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KIA는 선수가 감동할 만한 제안을 했다”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로 꼽힌 최형우가 사상 최초로 100억 원 시대를 열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는다. 연합뉴스
―먼저, 그동안 최형우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다소 이른 시기에 국내 잔류를 결정했고, 팀도 삼성이 아니라 KIA와의 계약이라 의아하다는 시선도 있다.
“기본적으로 최형우 선수는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했다. 실제 메이저리그 몇몇 팀들과는 진지하게 협상을 진행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주위에서 나이와 적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보니 선수 자신이 해외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무엇보다 KBO리그 팀들에서 최형우 선수가 남아주길 바랐다. 삼성은 물론 KIA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입 제안을 해왔기 때문에 선수 스스로 해외 진출에 대한 마음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FA 협상을 오래 끌고 싶어 하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빨리 계약 문제를 매듭짓고 훈련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삼성이 아닌 KIA였다. 몸값에 차이가 많이 났던 건가.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금액적인 면에서 이견이 있었다, 없었다는 내가 말하기가 어렵다. 실질적인 협상을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예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액보다 더 큰 건 선수가 내년 시즌부터 다른 분위기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펼쳐나가고 싶어 했다. 삼성에서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았고, 나름 라이온즈 선수로 최선을 다한 부분도 있었다. 제2의 야구인생이 시작되는 것인 만큼 한 번쯤 새로운 팀에서 도전해보고자 했던 의지가 컸을 것이다. 삼성에서 나오긴 했지만 서로 감정적인 어긋남 없이 잘 마무리했다고 들었다. 삼성도, 선수도 서로 아쉬워하면서 헤어진 걸로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KIA와 4년에 100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는데 이 금액이 축소 발표됐다는 의혹이 있다. 진실이 무엇인가.
“흠…, 이 부분은 내가 답할 게 못된다. 내가 협상 테이블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구단에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단과 선수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그렇다면 삼성과 KIA가 비슷한 금액을 제시했다는 가정 하에 최형우가 KIA로 가게 된 건 앞서 말한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인 건가.
“난 삼성이 최형우 선수에게 얼마를 제시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KIA가 선수에게 어떤 태도로 접근했고, 어떤 내용의 제안을 했는지에 대해선 얘길 들었다. 내가 최형우였어도 KIA로 갔을 것 같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최형우 선수를 영입하려 나섰다. 선수도 감동했을 정도로 말이다.”
―에이전트로서 최형우가 해외 진출을 접은 데 대해 아쉬움은 없나.
“선수들마다 각자의 꿈이 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를 꿈꾸고 있다 해도 현실적인 조건을 따졌을 때 그걸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는 게 맞다. 특히 최형우 같은 경우엔 젊은 선수들과 달리 야구할 날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금전적인 대우를 받고 기량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최형우 선수가 국내에 잔류한 데 대해선 전혀 아쉬움이 없다.”
―FA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부 FA 선수들의 몸값이 실제 기량보다 상당히 높게 책정돼 있는 건 사실이다. 어느 점에선 일본의 FA 선수들보다 더 많이 받는 선수들도 있다. 특히 한국의 프로야구 시장과 인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건 맞다. 하지만 이런 관점에서 한 번 바라봐주길 바란다. 일본 선수들은 프로 3, 4년차만 돼도 실력이 뛰어나다면 연봉이 2억 엔(21억 원) 또는 3억 엔(31억 원) 이상을 받는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특 A급을 제외하곤 6억, 7억 원 수준이다. 물론 일본과 KBO리그의 시장 구조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숫자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우리 선수들이 9년의 시간을 보내고 FA가 돼 50억 원 이상 받는 게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KBO리그 FA 선수들의 몸값은 그동안 적게 받은 연봉을 보상 받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FA 선수들의 몸값에 거품인 낀 건 인정한다. 그 거품을 없애려면 프로 선수들의 전체적인 연봉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이건 좀 다른 질문이다. 현재 차우찬도 김 대표가 에이전트를 맡아 해외 진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차우찬은 외국에 진출하나? 아니면 한국에 잔류하나.
“한 가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는데 차우찬 선수가 일본에만 관심을 두고 있진 않다. 차우찬은 일본이든 미국이든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최형우하고는 상황이 다르다. 차우찬은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외국에서 뛰려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차우찬과 관련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건가.
“차우찬으로부터 해외 이적을 의뢰받은 지 2주 정도 지났다. 현재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열심히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선 차우찬이 일본행을 선호한다고 알고 있어 그 오해를 푸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는 지금쯤 결론이 나와야 한다. 차우찬이든, 양현종이든 정말 필요로 한다면 12월 가기 전에 어느 정도의 그림이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오승환 선수를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시키면서 일본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접촉했었는데 그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일찌감치 마무리한다고 하더라.”
―차우찬 선수의 메이저리그행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너무 늦게 시작해서 구단들과 충분히 교감할 시간이 없었다. 최형우는 2년 동안 작업했었고, 지난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여하면서 구단들과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차우찬은 이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 실제 입단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