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공부라도 펼쳐봤으면…”
▲ 신창원. | ||
탄원서에 따르면 현재 대전교도소측은 신씨에게 ‘아직 형량이 15년이나 남았는데, 학사고시는 봐서 뭣하느냐”며 시험의 기회도 박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지난 2년 전부터 교도소 안에서 공부를 시작해 고입검정고시와 대입검정고시를 연이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재 전북에 살고 있는 신창원의 누나가 얼마 전 <여성동아> 최호열 기자에게 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호소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최 기자는 “신씨는 99년 검거된 이후 청송교도소에 수감되면서 뒤늦게 공부에 푹 빠져든 모습이었다. 지난해 면회했을 때 그는 재소자의 신분상 대학 진학이 불가능한 만큼, 독학으로 공부해서라도 학사 학위를 꼭 취득하고 싶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그래서 본인의 희망대로 지난해 12월 대전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청송교도소는 독학사 학위 취득 시험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반면, 대전교도소는 이 시험을 준비하는 재소자들을 모아 공부를 가르치는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막상 신씨가 대전교도소로 이감된 이후 공부는커녕 흉악범만 수용하는 독방에 가둬진 채로 속앓이만 하고 있다는 것. 신씨의 누나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동생이 하루에 한 번 주어지는 운동시간 외엔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마음껏 움직일 수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퇴행성 척추질환을 앓고 있고, 여러 가지 소화기관 질병은 물론 심각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눈물지었다.
▲ 신창원이 교도소 내에서 법무장관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보낸 편지 일부. 직접 쓴 장문의 편지엔 늦은 공부에 대한 염원이 구구절절 담겨 있었다. | ||
신씨에 따르면 현재 그가 수감되어 있는 사동은 지난해 한 재소자가 교도관을 살해해서 충격을 줬던 ‘그 곳’으로 알려졌다. 그 이후 텅 빈 이 곳에 현재 수감된 재소자는 신씨 자신을 포함해 3명뿐이라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교도관을 살해한 당사자와 역시 올해 초 돌로 다른 재소자의 머리를 찍어 재판중에 있는 재소자라는 것. 이들 두 사람 모두 수차례 정신병동을 들락거렸을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한 상태라고 한다.
신씨의 당초 계획은 지난 3월20일 실시된 학사고시 1단계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조차도 갖지 못했다. 그는 현재 공부를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전교도소측은 “지금 상황은 신씨가 처음 들어왔기 때문이며, 앞으로 그의 수감생활 태도를 지켜보고 단계적으로 규율을 풀어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교도소 관계자는 “상대는 신창원이다. 그는 언제든지 탈옥할 우려가 있는 재소자다. 그를 독방에 가둔 이유는 신창원이 다른 재소자들에게 그 자신을 스스로 미화하려 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형량이 아직 15년이나 남았는데 학사고시는 봐서 뭣하느냐. 형량이 5년쯤 남았을 때 공부해도 늦지 않다”며 “다만 독방에서도 본인이 원하면 공부는 할 수 있으며, 내년에 학사고시 시험을 치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