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에 특혜 주고 거물 학부모 인맥 쌓고…
경복초는 연간 학비가 1000만 원이 넘는 명문 사립초등학교로 학부모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편이다. 경복초 홈페이지 갈무리.
검찰은 지난 11월 20일 공소장을 통해 최 씨가 케이디코퍼레이션(케이디)이라는 회사에 특혜를 줬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디 이 아무개 대표는 정유라 씨가 졸업한 경복초등학교 학부형이다. 최 씨는 학부모 모임에서 이 아무개 대표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씨는 경복초 학부모회장을 맡았었다.
최근에는 지난 2013년 경복초 학부모 회장을 맡았던 하 아무개 씨가 최 씨와의 친분을 통해 스포츠토토와 순천향대 등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 씨 역시 경복초 학부모회를 통해 최 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복초는 연간 학비가 1000만 원이 넘는 명문 사립초등학교다. 경복초는 학교 안에 발레실과 오케스트라 합주실은 물론이고 수영장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 최 씨 딸 정유라 씨는 이미 지난 2009년 경복초를 졸업했다. 최 씨는 유라 씨가 경복초를 졸업한 이후에도 경복초 재학생 학부모들과 꾸준히 인맥을 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디 이 대표도 유라 씨가 이미 경복초를 졸업한 이후 최 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언론 보도에는 이 대표가 유라 씨 친구의 부모인 것처럼 소개됐지만 이 대표의 자녀는 경복초를 다녔을 뿐 유라 씨와는 아무런 친분이 없고 유라 씨보다는 한참 어리다는 것이다.
최 씨는 유라 씨 때문에 이 대표와 친분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학부모 모임에서 이 대표를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대표는 77년 생으로 유라 씨와 동갑인 자녀가 있으려면 10대에 자녀를 낳았어야 한다.
최 씨는 유라 씨가 경복초를 졸업한 지 이미 7년이 지난 시점에 경복초 교감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3월 경복초 재단법인 사무실을 찾아가 자신이 싫어하는 교사가 교감으로 승진됐다는 이유로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최근까지도 경복초 측과 어떤 이해관계에 얽혀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2013년 자녀가 경복초를 졸업한 A 씨는 “교사 인사에 학부모가 항의하는 경우도 없지만 이미 자녀가 학교를 졸업한 상태에서 항의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경복초가 워낙 명문이고 유별난 학교이긴 하지만 절대로 평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 씨는 학부모들이 자녀가 졸업한 후에도 재학생 학부모들과 계속 인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 같은 경우에는 자녀가 졸업한 후 학교에 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경우도 있다고 들은 적은 있다”면서 “경복초 학부모들은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은 자녀가 졸업해도 재학생 부모들과 친분을 쌓고 싶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 씨는 정 씨가 경복초를 졸업하고 진학한 선화예술중학교에서도 학부모회장을 하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최 씨가 선화예중 학부모회장이 되는 것에 실패한 이후 더욱 경복초 인맥에 집착하게 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최 씨가 이처럼 학부모 모임에 집착한 이유는 우선 유라 씨에게 여러 가지 특혜를 주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교육청이 유라 씨가 다닌 학교들을 특별 감사한 결과 유라 씨가 출결 및 성적 처리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유라 씨는 청담고 3학년 시절 단 17일만 출석했지만 국가대표 훈련 참석에 의한 공결처리를 받았다. 그런데 출결내역에는 유라 씨가 해외로 출국한 날짜에도 국내에서 훈련에 참석한 것으로 기록 되어 있었고, 보충학습 결과도 허위로 작성됐던 사실이 밝혀졌다.
선화예중 시절에도 유라 씨는 승마대회 참석 등을 이유로 무단 결석을 했지만 학교는 출석이나 질병 결석으로 처리했다. 경복초의 경우는 출결기록의 보관기관이 지나 자료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를 장악하면 교칙을 유라 씨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권한도 생긴다.
최 씨가 학부모 모임에 집착한 또다른 이유는 다양한 인맥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권에 개입하려면 사람이 필요할 텐데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직함도 없던 최 씨가 새로운 인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복초 학부모들은 대부분 사회적 지위가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유라 씨가 졸업한 후에도 학부모 모임에 나가면서 여러 가지로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 씨가 이미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중 2명에게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 씨가 학부모 모임에서 누굴 만났고 그들에게 특혜를 준 사례는 또 없는지 철저하게 살펴봐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학부모회 운영에 대해 관련 학교들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학교들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학교들은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어 직접 찾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당시 모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간사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