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은사가 종교시설 용지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음식점 간판이 뚜렷하게 보인다.
[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전남 구례 지리산 일원에 위치한 천은사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혈세로 만든 지방도 통행세를 받는 등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되고 있다.
천은사는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5호로 지정돼 있다.
문제는 이처럼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문화재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천은사 소유의 사유지라는 이유를 들어 과도한 재산권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지리산을 찾는 탐방객을 상대로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산1-22번지 임야가 천은사 소유 토지라는 이유로 사찰 탐방을 하지 않는 관광객을 상대로 강제로 통행세를 걷고, 통행세를 내지 않으면 돌아가라는 식의 행패를 부리고 있다.
통행세 수익에 대해 밝힌 적이 없는 천은사가 발행한 영수증에는 입장권이라고 표기돼 있다.
특히 발행일자가 없는 2매의 영수증에는 일련번호가 순차적으로 기록돼야 하나, 858671·858751로 표기된 무늬만 영수증인 입장권이 발행되고 있어 천은사가 통행세 수익을 누락·은폐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한 지난 2010년 12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천은사와 전라남도를 상대로 통행방해 금지 등 청구 소송이 제기된 후 2013년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재판부는 ‘도로 부지 일부가 천은사 소유라고 하나,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라며 통행료 징수가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은사의 전횡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일반국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국유지 및 임야·전답을 불법점거하거나 불법으로 형질을 변경해 사찰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종교시설 건축물로 허가를 득한 후 일반 음식점 영업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불법점유 중인 국유지는 방광리 산1-19번지 유수지로 면적 1,573여㎡를 농어촌공사로부터 임대차계약도 하지 않았다. 국유재산법에 명시된 영구시설물(아스팔트포장)을 설치하지 못하는 법령을 위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임야·전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면적은 8,700여㎡로 이 면적에 포함 된 토지는 산이나 전·답으로 용도에 맞게 토지를 활용해야 하나, 천은사는 방문하는 탐방객들의 주차장으로 불법으로 형질을 변경했다.
사찰은 비영리단체로 국가로부터 문화재 관리명분으로 혈세는 받고, 수익에 따르는 세금은 내지 않는 비합리적인 구조인 셈이다.
이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이는 방광리 63-4번지 지목 ‘종교시설’ 내 음식점영업은 사찰의 도덕적 수준을 보여주는 단면의 하나로 해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연환경보전법 제15조에 의하면 전이구역에서만 음식ㆍ숙박ㆍ판매시설의 설치에 관한 행위를 허용하기에 국립공원 내에는 할 수 없다.
또 구례계획조례 별표 23에 따른 건축행위로는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종교집회장으로서 지목이 종교용지인 토지에 건축’ ‘종교시설로서 지목이 종교용지인 토지에 건축’이라고 명시돼 음식점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자연공원법 제18조 공원문화유산지구는 ‘불교의 의식, 수행, 생활, 교화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 및 그 부대시설의 신축, 증축, 개축 등 건축행위가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구례군을 비롯한 관련기관의 행정지도가 전무한 상태다.
구례군청 관계자는 “2016년8월19일 천은사휴게소식당(일반음식점)운영 허가를 식품위생법에 의해 국립공원남부관리사무소 문의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해줬다”하며 “지목 무단형질변경은 오래전 일어난 일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확인이 어려우며, 관의면 방광리 산1-22번지 지방도 861호선은 전라남도가 개설했고, 도로개설시 천은사의 비용 부담 및 동의 여부는 알 수 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천은저수지가 85년도에 준공돼 천은사가 국유지를 무단사용하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며 “문제의 유수지는 공사와 임대차 계약 한 것은 없으며, 30여 년간 이어진 관례에 따라 지금까지 사용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이상 현장실사 후 법이 정한 규정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지리산국립공원 관계자는 “86년도 건설부 고시에 의해 공원 주차장으로 지정됐고, 천은사(문서번호: 2011년10호)가 2011년 2월 22일 지리산국립공원 측에 주차장 폐지요청을 요구해 2012년 환경부 고시에 의해 주차장 부지에서 폐지된 곳”이라고 확인해줬다.
이어 “탐방객들을 위한 주차장은 부대시설로 봐야하며, 식당운영은 국립공원에서 할 수 있는 편의시설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지적전문가의 자문에 의하면 주차장을 용도 폐지한 이유를 추정하면, 공원문화유산지구에 속한 토지가 주차장으로 지정될 경우, 천은사는 건축행위 등 재산권 행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원칙을 따진다면 용도폐지 된 임야·전답은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본지는 천은사의 입장을 듣기 위한 노력으로 취재공문 및 전화를 수차례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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