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박흥식 코치에게 “메이저리그행에 대한 꿈을 접어야겠다”고 심경을 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의 분위기는 이승엽의 메이저리그행을 ‘빨간불’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한국시간) 이승엽의 에이전트인 존 김이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언론의 ‘성급한’ 보도를 비난하면서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또다시 ‘파란불’을 켜고 나오자 현지 기자들은 물론 국내 취재기자들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승엽의 행보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존 김은 26일 이승엽과 함께 오클랜드구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접 존김과 통화한 한 스포츠신문 특파원을 통해서도 확인한 내용이다. 그러나 존 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오클랜드를 방문할 계획이 없는 데다 (이승엽에 대한) 영입 의사도 보이지 않은 팀이라면서 종전의 멘트를 순식간에 뒤집었다.
실제로 이승엽의 ‘오클랜드행’이 알려졌을 때 현지 기자들 사이에선 존김의 이 같은 행동이 다분히 LA 다저스를 염두에 둔 ‘시위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오클랜드가 기존의 1루수인 해태버거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FA 명단에 올리지 않고 있고, 구단 관계자가 해태버거와의 재계약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엽이 오클랜드와 만족할 만한 협상을 벌이지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존 김은 이승엽의 국내 잔류를 바라는 일부 세력에 의해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 관련 기사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존김은 이 발언은 이승엽의 입장을 대신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라고 명시해 의문을 낳기도 했다.
이승엽은 23일(한국시간) 박흥식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존 김이 내 문제로 고생한다. 이미 난 마음을 접었지만 존 김이 여러 가지로 메이저리행을 모색하고 있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 응할 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쉽사리 결정나지 않을 것 같은 이승엽의 ‘꿈’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