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후원자의 눈가에 어느새 촉촉한 이슬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선물받은 대학생 칭칭. 가장 갖고 싶은 것들이었다.
오 선생이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양곤공항으로 나갑니다. 칭칭도 나가고 싶어 해 같이 마중을 나갑니다. 저는 양곤을 떠나 만달레이에 있기에 밤새 버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오 선생은 미얀마에 처음 옵니다. 그간 네팔의 가난한 한 대학생을 정성스레 돕는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지만 칭칭과는 첫 만남입니다. 그도 늦은 나이에 야간대학을 다니는 만학도입니다. 기계공고를 졸업하고 가난한 집안을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다보니 사업이 안정된 이제사 공부를 더 합니다. 오 선생과 칭칭은 둘 다 경영학과 2학년입니다. 이심전심이랄까요. 그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학생들을 남몰래 도와주고 있는 걸 제가 압니다. 배낭을 둘러메고 그가 공항 도착 게이트를 혼자 나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배낭 안에는 칭칭에게 줄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들어 있었습니다. 칭칭은 이 두 가지를 가장 갖고 싶어 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사가지고 오셨으니 칭칭은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이것을 주고 싶어 이 먼 나라에 혼자 직접 온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이튿날 칭칭이 사는 공동체를 방문하고 고등학생들 몇몇과 함께 양곤 시내를 다닙니다. 아웅산 테러사건이 있었던 국립묘지 추모현장도 가보고 양곤항구에서 큰 배를 타고 건너편 달라섬도 같이 구경했습니다. 깐도지 호숫가에서 점심도 먹으며 깔깔대며 얘기도 나눕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즐거운 시간입니다. 저녁 어스름이 지며 우리가 탄 택시 안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갑니다. 한국 노래, 미얀마 노래, 그리고 아바의 노래. I have a dream. 오 선생도 따라 부릅니다. 제 마음도 뭉클해집니다.
학생들과 ‘아웅산 테러’ 추모비 앞에서. 우산을 든 이가 각각 오 선생과 칭칭이다.
오 선생은 공동체들과 이웃을 둘러보고 많은 선물을 주고 갔습니다. 아이들과 엄마들만 남아 사는 곳에는 미싱을 사주었습니다. 여기 엄마들은 미싱 한 대만 있으면 자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칭칭을 보기 위해 왔지만 많은 동생들을 보고 안쓰러워 운동화와 티셔츠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제가 있는 만달레이까지 올라가 저희 한국어교육센터에 부족한 컴퓨터를 채워주었습니다. 많은 것을 베풀고 갔습니다.
오늘 칭칭이 오 선생님께 편지를 써왔습니다. 감사의 인사입니다. 글씨가 이젠 제법 예쁩니다. 영어는 잘하지만 한국말은 아직 서툴러 요즘은 제가 소개한 한국인 기업에 매주 토요일 나가 공부를 합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학생 칭칭이 오 선생에게 한국어로 쓴 감사편지.
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저희들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지가 벌써 보름이 지났어요. 가족들과 평안하시죠? 저희들도 잘 있습니다.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노트북으로 요즘 한글타자를 연습하고 있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그간 휴대폰이 없었는데 이젠 페이스북도 사용하고 있어요. 동생들도 예쁜 옷을 입고 기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학기가 시작되어 저는 이제 2학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학비로 제가 대학을 다닐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게 주신 하늘의 축복입니다. 동생들과 사는 이곳은 때로는 슬픈 일도 있지만 늘 행복합니다.
선생님과 함께하던 맛있는 깐도지 호숫가의 식사, 차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부르던 노래들이 생각이 나요. 선생님에게도 두 자녀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우리를 사랑하시니 참 고맙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하길 바라요. 저에겐 꿈이 있고 경제학을 선택한 이유가 있어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어 공부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2016년 12월 5일 칭칭 올림
칭칭의 편지를 보며 오 선생과 공항에서 헤어지던 날이 생각납니다. 그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키 큰 애 삐양, 대학도 못가고 공부도 안한다던데… 한국어 취업시험은 꼭 합격하라고 하세요. 우리 회사서 꼭 채용하겠다고 전해주시고요. 그리고 키 작은 졸업반 여학생 니앙은 이번에 의대 합격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꼭 전해주시고요! 이렇게 말하며 출국장 입구로 들어서는 그의 눈가는 축축히 젖어 있었습니다. ‘사랑의 기쁨’은 국경 너머 ‘만남의 기쁨’으로 이어져 모두가 행복했던 계절이었습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