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떠나 까발려진 사생활 충격
성(性)스러운 뉴스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월 대법원이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성현아의 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 검찰의 약식기소에 이은 정식재판 1,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성현아는 대법원까지 가서 억울함을 입증해냈다. 결국 성현아의 무죄는 확정됐고 ‘성매매 연예인’이라는 치명적인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었다. 연예인 성매매 사건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성현아는 개인의 명예를 지켜내는 동시에 동료 여자 연예인들에 대한 세간의 편견어린 시선을 걷어내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성현아는 최근 연극 <사랑에 스치다>를 통해 연기 활동을 재개했다.
엄태웅은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결국 검찰의 약식기소 명령을 받아들이며 성매매 혐의를 인정했다. 연합뉴스
그렇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이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또 다른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 것. 그것도 하필이면 성현아 사건과 동일한 브로커가 연루된 사건이었다. 성현아 등의 여자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으로 복역했던 브로커 강 아무개 씨가 석방된 뒤 또 다시 연예인 성매매를 주선했으며 이번에는 해외 교포에게까지 성매매를 알선하다 국제범죄수사대의 수사 레이더에 걸려들고 말았다. 이번에도 대부분 무명 내지는 지망생들이 대거 연루된 사건이었지만 유명 여가수와 걸그룹 출신 등 나름 이름이 알려진 여자 연예인들도 몇몇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모두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여 정식재판을 청구해 이름이 공개된 성현아와 달리 이니셜로 세인들의 기억에 묻혀갔다. 이들은 모두 국내 연예계 활동은 중단했지만 이 가운데에는 중국에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는 이도 있다.
‘연예인 성매매’라는 자극적인 단어는 파괴력이 매우 크다. 대부분 여자 연예인과 연관돼 활용돼 왔으며 ‘스폰서’라는 용어와 매치돼 더 큰 파급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데 2016년 하반기에는 또 다른 용어와 결합해 더욱 엄청난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바로 ‘성폭행’이다.
사실 2016년 6월 불거진 박유천 사건의 시작은 성폭행이었다. 박유천 사건은 한 여성의 성폭행 고소로 시작돼 무려 4명의 여성이 연이어 박유천을 고소하는 연쇄작용을 불러왔다. 네 건 모두 공통 키워드가 ‘화장실’이었다는 부분 역시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박유천이 연이어 네 건의 성폭행 혐의에 휘말리는 충격적인 상황에서 또 다른 남자 연예인들도 줄지어 피소되는 참극이 연출된다.
방송인 유상무, 배우 이민기, 배우 이진욱, 가수 이주노 등이 연거푸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에 연루돼 고소당한 것. 그리고 그 방점은 육아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상한 아빠이자 남편의 모습을 선보였던 배우 엄태웅이 찍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벗었다. 박유천, 유상무, 이진욱, 엄태웅 등이 모두 성범죄 관련 피소 사건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 이민기는 함께 있던 지인의 범죄 내용이 착오로 인해 고소로 이어진 해프닝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주노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이주노는 피소 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 여성들이 무고와 공갈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던 남자 연예인들이 알고 보니 무고와 공갈 사건의 피해자였음이 드러난 것.
그럼에도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까닭은 이 가운데 일부에게 성매매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연예인 성매매가 등장한다. 우선 경찰은 박유천의 네 건의 사건 가운데 하나는 성매매로, 또 한 건은 성매매 대가로 금품 지급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기로 봤다. 이에 대해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엄태웅 역시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매매 혐의에 얽혔다. 결국 엄태웅은 검찰의 약식기소 명령을 받아들이며 성매매 혐의를 인정했다.
여자 연예인의 성매매 사건에 이은 남자 연예인의 성매매 사건, 여자 연예인이 성매매 혐의라면 남자 연예인은 성매수 혐의라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연예인이 돈으로 성을 사고팔았다는 부분은 분명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성 관련 사건사고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나중에 무혐의를 받은 연예인이 상당수지만 성 관련 범죄에 휘말렸던 남자 연예인 대부분이 이로 인해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물의를 빚어 자숙기간을 갖는다고 보기보단 상처받은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이는 활동 중단이다.
2016년 연말에 접어들어서도 연예계의 성스러운 일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몇몇 남자 연예인의 몸캠 영상이 유출돼 화제를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 여자 연예인의 섹스동영상이 유출됐다는 괴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