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공개 접촉서 “북핵 폐기 거부시 김정은 OUT” 메시지 전달 알려져
미국 트럼프 신정권의 출범에 따라 2017년 한반도 정세는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아직 공식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과 새롭게 들어설 미국 트럼프 정권 인사 간의 북-미 접촉은 없었다. 트럼프 정권의 실체가 인수위 인사 과정에서 서서히 드러나고는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북 메시지가 공개된 상황도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최근 해외 모처에서 전해들은 복수의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신정권이 이미 간접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1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미 간 접촉이 있었다. 당시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장(최영림 북한 내각 전 총리의 양딸로 유명)과 장일훈 주 유엔 북한 차석대사는 11월 17일~18일 양일간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북한 전문블로그 ‘38노스’ 운영자로 유명) 등 미국 민간 인사들과 만났다. 양측 모두 민간 인사 자격의 만남으로 확대 해석을 경계했고 실제 대화 종료 후 관계 개선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관례적 멘트만 남겼다.
양측의 대화는 철저한 비공개로 이뤄졌다. 실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외부에서는 미국 측 인사가 정부 관계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기에 그 의미에 대해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아인혼 연구원은 민주당계 싱크탱크 인사면서 오바마 정부의 군축담당 고문을 지냈던 인사다. 위트 연구원 역시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담당관을 지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두 사람 모두 트럼프 정권과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소위 말하는 ‘영양가 없는 위치의 정례적 접촉’ 정도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북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지난 11월 북측과 접촉한 앞서의 두 민간 전문가를 통해 단호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민주당과 가까운 당시 두 민간인이 트럼프 신정권의 대북정책을 동조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그 판단과는 별개로 두 인사가 단순한 전달자로서 트럼프 측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민간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정책적 사견을 떠나 순수한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꾀했을 것이고, 북측 인사들의 반응을 다시금 트럼프 측에 전달했을 여지가 높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들이 북측에 전달한 트럼프 측의 메시지는 매우 간결했다. ‘북핵 포기’와 ‘민주적 평화체제 수립’. 그동안 미국 정권이 추구한 대북정책의 일관된 메시지였다. 핵심은 그 다음이었다. 이를 북측이 수용하지 않을시 실제 정권 최고지도자의 축출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겠다는 강경한 후속조치 메시지가 동반됐다.
이번 트럼프 신정권은 북측에 핵 폐기 프로세스 이행을 거부할 시 실제 ‘김정은 아웃’을 직접 거론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오바마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부시 정권 역시 네오콘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축출’과 관련한 작전을 공식화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만약 이 메시지가 공식화된다면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있어선 역대급 초강수라 할 수 있다.
트럼프 측의 강경한 메시지가 그저 헛말은 아닌 모양이다. 이와 관련한 미국 측 관계자는 꼭 짚어 오는 7~8월에 있을 군 인사, 특히 동북아·태평양 전선 사령관급 인사들을 지켜보라고 귀띔했다. 현재 트럼프 인수위 측에서 논의하고 있는 사령관급 인사에 과거 이라크 전에 참전했던 군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후문이다. 실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군사적 움직임이 바로 이 인사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북한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부담이다. 이라크 전 참전 인사는 사담 후세인 축출 작전을 수행했던 당사자들이다. 앞서의 트럼프 측 메시지와 연결지어보면 북한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대북 강경책을 넘어 직접적인 군사작전 가능성의 현실적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 지도자의 신변 문제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전 방위적으로 전개했던 경제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마지막 ‘제재’인 셈이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
앞서의 미국 측 관계자에 따르면 태평양 사령관 인사에 제임스 히키 전 미 4사단 특수부대 대장이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히키 전 대장은 이라크전 당시 사담 후세인의 체포 및 제거 작전을 실제 수행했던 부대의 책임자였다. 히키 전 대장은 통상적으로 군 서열상 태평양사령관 자리를 노리기엔 부족하다. 이 인사 가능성 자체가 미국 내에서도 파격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신정권에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히키 전 대장이 실제 태평양사령관이나 그 이상의 인사에 포함된다면, 북한 입장에선 ‘저승사자’가 나온 격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 얼마 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언급했듯, 북한의 2017년 목표는 미국으로부터 잠정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었다. 즉 파키스탄 모델을 염두에 둔 북한이지만, 정작 트럼프 신정권은 최고지도자 신변 위협이 담긴 핵 폐기 프로세스를 요구한 셈이다. 양측의 간극이 상당하기에 북한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현재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기 전, 별 다른 움직임 없이 잠행할 것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의 강경 메시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두고 북한 정권은 아직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 내부에서도 예정된 차기 핵실험을 강행하여 강경 일변도의 대미 메시지를 던질지, 아니면 완전히 전향적 자세로 돌아설지 중요한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함한 대 동아시아정책이 강경모드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스스로도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중국 역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자국을 경유하는 북한 정권의 전략물자 수입에 있어서 제재의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향후 김정은이 트럼프 신정권의 핵심 요구사항인 완전한 핵 폐기 프로세스 가동을 완전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향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북한 입장에서 전향책의 최대치는 6자회담 전격 복귀 가능성이다. 물론 트럼프 신정권이 이를 받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