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수정당 명분 비박계와 한배 탄다 소문…‘반+안+무’ 창당설도
일요신문 DB
12월 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스테판 유엔 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일부 단체나 개인들이 마치 저를 대신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보도되고 있다. 저는 이들 누구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 최근 누차 밝혔듯이 임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총장직 수행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불거진 ‘반기문 신당창당설’을 일축한 것이다.
반 총장은 신당 창당을 공식 부인했지만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2월 8일 기자와 만난 반 총장 최측근은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단지 ‘친하다’ 정도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반 총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깝다. 노 전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과 유엔 사무총장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정당 생활을 한 적도 없다. 꼭 어떤 당을 가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당 선택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반 총장이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가에선 “친박계 의원들이 반 총장을 꽃가마에 태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조원진 이장우 등 핵심 친박계 의원들은 여러 차례 ‘반기문 대망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당내에선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박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로 친박이 폐족 소리를 듣고 있다. 반 총장이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대선에 나올 수 있겠나. 친박 진영이 도저히 반 총장을 옹립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반 총장도 자신이 그쪽과 인연을 둬서는 불리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 총장 지지율이 폭락한 시점에서 ‘반기문 신당 창당설’이 등장한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실제로 반 총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12월 1주차 여야 19대 대선 주자 지지도 주중동향에 따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23.5%)가 1위를 차지했고 반 총장(18.2%)이 뒤를 이었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한 11월 1주차부터 반 총장에 6주째 우위를 점하고 있다. 4주째 연속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한 이재명 성남시장(16.6%)도 반 총장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이번 주중집계는 2016년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1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조직이 없는 반 총장이 친박의 조력 없이 어떻게 신당을 창당하고, 대선을 치르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최측근은 “유불리를 따질 필요가 없다. 역대 대선에서도 지지율이 많이 나온 1등 주자도 전부 나가 떨어졌다. 반 총장은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본다. 각 분야에 유능한 사람들이 많다. 반 총장은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조직을 다질 수 있는 분이다. 히딩크도 진짜로 잘하는 선수를 뽑아 월드컵 4강에 갔지 않았나. 정치는 팀플레이다. 짧은 시간에도 대선 조직은 얼마든지 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반 총장과 비박계 간 연대설도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요인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의 다른 당직자는 “여권에서 보수세력을 결집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된 이후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고 할 수 있는 대선주자가 없다는 뜻이다. 김무성 전 대표도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결국 쪼개질 수밖에 없다. 친박과 갈라선 비박들이 신당으로 헤쳐모여 반 총장과 한 배를 탈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한 비서 역시 “탄핵이 됐어도 친박 의원들은 절대로 당을 나갈 리 없다. 오히려 이들은 비박계 의원들을 윤리위에 제소해 강제로 탈당시킬 수도 있다. 뛰쳐나간 비박계 의원들과 김 전 대표가 ‘신보수정당’을 명분으로 반 총장과 합종연횡을 한다면 신당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탄핵 정국을 이끌어낸 비박계의 좌장 김 전 대표와 반 총장의 연대가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선 ‘반+안+무’ 창당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반 총장과 김 전 대표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함께 신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당직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도도 폭락했다. 오히려 이재명 시장이 안 전 대표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안 전 대표가 반 총장과 김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물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지만 우리 당은 새누리당과 선을 그은 상태다. 안 전 대표가 그들과 연대를 논할 수 없다. 탄핵 정국 이후 ‘반안무’ 연대가 새정치가 맞냐는 국민적 저항에도 부딪힐 수 있다. 또 국민의당은 현실적으로 야권의 호남당이다. 어떻게 반 총장과 연대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반기문 신당창당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허성무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은 신당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1월에 뉴욕에서 날아와 착륙할 기착지가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쪽도 힘들어졌고 비박쪽에 확실한 둥지를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다. 김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이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판을 키워놓으면 반 총장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