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정 원장도 ‘출장중’…유명세는 다소 부풀려져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원장을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키자”며 김성태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에게 이를 요청했다. 또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2월 16일로 예정된 청와대 경호실 현장 조사 때 정 원장의 참석을 의결했다. 정송주 원장을 중심으로 그날의 비밀이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오후 8시 10분쯤 직원의 비호를 받으며 퇴근 중인 정송주 원장.
<한겨레>가 12월 6일 “세월호 참사 날 박근혜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했다”고 보도한 뒤 정송주 원장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보도에 따르면 정 원장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2014년 4월 16일 정오쯤 청와대의 연락을 받았다. 약 1시간 뒤 청와대로 들어가 약 90분에 걸쳐 대통령의 올림머리 손질을 맡았다. 박 대통령이 오전 11시 23분 “미구조 인원 315명이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높다”는 국가안보실의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침을 내리지 않은 그때였다.
정송주 원장은 평소 오전 일찍 청와대에 방문해 대통령 머리를 손질한 뒤 토니 앤 가이 청담점으로 출근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실제 지난 7일 정 원장은 동 트기 전 성남시 분당의 자택에서 출발해 사라진 뒤 오전 10시쯤 청와대 인근 경복궁역에서 택시 타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7일 오후 8시 10분쯤 정 원장은 미용실을 나와 남편의 차를 탄 뒤 자택으로 향했다.
평소뿐만 아니라 주요 외교 순방 때도 정송주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동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 원장이 운영하는 토니 앤 가이 청담점은 정 원장의 출장 때마다 주요 고객에게 ‘원장 예약 불가 일정’을 문자로 보냈다. <일요신문>이 해당 문자를 입수해 정 원장의 출장 날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년 1개월간 정 원장의 출장 횟수는 총 11회였으며 이 가운데 10회는 대통령의 국외 순방 등 외교 일정과 정확히 일치했다.
<정송주 토니 앤 가이 원장 출장 문자 내역>
정송주 원장의 출장 일정 11번 가운데 지난해 8월 3일부터 6일까지 잡혔던 출장만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의 국외 순방 일정과 일치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 시기에 포함되는 지난해 8월 3일 오카다 가쓰야 일본 민주당 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났으며 4일에는 국무회의를 참석했다. 5일에는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 구간 철도 복원 기공식’에 참석했고 6일에는 대국민 담화를 가졌다.
수년 넘게 이 미용실을 다닌 한 단골 고객은 “세월호 사태 이후에는 쏙 들어가긴 했지만 정송주 원장은 늘 ‘내가 박근혜 대통령 머리를 해준다’는 자랑을 했었다. 그 외에도 돈 많은 사모님과 대사관 사모님 이야기를 주로 꺼냈다”며 “박 대통령이랑 멀리 갈 일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뒤에는 꼭 출장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한편 청담동 미용업계에선 정송주 원장이 최근 2~3년 사이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최근 건물을 새로 올렸으며 유명 연예인들도 이곳을 자주 찾으며 사세가 급격히 확장됐다고 알려져 있었다. 자연스레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으로 사업이 크게 번창했다는 추측이 더해졌다.
하지만 소문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토니 앤 가이 전국 26곳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나뉘어 체인점 형태로 운영됐다. 기업화된 직영점이 아니었으며 정송주 원장이 운영하는 청담점도 정 원장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세 들어 영업하는 형태였다. 신사동의 토니 앤 가이 아카데미는 법인이었지만 영업처는 임차한 상태였고 외부 감사 대상이 안 될 정도로 매출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몇 달 전 아카데미가 있는 건물을 구입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확인 결과 해당 건물의 소유주는 따로 있었다. 따라서 건물 매입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오후 8시 10분쯤 청담동 자신의 미용실을 빠져나가는 정송주 원장과 남편 김대식 대표.
스타급 연예인 다수가 토니 앤 가이 청담점을 이용한다는 소문도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정송주 원장은 자신이 담당했던 톱스타 14명의 이름을 밝히며 스스로를 홍보해왔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14명 중 3명의 헤어 및 메이크업 담당자와 확인한 결과 정 원장의 이름은 물론이고 헤어 숍 브랜드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또한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청담동 헤어 디자이너 업계에서도 정 원장의 유명세나 연예계 인맥은 그리 넓지 않았다. 토니 앤 가이 관련 제품을 홍보한 바 있는 연예인 및 모델 역시 통화에서 대부분 “소속사에서 진행한 판촉행사여서 들고 사진만 찍어 브랜드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정송주 원장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월 토니 앤 가이는 한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공식 후원한 바 있었다. 하지만 해당 패션쇼기획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여러 브랜드에 후원 요청을 보낸 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토니 앤 가이와 패션쇼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기획자는 통화연결 직후 정송주 원장 이름을 묻자 알아 듣지 못했으나 토니 앤 가이의 원장이란 사실을 알려주자 그제서야 정 원장을 안다고 답했다. 해당 디자이너 패션쇼 관계자는 “여러 업체에 협찬 요청을 했고 그 가운데 토니 앤 가이와 했을 뿐이다. 실무진 외 관계는 특별히 없으며 정 원장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