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처방 의혹 터지자 해방 병원 임시 휴업
박태환 선수가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일요신문] 김종 전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지난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김 전 차관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의혹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더 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태환이 2015년 네비도를 투약한 것이 최순실 씨와 관련이 있다는 것. 당시 박태환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 병원에서 금지약물이 포함된 주사를 맞은 것이 드러나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8개월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과연 이번 의혹 역시 사실로 드러날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2월 9일 박태환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하며 2관왕을 꿰찼다. 이런 희소식을 전하는 시기가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협박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드러난 직후라 박태환에게 ‘잘 이겨냈다’, ‘역시 박태환’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은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청문회에서 “박태환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는 네비도 투여가 최순실게이트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의혹의 내용은 박태환의 출전을 막기 위해 일부러 새로운 의사를 소개해 도핑 테스트에서 문제가 되는 네비도를 투약했다는 것. 12월 4일 한 언론은 박태환 측에서 이러한 의혹을 제기해 수사를 요청했고 검찰이 박태환의 주사제 투입이 최 씨와 관련이 있는지를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후 박태환 측 소속사 팀지엠피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해명했다.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환 측의 부인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박태환은 2013년 10월 말 미용 컨설턴트인 A 씨의 소개로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안에 있는 T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이 병원은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원장으로 있었고 노화방지 클리닉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다. 박태환은 이 병원에서 의사 김 아무개 씨를 소개받고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2014년 아시안게임을 두 달 앞두고 박태환은 도핑테스트 금지약물인 ‘네비도’를 투여받았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박태환 측은 당시 “카이로프랙틱(척추교정) 진료 후 주사 성분 등을 수차례 확인했고 병원에서 문제가 없는 주사라고 확인해줬다”고 해명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시안게임 메달 박탈과 1년 6개월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였다. 당시 박 씨와 의사 김 씨에게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박태환의 출전을 막기 위해 네비도를 주사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면서 당시 네비도를 처방한 의사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면 박태환과 그의 매니저는 아시안게임 도핑테스트를 앞두고 있어 금지약물이 주사제에 포함되는지를 수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의사 김 씨는 네비도는 체내에 있는 성분이라 문제가 없다고 재차 말했다. 또 김 씨는 의료행위 내용과 의견에 대한 상세한 기록도 서명도 없었다. 결국 박태환에게 네비도의 성분과 부작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투여해 근육통과 체내 호르몬 수치 변화를 일으켜 건강이 침해되는 상해를 입힌 혐의로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이기 위해 주사를 놨고 테스토스테론이 금지약물인지 몰랐다. 선수가 주의했어야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김 씨는 불구속 기소됐지만 의료법 위반 혐의만 인정됐다.
김 씨가 운영했던 병원은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영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병원이 위치한 호텔을 찾았지만 일주일간 휴업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휴업을 시작한 시점은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다. 호텔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휴업을 하겠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한 것이라 휴업의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지점이 청담동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곳에서 원장 김 씨가 근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답을 받지는 못했다. 이 병원은 호텔 내에 위치한 만큼 상위 1% 고소득자가 주 고객이다. 얼마 전 상위 1%가 즐겨 찾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용했다는 병원으로 알려진 차움의원과 겹쳐진다. 박태환은 당시 스타마케팅의 형식으로 무료 진료를 받았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미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8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에게 3년 동안 국가대표 선발에 제한을 두겠다는 처벌을 마련해 이중처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에다 김 전 차관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를 IOC 선수위원 자리에 앉히기 위해 금메달 확보가 유력한 박태환의 출전을 방해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전 차관은 스위스 로잔에 국제스포츠협력거점 구축을 시도하는 등 스포츠 외교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체육 전문가들은 정유라 IOC 선수위원 만들기 의혹은 억지스러운 주장이라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선출직 IOC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이다. 또 선수위원의 첫번째 조건을 올림픽 출전이다. 정 씨는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2024년이 돼서야 IOC 선수위원 선거에 나갈 수 있다. 2024년을 지금부터 준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그때 되면 정 씨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김 전 차관의 임기도 한참 끝나 있을 때라는 것. 또 올림픽 메달이 선수위원 출마의 우선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선출된 선수위원 모두 금메달리스트인데 정 씨의 종목인 승마는 올림픽에서 입상할 정도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따라서 박 씨의 네비도 투약이 정 씨의 IOC 선수위원 선출을 위한 계획이었다는 의혹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