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받은 1강 김빠진 2중… 부동층 잡아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굳히기’에 들어간 것일까. BBK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모두 ‘무혐의’로 발표하면서 대선후보들의 지지도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중심으로 일단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검찰의 발표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는 다시 40%대의 지지율에 진입하며 압도적인 차이로 다른 후보들과 격차를 벌려놓고 있다. BBK 사건 발표 후 가장 타격을 받은 후보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 지지율이 급락, 정동영 후보와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군소 후보들은 더욱 하락세를 보여 그나마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도 5%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국으로 단일화의 압력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검찰이 발표한 BBK 사건 수사결과를 ‘신뢰한다’는 의견보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BBK 사건은 선거 막판까지 대선판에 여진을 남길 전망이다. 대선을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의 지지율을 살펴봤다.
검찰이 BBK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당일인 5일 저녁 <한국경제>가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46%p)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2.6%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중앙리서치가 실시한 지난달 23일 조사에서 얻은 지지율은 38.5%였다. 이 후보가 BBK 사건 관련해 모든 의혹이 무혐의로 발표된 후 4.1%p 상승한 것이다. 한편 이회창 후보는 20.6%에서 13.1%로 7.5%p 떨어졌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12.5%에서 11.0%로 낮아졌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역시 7.6%에서 4.7%로,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1.5%에서 0.5%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2.2%에서 1.9%로 각각 하락했다.
같은 날 CBS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36%p)에서도 이명박 후보는 45.3%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는 리얼미터가 이회창 후보 출마선언 이후 조사한 것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지난달 28일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39.2%의 지지율을 얻어 수사결과 발표 후 6.1%p가량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7.1%p 빠진 13.1%를 기록, 18.5%를 기록한 정동영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나타나 검찰 수사 발표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발표 다음날인 6일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에서 이명박 후보 43.9%, 이회창 후보 17.5%, 정동영 후보 16.1% 순이었다. 문국현 후보는 6.0%, 권영길 후보는 2.7%, 이인제 후보는 0.6%였다. 지난 1일 TNS코리아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 39.2%, 이회창 후보 18.0%, 정동영 후보 15.6%, 문국현 후보 6.0% 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명박 후보는 약간 상승, 정동영 이회창 후보는 미세조정, 문국현 후보는 정체다. 이 같은 여러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1강2중의 판세가 더욱 굳어지는 형세다. 부동층이 조금씩 줄어들고 후보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명박 후보의 BBK 무혐의 처분 이후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이회창 후보다. <한국경제>의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는 7.5%p의 지지율 하락세를 보였으며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정동영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중앙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역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일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40.5%의 지지율을 보였고 그 뒤를 정동영 후보가 16.8%로 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15.9%로 3위로 내려앉았다.
<문화일보>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44.7%의 지지율을 얻었고 이회창 후보는 20.8%의 지지율로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조사에서 21.0%의 지지율 보다 0.2%p 하락한 것이다.
지역별로도 호남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이명박 후보가 우세를 보였고 충청지역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아직도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는 대구·경북 56.6%, 서울 50.9%, 인천·경기 49.5%, 부산·경남 46.3%, 대전·충청 34.1% 광주·전라 11.8% 등이었다. 지난달 25일 갤럽조사와 비교하면 수도권과 대구·경북에서 10%p가량씩 올라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회창 후보는 충청권(27%)과 영남권(23.8%)에서 비교적 강세를 보였지만 수도권(14%)과 호남권(8.5%)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였다. 정동영 후보는 호남권(55%)에서 올해 갤럽조사 결과, 처음으로 과반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 지역에서 열흘 전 조사에서는 48.2%였다.
한편 SBS가 지난 6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충청 지역에서 이회창 후보가 29.4%의 지지율을 얻어 28.9%의 지지율을 얻은 이명박 후보를 눌렀다. 이회창 후보가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와 연대를 해 충청의 민심을 노리고 있지만 이명박 후보 역시 김종필 전 총재의 지지를 얻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충청의 민심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상대결에서도 이명박 후보로의 쏠림현상이 눈에 띈다. <한국경제> 조사에서는 이명박·이회창·정동영 후보로 3자 대결구도가 형성될 경우 이명박 후보는 47.6%, 정동영 후보는 18.6%, 이회창 후보는 16.9%를 각각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는 정동영 후보로 단일화 될 경우 이명박 후보 44.1%, 정동영 후보 24.2%, 이회창 후보 13.4%, 권영길 후보 3.2%, 이인제 후보 0.3%로 나타났고, 문국현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명박 후보 45.9%, 문국현 후보 17.4%, 이회창 후보 14.7%, 권영길 후보 4.1%, 이인제 후보 0.5%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명박 후보에 대한 쏠림 현상과 나머지 대선 후보들의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수는 남아있다.
<한국경제>의 지난 6일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BBK 수사결과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믿을 수 없다’는 응답률이 44.4%로 ‘믿을 만하다’는 응답자(41.8%)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지역이 검찰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았으며 광주·전라 지역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일 SBS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역시 검찰의 조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검찰의 BBK 수사결과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9.7%로 ‘공감한다’는 39.8%의 응답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한국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도 검찰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50.5%로 ‘신뢰한다’(41.2%)는 의견보다 많았다.
이렇게 검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동영 후보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BBK 특검법 발의안’ 역시 찬성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BBK 관련 특검수사가 필요하겠느냐”고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4%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35.9%에 그쳤다.
결국 BBK 사건은 검찰의 ‘이명박 후보 무혐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꿉꿉한 뒷맛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