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잃었는데 보상은 800만원…‘일반 사병에 아군 지뢰라서?’
지난 7월 강원 철원군 GOP 인근서 지뢰 사고를 당한 김 아무개 일병.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7월, 강원도 철원에서 복무하던 김 아무개 일병은 철원 철원군의 GOP에서 인근 댐 수문 주변의 부유물을 건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전날 비가 내림에 따라 이뤄진 작업이었다.
한참 작업 중이던 김 일병의 발밑에서 M14 대인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졌다. 김 일병은 급히 국군 수도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무릎 아래 오른쪽 다리를 잃게 됐다.
이후 김 씨는 아들이 의족 착용연습과 재활을 하던 중 국군 수도병원으로부터 의무심사와 의병제대에 대한 안내를 듣게 됐다. 그는 “장애보상금 800만 원과 제대 후에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보는 것 외에 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일반 병사는 직업군인이 아니기에 군인연금법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도 그를 절망케 했다.
김 씨는 “아들을 입대시킬 때와는 달리 이제는 제대하라고 외면받고 있는 처지”라며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보상방법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안타까운 아들과 앞으로 입대할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달라”고 주장했다.
김 일병의 사연을 소개한 글은 그의 누나가 최초로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김 일병의 누나는 “청와대 관계자나 재벌 아들은 꽃보직에서 군 생활을 하는데 금수저로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어 “배우라는 꿈을 가지고 진심으로 노력해온 동생의 모습을 지켜봤기에 더욱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이 부산이라 병원이 있는 서울과 왕래가 힘들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어머니의 사연도 전했다.
김 일병의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며 국방부에서도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방부는 지난 12월 2일 입장을 밝힌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김 일병의 경우 보훈처 심사를 거쳐 매달 보훈 급여를 수령할 예정”이라며 “보험 급여 5급 판정을 받을 경우 135만 원이 지급된다”는 예시를 들었다.
또한 국방부는 “장애보상금 800만 원은 ‘군인연금법’에 의해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나라사랑카드와 협약해 최대 3000만 원의 상해후유보상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부상 장병에 대해 적절한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관계자도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일반 사병은 보상방법이 없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법’, ‘보훈보상 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에 의해 보상 받을 수 있다”며 “김 일병의 경우 보훈 심사에서 5급 판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병들로부터 모금된 위로금도 전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어머니 김 씨는 이 같은 국방부의 해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국방부의 해명 글을 봤다”며 “마치 아들이 이미 5급 판정을 받은 것처럼 금액까지 명시가 돼 있는데 아직 어떤 판정이 내려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떤 금액으로도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심사 결과 국가유공자가 되면 한 달에 135만 원이 지급되지만 이에 못 미치는 보훈 대상으로 지정되면 80만 원으로 금액이 떨어진다. 또한 김 씨는 “다른 장병들이나 사기업에서 제공되는 것이 아닌 국가가 아들을 책임져주길 원한다”고 했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목함지뢰 도발 사고의 경우 부상 정도에 따라 각각 약 7000만 원과 1억 원을 보상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기업에서의 위로금 기부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지난해 사고를 당한 분과 계급 차이가 있어 보상금액도 차이가 크다”며 “전상을 당한 그분들과 달리 아들은 아군 지뢰를 밟아 공상이 됐다. 지뢰도 골라서 밟아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사고로 부상을 당한 부사관 2명은 치료 이후 군 당국의 배려로 부대가 재배치돼 복무를 이어 나가고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당시에도 보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군에서 치료비를 지원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부상자가 스스로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가 큰 이슈로 떠오르자 관련법 개정으로 군 복무 중 부상 치료비용은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김 일병도 치료비는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상금과 관련해선 유야무야 넘어가며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국회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뢰 피해자가 심사에 따라 국가로부터 최대 2000만 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민간인 지뢰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김 일병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