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도 기술도 비료도 ‘K-스타일’
[일요신문] 양파와 치즈. 한국에선 일상으로 먹는 농산물이자 식품입니다. 이곳 미얀마에도 즐겨먹는 식품재료입니다. 하지만 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양파가 한국과 달리 알이 작아서 손질하는 데 힘이 듭니다. 게다가 저장시설이 별로 없어 어느 때는 아주 비쌉니다. 치즈도 마트에서 팔지만 모두 수입품이라 너무 비쌉니다. 젊은이들이 그렇게 먹고싶어 하는 피자도 치즈가 비싸니 대중화가 되질 못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산 굵은 양파와 치즈 생산에 도전하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삔우린 양파농장에서 한국산 양파를 시험재배하고 있는 서요셉 군.
양파는 기온이 13도에서 28도 사이에서 잘 자란다고 합니다. 이 나라 샨주(Shan State)는 이렇게 선선한 지역이 있어 잔 양파를 많이 키웁니다. 샨주 삔우린의 작은 마을. 농사를 지으며 사는 이곳에 한국의 30대 청년 서요셉 군이 한국산 양파를 시험재배하고 있습니다. 이 청년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지만 부모님이 사는 전남 무안군에서 양파농장과 양파즙 공장에서 5년간 일했습니다. 무안은 양파가 유명한 고장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양파재배의 노하우를 익히며 대를 이어 농사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이곳 마을사람들은 한국의 농업기술과 접목이 되길 절실히 바랍니다. 지난해에 이 나라에 와 기후와 토양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4000여 평의 밭에 한국의 굵은 양파의 씨와 모종을 뿌리고 심었습니다. 시험재배가 끝나면 인근 1만 5000여 평에 본격적으로 한국의 양파를 재배하고 수확하게 됩니다. 이곳은 연중 2모작 이상을 할 수 있고 굵은 양파는 대도시의 마트에서 비싸게 팔릴 것입니다. 삔우린은 중국 국경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중국으로 유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도시의 도로에는 미얀마 농산물을 실은 트레일러들이 줄지어 중국 국경으로 갑니다.
이곳 양파농사의 관건은 퇴비와 비료입니다. 퇴비로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비료로 잘 성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쿨러로 물을 보충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한국의 기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마을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도와주고 지켜봅니다. 이 나라에 맞는 퇴비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일꾼들도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숙제를 안고 서요셉 군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병찬 교수가 양곤 공과대학에서 한국식 피자를 실습하고 있다.
미얀마의 역사적인 유적지 잉와(Inwa)는 1364년부터 1841년까지 버마의 여러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입니다. 이 마을은 목축을 많이 하기에 우유가 생산되는 곳입니다. 이 나라에서 치즈생산을 꿈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인 이병찬 교수입니다. 코이카에서 양곤 공과대학에 파견된 식품가공분야 방문교수입니다. 잉와는 치즈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마을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잉와 치즈피자’ 브랜드입니다. 이 마을을 한국의 유명한 치즈생산마을처럼 만들어주자는 구상입니다. 이곳엔 미얀마 스타일의 치즈공장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치즈와는 다릅니다. 환경을 정비하고 마을사람들에게 정통 치즈제조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피자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도 실습해야 합니다. 하지만 난관이 있습니다. 많은 우유를 필요로 하는데 그렇지가 못합니다. 소와 염소들을 그냥 방목하여 키워서 살도 찌지 않고 우유량도 많지가 않습니다. 한국의 목축기술과 사료기술이 필요합니다.
젖소의 품종을 바꾸고 우수한 사료가 공급된다면 풍부한 우유가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치즈생산은 원활해집니다. 1리터의 우유는 피자치즈 100그램을 만든다고 합니다. 풍부한 우유가 공급된다면 수입에만 의존하는 이 나라에도 국산치즈를 통해 외화를 크게 절감할 것입니다. 잉와마을은 가난한 마을입니다. 주변에 강이 흐르고 호수가 있어 자주 홍수가 납니다. 목축방법을 개선하고 우유생산을 늘려 치즈를 생산하는 마을로 거듭나길 주민들은 꿈꾸고 있습니다.
삔우린과 잉와. 이곳에 한국산 양파마을과 치즈마을이 탄생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이 나라는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를 만들지 못합니다. 이것을 잘 만드는 한국을 동경합니다. 또 농업국가이기에 농업기술도 뛰어난 한국의 협력을 절실히 기대합니다.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려는 두 한국인. 낯선 이국땅에서 펼치는 그들의 도전과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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