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번에 취한 금리인상 정책은 2차 지진으로 세계경제를 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경제 국가들이 금융불안, 수출위축 등 피해를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신흥국들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여 국가재정위기를 겪을 수 있다.
저성장의 함정에 빠진 우리나라 경제는 충격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2008년 1차 지진이 왔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세계경제가 침체하고 중국경제가 추격하자 속수무책으로 경쟁력을 잃었다. 이에 따라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부실화했다. 국내 상장기업 4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 금융시장의 혼란이 온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가 오르고 자금조달이 어려우면 부실기업들의 연쇄부도가 현실화한다. 경제가 붕괴위기에 처해 아예 성장을 멈출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은 가계부채이다. 가계부채가 총 1300조 원 규모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부담이 13조 원이나 늘어난다. 특히 고령층, 자영업자,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나 서민들 피해가 크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 처분해도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가구가 6만 가구 이상이다. 설상가상으로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시장이 침체한다. 정부는 냉탕온탕정책으로 부동산경기를 부양했다가 다시 안정화하는 정책을 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국내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서자 부동산 시장이 추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중 주택담보대출이 60%에 이른다. 가계부채의 부실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맞물려 경제가 최악의 부도위기에 휩싸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3700억 달러의 대규모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정책을 효과적으로 펴면 긴급한 외환위기는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금리정책이 진퇴양난인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가 위험하다. 그렇다고 금리를 내리면 외국자본이 빠져 나간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발 경제지진의 파장을 막고 경제가 일어서는 근본적인 길은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산업발전의 동력을 찾는 것이다. 그러면 해외 투자자금이 들어와 오히려 경제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기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재정확대 정책으로 경기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소극적인 정책을 탈피하고 기업구조조정과 신 산업발전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경제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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