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성 곤충이 증가하고 희귀종들이 발견되는 등 다양성 증가한 것으로...
[울진=일요신문] 김재원 기자 =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남성현)이 동해안 산불 피해지에서 지난 15년동안 일어난 곤충들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 초지성 곤충이 증가하고 희귀종들이 발견되는 등 다양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은 고성, 강릉 삼척, 울진 등 지역에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82배에 달하는 산림을 황폐화시켰다.
산불이 나면 모든 생태계가 파괴되리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산불은 곤충의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동해안 산불피해지에서 딱정벌레목 곤충의 변화를 정리한 결과, 420여 종에 달하는 곤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 종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희귀종이었으며 산불 피해지에는 꽃에 날아드는 하늘소가 많아지고 법정보호종인 왕은점표범나비가 증가했다. 산불 피해지에서 나타나는 곤충의 종 다양성 증가는 산불로 인해 만들어진 초지가 초지성 곤충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산림교란 지표종’ 4종과 ‘산림회복 지표종’ 4종을 선발했다. 곤충들은 종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는데, 산불의 경우에도 산불로 인한 교란이 심할수록 개체수가 증가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감소하는 종들도 있었다. 산림생태계의 변화양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산림교란 지표종으로는 애먼지벌레, 콩잎벌레, 레나아드우단풍뎅이, 검정넓적밑빠진벌레가 선정됐으며 산림회복 지표종으로는 붉은칠납작먼지벌레, 렌즈소똥풍뎅이, 윤줄바구미, 솔곰보바구미가 선정됐다. 산불, 산사태, 바람피해, 모두베기 등 산림교란은 그 특성이 비슷한 만큼, 이번에 선정된 지표종들은 다양한 산림교란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 연구결과를 정리한 ‘동해안 산불피해지역 딱정벌레목 군집의 변화’, ‘동해안 산불피해지의 곤충’ 책자를 발간했다. 곤충들은 작기 때문에 눈에는 잘 띄지 않으나 화분매개, 식물확산, 물질순환, 야생동물의 먹이원, 천적, 토양의 통기, 토양생산성 증가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생태계가 건강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책자는 동해안 산불피해지에서 관찰된 수많은 곤충들의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들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 귀중한 생태연구 자료일 뿐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자연교육교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권태성 박사는 “역설적이게도 산불이 산림에는 재난이지만 곤충의 삶에는 도움이 된다”면서 “산불로 인한 초지의 형성은 이들 초지성 곤충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여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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