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하면 불도저 엎어진다’ 강약 코치
▲ 경영인 이미지가 강한 이명박 후보에게 정치인의 색깔을 덧입힌 사람은 이 후보의 친형 이상득 부의장과 최시중 전 회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이 후보의 멘토 두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들여다보았다.
이명박 후보의 멘토는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회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은 이 후보가 가장 확실하게 의지하는 후견인이자 캠프 내 최후의 해결사다. 이 후보가 당내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정치권의 시선은 이 부의장에게로 향했다.
이 후보가 강경책으로 치달을 때나 비 타협으로 나가려 할 때 ‘온건한’ 그의 형이 동생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이 후보는 그런 형의 조언을 그대로 믿고 따랐다. 지난 4·25 재·보선 패배 뒤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당 쇄신안을 이 후보가 받아들인 배경엔 이 부의장의 조언이 있었다. 이 부의장은 경선 룰을 놓고 박 전 대표 측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당이 있어야 주자도 있다’며 이 후보의 화합 결심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상득 부의장은 이 후보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 부의장은 정책위의장-사무총장-원내대표 등 다섯 차례의 당직과 5선을 거치면서 국회의 대표적인 ‘온건 논리파’로 통했다. ‘말이 통해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는 ‘거칠 것 없이 내달리는’ 동생에게 브레이커 역할을 했다. 또한 여야 할 것 없이 두루 인심을 얻은 이 부의장 덕분에 당심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균형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당내 안착에도 도움을 주었다.
▲ 이상득 국회부의장 | ||
불교계 인맥이 두터운 주호영 의원이 이 후보 캠프 참여를 망설일 때 가장 크게 끌어당긴 사람이 바로 이 부의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때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전여옥 의원이 돌아서는 데에도 그의 역할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두 사람이 평소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상득 부의장이 ‘알아서’ 활동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 부의장은 동생이 가는 방향과 멀찍이 떨어진 지역으로 지원 활동을 나간다. 조금이라도 동선이 겹치면 그에게로 시선이 쏠리게 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의장은 일체의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있다. 동생을 위해선 ‘앞에 나서지 않는’ 게 가장 확실한 도움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후보에게 이상득 부의장은 피를 나눈 형제지간이라면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은 사회의 정을 가장 돈독히 나눈 또 다른 네 살 위 ‘형’(70세)이다. 사실 이 후보는 최 전 회장을 친형 이상득 부의장의 소개로 만났다. 최 전 회장과 이상득 부의장은 50년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1957년 나란히 서울대에 입학해 만났다. 최 전 회장은 정치학과, 이 부의장은 경제학과 출신으로 동향(경북 포항)인 것이 인연돼 곧 친해졌다고 한다.
최 전 회장은 졸업 후에도 동아일보 기자로서 코오롱에 다니던 이 부의장과 회사가 가까워 만남을 지속해오다 자연스럽게 이 부의장의 동생이었던 이명박 후보와도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당시 이 후보는 현대건설 최연소 사장 등의 경력으로 한창 잘나갈 때였지만 형 친구였던 최 전 회장에게만은 항상 깍듯하게 대했다고 한다.
▲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 ||
최 전 회장은 이 후보가 경선 전 도덕성 문제로 막 어려움을 겪을 무렵인 지난 7월 이 후보의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전격 합류한 바 있다. 당시 그의 직책이 한국갤럽 회장인 것이 문제가 돼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여론기관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 전 회장은 이번 선대위 인선에서도 요직을 맡았다. 직함은 전략담당 고문이고 비공식 최종의사결정기구인 6인회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이번 선대위 구성에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 후보에게 힘을 많이 보탠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라 보안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최 전 회장은 사석에서 종종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내가 이 나이에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느냐”는 말을 가끔 한다고 한다. ‘거칠 것 없는’ 이 후보에게 최 전 회장은 가장 따끔한 멘토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