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로렌스 등 피해자 100여명…이게 웬 떡? 킬킬~ “클릭한 당신도 유죄”
2014년 8월 31일이었다. 이미지 사이트인 ‘4챈’(4chan)을 중심으로 수많은 여성 셀러브리티들의 사적인 사진이 대량 유포된다. 사람들은 이 사진들을 부지런히 인터넷 이곳저곳에 퍼 날랐고 SNS는 들끓었으며 ‘이머저’(Imgur)나 ‘레딧’(Reddit)은 확산의 중심이 되었다. 이른바 ‘셀렙게이트’ 혹은 ‘패프닝’(fappening)의 시작이었다. ‘패프닝’은 마스터베이션의 속어인 ‘팹’(fap)과 ‘해프닝’(happening)이 합성된 신조어. 심하게 말하면 ‘자위용 사진 대소동’을 의미하는, 지극히 여혐적인 용어였다.
제니퍼 로렌스
그 사진들은 아이폰을 사용하는 셀러브리티들이 찍은 것들이었다. 찍힌 사진은 자동으로 아이클라우드에 백업이 되는데, 해커들은 그 서버에 접근한 것. 이른바 ‘피싱’(phishing)이라는 방법으로, 이메일을 통해 구글이나 애플 같은 신뢰할 만한 기업인 것처럼 가장해 접근해 개인 정보를 빼내는 것. 그 정보를 이용해 접속한 후 사진을 다운로드 받은 것이다. 유출은 8월 31일이었지만, 적어도 2주 전에 빼낸 사진들이었고 스스로를 ‘컬렉터’로 불렀던 해커들은 그 전부터 몇몇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받고 사진을 파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 이후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사건이 터지고 일주일이 지난 9월 7일이 되어서야, 사진들이 주로 나돌던 ‘레딧’은 저작권법에 의거해 이 사진들이 모여 있는 서브레딧을 폐쇄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일단 너무나 명백한 사진 앞에서 인정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23세의 나이에 두 개의 오스카를 수상했고 <헝거 게임> 시리즈의 헤로인이었으며, <엑스맨> 시리즈의 미스틱으로 유명한 제니퍼 로렌스는, 그녀의 퍼블리시티가 본인이 맞다는 걸 인정하면서 이후 ‘셀렙게이트’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다이 하드: 굿 데이 투 다이>(2013)에서 맥클레인 형사의 딸로 등장했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트위터로 인정했다. 제시카 브라운 핀들리, 케일리 쿠오코 그리고 키어스틴 던스트 등도 어쩔 수 없었다.
뮤지션 질 스콧은 한두 장은 맞는데 나머지는 페이크라고 밝혔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부정했지만 너무나 명확했다. 배우 빅토리아 저스티스도 부정하다가 이후엔 소송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문제는 체조 선수 맥케일라 마루니였다. 사진을 찍을 당시 그녀는 미성년자였던 것이다.
보안 전문가인 닉 쿠브릴로비치가 사진뿐만 아니라 메시지, 일정, 주소록, 전화번호 등도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가운데 2014년 9월 20일에 2차, 26일에 3차 유출이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사람들 외에 <룸>(2015)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브리 라슨을 비롯해 테레사 팔머, 리아 미셸, 크리스틴 리터, 오브리 플라자 등의 배우들이 곤욕을 치렀다. 케이트 업튼이나 알리 마이클 같은 모델을 비롯해 미국 여자 축구팀 골키퍼인 호프 솔로도 마찬가지였다. 킴 카다시안, 앰버 허드, 에이브릴 라빈, 에밀리 브라우닝, 힐러리 더프, 리한나, 스칼렛 요한슨, 셀레나 고메즈, 바네사 허진스, 위노나 라이더 등은 부인했지만 사람들은 의심했다.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되자 반응들이 잇따랐다. 사건의 피해자는 아니었지만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코멘트들이 나왔다. 배우인 레나 던햄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네티즌들에게 “관련된 모든 사진을 보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은 사진 유출뿐만 아니라 사진에 달린 잔인한 댓글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패프닝’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이 심각한 상황을 사소하게 만든다며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애플의 CEO 팀 쿡은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고, 피해자 중 한 명인 제니퍼 로렌스는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 그녀는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든지 그 사진을 보는 사람은 성범죄자이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마틴 싱어라는 변호사는 구글에 소송을 걸며, 검색에서 제공하지 못 하도록 요구했다.
FBI의 장기적인 수사가 시작되었고,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조금 더 된 10월에 시카고에서 에밀리오 헤레라라는 남자를 검거해 그의 컴퓨터 여러 대와 휴대전화와 외장하드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하지만 그는 해커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고, 2016년 3월 펜실베이니아에서 라이언 콜린스를 추가로 검거한다. 그는 18월형을 언도 받았다. 8월엔 시카고에서 에드워드 마저칙이라는 남자를 체포했다. 그들은 모두 ‘피싱’ 방법을 통해 사진을 다운로드 받았던 범죄자들. 서로 조직되어 있진 않았고, 각자 그런 짓을 저질러 사진을 유출시킨 해커들이었다. 이외에도 더 많은 범죄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후 더 검거되진 않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