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한반도 진출 출발점” “미국한텐 반대급부도 못 얻고…” 비판론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일요신문 DB
GSOMIA는 군사 기밀을 국가 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국가 간 교환할 비밀의 등급과 제공 방법, 보호 원칙, 정보 열람권자의 범위, 파기 방법 등을 정한다. 이번 한일 GSOMIA 체결로 대한민국은 일본으로부터 극비·특정 비밀 정보를 제공받고, 일본은 대한민국으로부터 2급 이하의 군사비밀 정보를 받는다.
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선 대한민국은 백두(신호), 금강(영상) 정찰기가 수집한 감청·영상정보를 일본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일본은 해상초계기 77대, 광학레이더 등 다양한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등을 빠르고 정밀하게 수집할 수 있다.
한일 GSOMIA가 박근혜 정부 들어 갑자기 논의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2011년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의 추진’에 합의하며 급물살을 탔지만 일본군 위안부 합의,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체결 막판 무산됐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을 체결, 미국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 등 군사 정보를 공유해왔다. 하지만 반드시 미국을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신속성과 정보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방부는 10월 27일 GSOMIA 재추진을 발표하고 27일 만인 11월 23일 협정을 끝맺었다. 이를 두고 ‘졸속 협약’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국방부가 협정 과정에서 여론 수렴 및 동의를 거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또 GSOMIA 체결 후속 조치로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가 탄약·연료·식량 등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당시 일본과의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추진과정에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함께 논의된 바 있다. 일부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은 ‘한일 GSOMIA 체결 무효 추진 모임’을 결성하고 협정 폐기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국의 현장을 목격하는 마음, 처참하다. 북한 침공 5년 전까지 일본은 한반도 침략국이었다. 일본은 아직도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독도 도발로 침략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그런 일본에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일본군대를 공인하는 군사협정이라니…”라고 했다.
박희인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전 본부 집행위원장도 “국방부가 지금 내세우는 논리는 사실상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사드만 봐도 북핵이나 미사일 방어에 실효성이 없다고 인정하는 자료들이 있다. 국방부가 실무적 검토나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협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입장이 나뉘고 있지만 체결 과정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번 협정은 기술적인 부분만 갖고 얘기할 수 없는 문제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및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일본 군대가 한반도에 발을 내딛게 하는 출발점인 셈이다. 국민 정서적으로도 맞지 않는데다가 시급하게 체결됐다. 국방부는 최대한 동의를 갖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굳이 일본과 맺어야 하나 회의적인 입장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GSOMIA에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북핵 대비를 위해 GSOMIA는 필요한 조치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인적 정보는 뛰어나지만 기술정보는 약하다. 일본은 정찰기, 고성능 통신 감청기 등이 발달돼 있다. 이렇게 기계적인 정보 자산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GSOMIA가 추진된 것이다. 다만 GSOMIA로 미국이 얻는 점이 더 많기 때문에 미국에 반대급부를 얻는 협상을 했어야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게다가 국민들과의 합의 과정도 없었다.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일부에서 번지고 있는 우려에 대해서 “국방부가 시원하게 얘기한 적이 없어,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 GSOMIA는 양국이 정보를 필터링한 뒤에 선별적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정보의 등가성은 ‘외교력’ 문제라는 말이다. 일각에서 GSOMIA로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온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는데 양국 법령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할 일이 없다. 외국군의 한반도 진두는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일본 또한 해외에 파병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추진과정에서 나름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해와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드린다”고 전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