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만 특급배우 tvN ‘도깨비’로 여심 저격 ‘로코킹’ 탈환
공유는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영화 <부산행>으로 1150만 관객을 모으며 ‘1000만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곧이어 개봉된 영화 <밀정> 역시 75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두 영화 만으로 1900만 관객과 만났다.
하지만 공유의 진면목은 12월에 들어서며 드러나기 시작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가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공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는 우락부락한 모습의 도깨비는 온데간데없고 우수에 젖은 눈빛과 롱코트가 썩 잘 어울리는 공유가 도깨비의 기존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혔다.
tvN 드라마 ‘도깨비’ 홍보스틸 컷.
공유는 이미 ‘로코킹’(로맨틱 코미디의 왕)의 자리를 한 차례 거쳐 갔다. 2007년 방송된 MBC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커피라는 소재를 통해 신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 특히 공유가 연기했던 최한결은 남장여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다가 “네가 외계인이어도 상관없어. 갈 데까지 가보자”는 대사와 함께 키스를 나누는 모습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후 군입대했던 공유는 복귀 후 사뭇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그의 복귀작은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 <도가니>였다. 군복무 중 공지영 작가의 원작 소설을 접한 공유는 소속사를 통해 이 작품을 영화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고, 결국 소속사가 직접 원작 판권을 구입해 스크린으로 옮겼다. 이후 영화 <용의자>와 <남과 여>를 거치며 주로 충무로에서 활동하던 그는 올해 <부산행>과 <밀정>을 만나며 꽃을 피웠다.
<부산행>에서 공유는 좀비를 상대로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틋한 부정을 드러냈다. 한국형 좀비물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이 영화에서 공유는 혼자 돋보이려 노력하기보다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로서 각각의 캐릭터를 유기적으로 이으며 1000만 흥행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행>에서 좀비라는 소재가 도드라졌다면 <밀정>에서는 김우진이라는 캐릭터와 함께 공유라는 배우 자체에 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특히 그는 이정출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와 투톱을 맡아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다. 업계 내에서는 “송강호를 따라가기만 해도 성공”이라 내다봤을 정도로 부담스러운 역할이었지만 공유는 ‘송강호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디며 <밀정>의 한 축을 훌륭히 담당했다.
두 영화가 공유에게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관객수와 흥행으로 설명할 순 없다. 이는 공유에게 ‘투자가 되는 배우’ ‘배급사가 붙는 배우’라는 가치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단순하게 ‘인기=티켓파워’라 볼 수 없다. 대중적 인기를 넘어 배우로서 그의 연기를 볼 가치가 있어야 대중은 지갑을 연다”며 “공유는 <부산행>과 <밀정>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영화 ‘부산행’ 홍보 스틸 컷.
그리고 이제 <도깨비>다. 이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 <시크릿가든>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다. 김 작가는 일찌감치 공유를 주인공으로 낙점하고 러브콜을 보냈다. 이미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김 작가의 여러 작품의 주연 자리를 제안 받았으나 고사했던 공유는 깊은 고민 끝에 주인공을 맡았고, 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
<도깨비>는 시작과 동시에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드라마는 3회 만에 전국 시청률 12.47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동안 tvN에서 방송된 전체 드라마 중 <응답하라 1988>(18.803%), <시그널>(12.544%)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조만간 <시그널>을 넘고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등극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유가 있다. 그가 극 중 맡은 역할은 939년을 살아온 김신. 한때 충직한 무장이었으나 온몸을 다해 충성을 맹세했던 주군의 질투와 배신으로 죽임을 당한 후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살아오고 있는 인물이다. 이 칼을 뽑아내고 자신의 영면을 책임질 도깨비 신부를 기다리며 살아왔던 그가, 정작 올해 19세인 고3 도깨비 신부를 만난 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920세 연하인 여성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공유의 연기는 디테일하다. 재채기와 가난, 사랑은 결코 숨길 수 없듯이 아무리 막으려 해도 샘솟는 사랑의 감정 때문에 울고 웃는 도깨비의 모습은 공유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배가된다.
위험에 빠진 도깨비 신부를 구하려 홀연히 나타나 자동차를 반으로 가르고, 캐나다 퀘벡을 그리워하는 신부를 위해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초월해 그녀를 캐나다로 이끌어 밥을 먹인다. 하지만 고작 맥주 두 캔을 마신 후 헤롱거리며 자신의 마음을 은근히 고백하고, 술에서 깬 후에는 자신이 벌여놓은 행각에 어쩔 줄 몰라서 동동거리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을 반하게 만들었다.
<도깨비>의 관계자는 “공유는 여주인공 김고은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동욱과 만드는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로 주목받고 있다”며 “‘도깨비’ 초반 인기 돌풍의 핵심은 단연 공유”라고 전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