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업체, 사무실 48곳 매입…230억 대출금 이영복 로비자금으로 유입 의혹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재의 오션타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오션타워의 지하1층에서부터 20층까지 갖고 있던 오션타워 소유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당시 이 회장이 대출을 받은 이유는 급하게 로비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당시 진행했던 다대·만덕지구 택지개발사업 개발을 위해 부지를 매입해야 했고 여러 목적에서 자금이 필요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소유했던 오션타워 대부분은 서울 독산동 부지, 충남 천안 토지와 함께 담보로 잡힌 이후 2007년 소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기에 이 회장은 1500억 원 상당의 빚을 지게 됐고 이후 신용불량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용불량자 신분으로는 금융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엘시티 사업 시행사인 청안건설에서도 이 회장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신용불량자라서 ‘바지사장’을 뒀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이 소유했던 오션타워가 오래 전에 몰수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회장의 손 안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신문>은 A 업체가 지난 2015년에 오션타워 내 지하1층에서부터 20층까지의 사무실 48군데를 사들인 것을 단독 확인했다. 지난 2002년 이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사무실이 상당 부분 중복됨을 알 수 있었다. 이 회장이 소유했다가 A 업체로부터 다시 매매된 사무실의 경우 지난 2001년에 법원에 압류됐고 이후 매매가 이뤄졌다. A 업체는 오션타워 내 청안건설, 엘시티 등 이 회장 관련 회사 사무실 다수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업체는 부동산매매 및 임대업 등을 하는 회사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사내이사는 정 아무개 씨로 엘시티에서 감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과거 국정원 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A 업체는 오션타워를 관리하는 페이퍼컴퍼니였으며 2015년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23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대출금이 이 회장의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오션타워에 이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로 보이는 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한 회사는 한 언론보도에 의해 드러난 영보건설이다. 영보건설은 2015년 이 회장이 설립한 법인으로 1000만 원 상당의 자본금에 해당하는 부동산개발 및 매매 등을 영위하는 회사였다. 영보건설 등기가 만들어진 직전 이 회장이 자금 횡령 및 비자금 조성을 이루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보건설 등기가 만들어지는 시점에 본인 명의로 된 회사들로 92억 원 상당의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것.
특이한 점은 영보건설의 사내이사가 이 회장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이 회장은 가깝게 지낸 지인들에게 대표이사를 맡기는 등 전면에 나서길 꺼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영보건설은 한 개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한편 다른 두 개의 회사에서 이 회장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중 하나인 Y 건설은 영보건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지난 3월 등기를 등록했다. 이 업체의 사내이사는 박 아무개 씨로 현재 청안건설의 대표이사이며 엘시티의 바지사장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페이퍼컴퍼니로 보이는 두 개의 회사는 존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는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전환 특혜의혹으로 수감된 이후 신부국건업이라는 페이퍼컴퍼니로 사업을 이어갔다. 신부국건업이 당시 이 회장이 다대·만덕 특혜사건으로 구속 수감될 것을 예상해 만든 페이퍼컴퍼니였던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이번 Y 건설 역시 엘시티 의혹으로 구속 수감될 것을 예상하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3월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영보건설은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될 것이라는 감수하고 이 회장이 이사로 등록을 한 페이퍼컴퍼니라면 Y 건설은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비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만든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