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탄 올랐는데 ‘제자리뛰기만’
▲ BBK 사건 등 굵직한 핫이슈에도 불구 후보등록 후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 ||
1강 2중 다약의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현 대선 가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BBK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이후 후보들 모두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부동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친박 측 인사들 중 일부가 이회창 후보 측으로 움직이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바로미터로 작용했던 충청권에서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1·2위를 치열하게 다투고 있기도 하다. 과연 대선 정국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각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를 들여다봤다.
대선 후보들이 부동층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지여부, 이회창 후보의 출마 등 각종 변수들이 겹치면서 그동안 부동층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김경준 씨의 귀국에 따른 BBK 사건 수사에도 이명박 후보가 여전히 압도적인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전체 후보들의 지지율을 부동층으로 옮기는 양상을 띠고 있다.
김경준 씨가 귀국하기 전인 지난달 13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0.7%, 이회창 후보 20.0%, 정동영 후보 13.7%, 문국현 후보 6.6%, 권영길 후보 2.1%, 이인제 후보 0.9%의 지지율을 보였고 ‘잘모름’이라고 답변한 부동층은 14.3%였다.
김 씨의 귀국 후인 지난달 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39.3%의 지지율을 보여 1.4%p 하락한 반면 이회창 후보는 18.1%로 지난 조사에서보다 1.9%p 하락했다. 또한 정동영 후보 13.5%, 문국현 후보 7.0%, 권영길 후보 2.3%, 이인제 후보 1.3%의 지지율을 보였다. 후보들이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잘모름’이라고 대답한 부동층만이 16.6%로 2.3%P 상승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김 씨 귀국 후 BBK 사건은 지지율의 이동이 아니라 부동층만 더욱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본격적인 선거 유세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부동층이 더욱 늘어나 17.6%의 응답률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는 여전히 이명박 후보가 39.2%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가운데 이회창 후보가 20.2%로 다시 올라섰고 정동영 후보는 11.6%의 지지율을 보여 상당히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국현 후보 6.2%, 권영길 후보 2.2%, 이인제 후보 1.1%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나머지 군소후보들의 경우 유의미한 지지율 수치를 나타내지 못했다.
한편 이명박 후보의 주장이 거짓이더라도 그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자 또한 전보다 늘어나 아직까지 김경준 씨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거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로 밝혀지더라도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률이 72.2%를 차지한 것이다. <국민일보>의 지난 20일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로 밝혀질 경우에도 계속 그를 지지하겠다는 응답률은 59.9%에 그쳤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한편 지난달 27일 SBS와 <중앙일보>, 동아시아 연구원이 함께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41.7%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순위가 바뀌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 조사에서 정동영 후보는 15.2%의 지지율을 얻었고 이회창 후보는 14.7%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어서 문국현 후보 7.9%, 권영길 후보 2.4%, 이인제 후보 0.8%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회창 후보 측은 이를 ‘기호가 12번이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 측에서는 여론조사의 ARS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선후보가 12명이기 때문에 기호 순으로 후보들 이름을 불러주고 지지율 조사를 하는 현 여론조사 방식에서 후보의 이름을 끝까지 다 듣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번호를 눌러줄 유권자가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선거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지역별 분화 현상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호남 지역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충청 지역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국민일보>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이명박 후보는 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 지역에서 51.0%, 인천·경기 지역에서 42.1%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회창 후보는 서울 15.3%, 인천·경기 19.4%의 지지율을 보였고 정동영 후보는 서울 지역 13.2%, 인천·경기 지역 16.3%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 텃밭지역인 대구·경북 지역, 부산·경남 지역에서도 역시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55.2%의 지지율을 보였고 이회창 후보는 21.1%, 정동영 후보 6.4%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명박 후보는 우선 충청권 민심 잡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문화일보의 여론조사 결과 대전·충청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가 32.2%로 지지율 1위를 차지했고 이명박 후보가 28.1%로 그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일보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명박 후보 30.5%, 이회창 후보 28.4%로 문화일보와 뒤집어진 결과가 나왔다. 결국 이 지역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광주·전라 지역에서 정동영 후보가 55.0%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명박 후보가 14.1%, 이회창 후보 8.6%의 지지율을 얻어 과거 한나라당 후보가 5%대의 벽에 막혔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보수 진영의 득표율이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