혹으로 투기자본감시센터·약탈경제반대행동·KT새노조로부터 증뢰(뇌물 제공),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또한 황 회장은 차은택 씨 측근인 이동수 전 전무와 신혜성 전 상무보를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뜻”이라는 요구를 받아 취업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차은택 씨가 실소유한 광고업체인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 이민석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미르재단 설립 전후 KT 이사회를 보면 미르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결의한 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며 “황창규 회장은 재무구조 악화로 회사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르재단 등에 출연금을 제공해 배임 횡령 혐의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 본인이 아직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아 그의 연임을 논하는 것은 섣부른 상황이다”며 “검찰 조사 중인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