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괴담 재조명…특혜 의혹 차움의원은 박 대통령의 ‘시크릿가든’?
# 차움의원 등장에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 의혹 증폭
차움의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이후다. 최근 해당 병원이 최순실·순득 자매가 최근까지 거주했던 청담동 피앤폴루스에 위치해 있으며, 최 씨 자매는 물론 박 대통령까지 이 병원을 드나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차움의원은 이미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2014년 10월 17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찌라시’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게시글을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해 이상한 찌라시가 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청담동 차움의원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는 글을 봤다. 국가 원수가 자국민 수백 명이 수장될 위기에 한가롭게 마사지를 받고 있었겠느냐. 구체적인 병원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찌라시를 만들어 내다니”라고 전했다.
당시 게시글을 접한 이들은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소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차움의원이 엮인 정황이 포착되자 해당 게시글은 1만 5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네티즌의 ‘성지’가 됐다. 현 상황을 예언한 듯한 게시글에 네티즌들은 “성지순례 왔다”며 댓글로 소원을 빌거나 2년 전에 해당 의혹을 제기한 것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 YTN뉴스 캡처.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고발뉴스’의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이 매체는 “최 씨가 정기적으로 의사와 청와대에 동행해 박 대통령에게 리프팅 시술을 해줬다”는 지인의 인터뷰와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멘트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의들은 당시 박 대통령의 사진에서 시술의 흔적을 찾았다. 박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술은 ‘매선침’으로 얇은 리프팅실 100여 개를 피부에 넣어 리프팅 효과를 주는 것이다. 해당 시술은 보톡스 등 다른 시술에 비해 오랫동안 통증이 이어져 프로포폴 등 수면유도제를 주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피부과 시술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11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정상집무를 봤으며 15차례에 걸쳐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 등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사가 발생한 지 7시간이 지난 오후 5시 15께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통령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고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박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보고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 ‘길라임’의 시크릿가든…강남 병원 특혜 의혹
<일요신문>은 11월 초 ‘최순실-최순득-박근혜 억대 회비 의료센터 고객이었다’ 제하의 단독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바 있다. 차움의원 측은 당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병원 회원이고 병원을 자주 출입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최 씨 자매를 통해 대리 처방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최 씨 자매의 차움의원 진료기록에는 ‘박대표, 대표님, 안가, VIP, 청’이라는 단어가 29회 기재돼 있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을 통해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을 이용했다는 관계자의 인터뷰도 등장했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당선 전인 지난 2011년 1월부터 7월 중순까지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차움의원 VIP시설을 이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차움의원을 이용했다. 차움의원에는 실제로 ‘시크릿가든’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평균 30만~40만 원이 드는 이용료를 전혀 수납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차광렬 회장(차병원그룹 총괄회장)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했다”고 밝혔다. 관계자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박 대통령은 차움의원과 모기업 차병원그룹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셈이다.
<일요신문>은 앞서의 단독기사를 통해 차움의원의 정부 특혜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월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업무보고를 민간기업인 차병원그룹의 연구소 ‘차바이오 컴플렉스’에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차병원이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2024년까지 192억 원의 국고 지원을 받게 됐으며, 7월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체세포 복제배아연구’의 조건부 승인을 얻어냈다. 또한 차병원은 지난해와 올 해 박 대통령의 중국-이란 해외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해당 특혜 의혹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차병원 사안은 관련 법령과 예산 등 통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것이며, 최순실 특혜와 관련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일요신문>은 각종 의혹에 대해 차움의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답변을 주지 않았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길라임’부터 ‘강모연’까지…박 대통령은 드라마 광? 박근혜 대통령이 차움의원에서 사용한 가명 ‘길라임’은 2010~2011년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이다. 차움의원의 5층 피트니스 존에는 실제로 ‘시크릿가든’이 존재한다. 한 회원에 따르면 ‘시크릿가든’은 회원들의 쉼터로 사용하는 실내정원으로, 밤에는 VIP들의 파티 장소로 쓰이기도 한다. 박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온라인 상에서는 ‘박근혜-길라임 평행이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길라임’캐릭터 사이의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극중 길라임이 어릴 때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친구와 한집에 살며 의존하는 점 △길라임의 직업이 대역배우 겸 스턴트우먼이라는 점 △길라임이 ‘유체이탈’로 영혼이 바뀐다는 점 등을 꼽으며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 의지하고 꼭두각시 역할을 했으며, 평소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거나 “혼이 비정상”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비꼬았다. 더불어 길라임의 한자가 ‘옷 벗을 라’ ‘생각할 임’이라는 점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뜻하고, 길라임의 팔에 새겨진 용문신이 미르재단 로고와 비슷하다는 점 등도 평행이론에 꼽혔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박근혜-길라임 평행이론’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있다. 사진출처=온라인커뮤니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드라마광’이자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원은 <시크릿가든>에서 길라임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으나 최근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남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 현빈의 경우 지난해 6월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헌시 ‘옥토’를 낭송한 바 있다. 지난 11일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갑수 문화평론가는 “박 대통령이 예능인들의 이름을 많이 안다고 했다. 연예계, 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있단 얘기는 TV를 많이 보는 거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은 “(박 대통령이) 밤 8시 이후에는 일정 안하시고 TV만 보신다”고 거들었다. 한편, 박 대통령이 ‘길라임’ 이후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캐릭터 ‘강모연’을 따라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방문 당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태양의 후예> 속 송혜교가 분한 여주인공 ‘강모연’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태양의 후예>를 언급하며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