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남수 전 재독한인회장 18대 대선 당시 무궁화포럼 독일지부 간부 맡아…최씨 관여설
검찰에 출두하고 있는 최순실 씨.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윤 전 회장과 최 씨는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최 씨의 독일 생활을 10년 넘게 도와준 유석준 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형이 최 씨와 엮이게 된 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부친인 윤남수 전 독일한인회장이 ‘도와주라’고 강권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 씨 증언에 따르면 최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 씨는 오히려 ‘최 씨를 돕는 일은 돈이 안 되고 시간만 낭비된다’며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진짜 최측근은 데이비드 윤이 아니라 윤 전 회장이었던 셈이다.
18대 대선을 1년가량 앞두고 있던 2011년 9월 독일에서는 ‘글로벌무궁화포럼’이란 단체가 창립된다. 글로벌무궁화포럼은 박 대통령 지지단체인 무궁화포럼의 해외조직 격이다. 윤 전 회장은 글로벌무궁화포럼 독일지부에서 고문 대표직을 맡았다.
윤 전 회장은 재독한인회장을 맡긴 했지만 이전까지는 전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 윤 전 회장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 지지단체의 간부를 맡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궁화포럼은 4선 의원을 지낸 박재홍 전 의원이 만든 조직이다. 박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장조카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오빠다. 하지만 박 전 의원 측은 글로벌무궁화포럼은 박 전 의원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해외지부를 설립하겠다는 요청이 있어 박 전 의원은 승인만 했다는 것이다.
글로벌무궁화포럼의 대표는 새누리당 해외동포분과위원장을 지낸 이 아무개 씨가 맡았다. 이 대표는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데 정작 글로벌무궁화포럼은 독일에서 지부가 최초로 설립됐다. 이 또한 최 씨의 영향력이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최 씨는 10여 년 전부터 독일을 오가며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등 독일을 근거지로 삼고 활동해왔다.
이 아무개 글로벌무궁화포럼 대표는 “글로벌무궁화포럼은 대선 직후 해체됐다. 박 대통령만을 위해서 일했다.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 이후 우리 단체에서는 아무도 영전되지 못했다. 다들 자기 돈 써가면서 일했는데 불만이 많다”면서 “독일 지부는 권 아무개 지회장이 실무를 맡았고 윤 전 회장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윤 전 회장이 최 씨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최 씨에 대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새누리당에 오래 있었으니까 (2007년 대선 경선) 청문회 때도 이름이 나와서 알고 있었다. 그냥 ‘최태민 딸이라는 사람이 일을 돕는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정도(비선실세)까지인지는 몰랐고 내막은 하나도 모른다. 우리 단체와 최 씨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장(박 전 의원)님과 최 씨 사이가 안 좋다”면서 “2011년도인가 언제 최 씨가 운영하는 신사동팀이란 비선조직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디테일한 것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최 씨 때문에 다 뺀 거지(인사에서 밀려난 것)”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사촌 오빠조차 최 씨와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났다는 주장이다. 박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은둔 생활을 할 때 박 대통령 곁을 지켰던 인물 중 한 명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 측은 “박 전 의원은 최 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알고 있다. 예전에 정윤회 씨(최 씨의 남편)가 박 대통령 의원 시절 수행할 때 ‘실장’이라는 직책을 썼는데 박 전 의원이 비서관은 비서관이라고 불러야지 왜 실장이라고 부르느냐고 박 대통령에게 한 마디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외에 최 씨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령인 박 전 의원은 현재 강원도에서 요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를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현재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재독한인회를 통해 윤 전 회장과도 접촉해보려 했지만 윤 전 회장은 현재 모든 언론과의 연락을 끊고 있다고 했다. 윤 전 회장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진 한인 식당에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윤 전 회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