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게 교회 담임목사 ‘직계 세습’ 강행 논란도 재부상 조짐
재2대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된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사진=연합뉴스
최성규 목사의 인사 직후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 목사의 과거 행적이 다시 구설에 올랐다. 최 목사는 2012년 8월 7일, 5.16군사쿠데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은 신문광고를 개제한 바 있고, 2013년 6월27일에는 ‘생명과 피로 지킨 NLL(북방한계선)을 괴물이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는 제목으로 우 편향적 신문광고를 개제해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2014년 7월 30일에도 신문광고를 통해 “나라 전체를 4월 16일에 멈추게 하려고 합니다”고 언급해 그 의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선 최 목사의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을 두고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측은 이번 인사를 ‘국론대분열위원장 임명’으로 명명하며 즉각적인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인사를 두고 “국민대통합 정책의 수장을 막말과 분열을 유발하는 인물에게 맡기는 청와대야말로 ‘분열유발자’”라고 즉각 비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한 파장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번질 기세다. 불교계는 12월 1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회원종단 명의로 최성규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종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자기사람 챙기기가 금번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에서도 일말의 반성이나 개선 과정 없이 반복 되고 있다”며 “불교계는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최 목사에 대한 기독교 내부 반응도 심상찮다. 무엇보다 최 목사가 지난해 11월 22일 장남 최 아무개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직계 세습한 사실이 다시 한 번 회자되면서 도덕적인 자질론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주축이 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측은 이미 지난 2013년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순복음교회의 세습 시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인천순복음교회 측은 당시 ‘교단이 정한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통상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결국 2015년 11월 22일 교회는 최 목사의 장남을 후임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2015년 11월 세반연 측은 인천순복음교회 직계 세습 철회 입장을 전하기 위해 최성규 목사와 면담을 가졌다. 사진제공=세반연
<일요신문>과 만난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인천순복음교회가 속한 기하성 교단은 세습방지규정이 없고 공동의회(20세 이상의 입교인들)를 대신해 제직회(안수집사 참석회의)를 통해 목회자 청빙 승인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신도들의 의사결정에 목회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조”라며 “세습은 수 년 간의 기획 하에 이뤄진다. 최 목사의 장남 역시 교회 내에서 유일하게 부목사 직위(실제 기하성 교단에는 공식적인 부목사 직위가 없다)를 갖고 주일설교를 해왔다. 장남 청빙 이후 번복할 여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 목사의 자질론이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임명 강행 무리수를 둔 배경을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 동안 최 목사의 친정권적 행보에 대한 ‘보은’ 측면이 강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 목사는 지난 2006년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이 ‘컷터칼 테러’를 당하자 병문안을 한 바 있으며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신천지 연루설 차단에 적극 협조한 바 있다. 최 목사는 지난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원로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2005년 12월 당시 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최성규 원로목사(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인천순복음교회 측은 앞서 세월호 유족과 관련한 최 목사의 발언에 대해 “최근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 정확한 사실 확인과 문맥의 진의를 왜곡하고 특정 문구만 확대 해석하여 인신공격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일에 대해 심히 우려를 표한다”며 “(앞서 두 차례의 신문광고는)세월호의 아픔과 슬픔이 내일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교회 측은 “최 목사는 4월 20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급회에 세월호 피해자 돕기 성금 5000만 원을 기탁했으며 유족 빈소에 조문하기도 했다”라며 “또한 세월호 유족들을 위한 촛불기도회를 주관하고 성도들과 안산 재래시장을 찾아 구매운동을 하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갖고 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