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때 출범...현 정권 ‘비선실세’부터 ‘주사아줌마’까지 ‘보안손님’ 논란
‘보안손님’이라는 이름으로 최순실 씨 등 비선 실세들이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 한 것으로 확인되며 1963년 박정희 정권과 함께 출범한 대통령 경호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합뉴스
청와대에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고 드나든 사람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제2차 기관보고 때다. 이날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의 출입을 시인하며 이들의 출입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4일 열린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김상만, 김영재 원장으로부터 비선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에 출입한 인물들은 최순실, 차은택과 외부 의료진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행적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는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가 대통령의 머리 손질을 위해 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용사의 출입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미용사는 계약직으로 정무비서관실 소속이라서 외부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외부에서 청와대에 들어온 인원이 없다고 해명해 왔다. 이외에도 특검은 현재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로 불린 인물을 보안손님으로 외부에서 들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들은 이른바 보안손님으로 별다른 신원확인 없이 청와대에 미리 인적정보를 알려주고 들어갔다. 보안손님에 대한 개념은 아직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전직 경호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안손님은 청와대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부속실에서 직접 데려가는 출입자로 주로 제2 부속실에서 지정해 경호실에 통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보안손님이라 해도 대통령의 집인 관저 데스크에서는 반드시 신원 확인과 검문·검색이 이뤄져야 한다. 보안손님에 대한 기록이 남는 것도 이때다. 하지만 현 정권에서는 이 같은 보안손님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전직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에 수년간 근무한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보안손님은 이전 정권에서도 있던 개념이다. 하지만 대부분 친인척이나 가족에 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접하고도 처음에는 ‘가족이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초기 청와대 정문에서 최 씨를 검문했다 승진을 앞둔 해당 경찰의 상관들이 잇달아 좌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2013년 개정된 정부조직법 제16조에 의거 대통령 경호실을 두도록 되어 있다. 경호실 하부조직으로는 차장과 기획관리실, 경호본부, 경비본부 및 안전본부로 편성되며 경호전문교육을 위한 소속기관으로 경호안전교육원을 두고 있다. 대통령 관저 및 청와대 내·외곽을 경비하기 위한 경찰 등 기관도 배치돼 있다. 현재 경찰의 101경비단이 청와대 내부, 202경비단이 외부 경비를 맡고 있다. 101의 뜻은 국가원수 경호는 100%를 넘어 1% 더 완벽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의 모습을 갖춘 대통령 경호실은 지난 1963년 제3공화국 박정희 정권의 출범과 함께 창설됐다.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제4공화국을 거치며 대통령 경호실은 비서실과 중앙정보부를 능가하는 ‘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가장 치욕적인 두 차례 사건을 겪기도 했다. 바로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살사건과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이다.
항상 권총을 차고 다녀 ‘피스톨 박’으로 불리던 박종규 경호실장은 육 여사의 피살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등장한 차지철 경호실장은 10·26 사건 때 대통령을 지키기는커녕 혼자 화장실로 도망갔다가 결국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피살되며 경호실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대통령 경호실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까지 대부분 현역 군인으로 채워졌다. 실제 김영삼 정부 이전 경호실장 8명은 모두 대통령 최측근이거나 군사정권에서 임명한 현역 장성이었다. 그러다 1988년 노태우 정권 때 처음으로 경호공무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직업 경호관 제도가 정착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호실의 군사적 색채를 지우기 위해 군 출신이 아닌 경호관 출신을 경호실장에 발탁했다. 이때 뽑힌 인물이 바로 육 여사 피살사건과 박 전 대통령 암살사건, 1983년 10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아웅산 테러사건을 겪은 박상범 경호실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경호 전문성을 더 높이 평가해 경호실 창설 후 처음으로 내부 인사를 수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땐 경찰 출신 실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땐 장관급이었던 경호실장을 차관급으로 격하시켰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경호실장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회귀했고, 경호실장의 지위도 장관급으로 다시 격상됐다. 현재는 박흥렬 실장(전 육군참모총장)이 박 대통령 취임 때부터 현재까지 경호실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대통령 경호실 ‘폐지’ 목소리…이게 최선입니까 최순실 씨를 비롯한 박 대통령의 보안손님이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한 정황이 포착되자 이를 방치한 대통령 경호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급기야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로 업무를 넘겨야 한다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현행 대통령 경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경찰청에서 담당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개정안은 대통령 경호실 대신 경찰청 소속 대통령 경호국을 신설해 대통령 등의 경호를 담당하게 하고, 업무의 총괄은 치안정감이 맡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권력이 집중된 구조를 경찰 산하 조직으로 바꿔 ‘비선 실세’에 휘둘리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실제 유럽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원수 경호를 경찰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영국은 수도경찰국 특별임무국, 독일은 연방 범죄수사청 경호국, 일본은 현직 총리의 경호를 경시청 경비부 경호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조직을 갖고 있지만 수장은 차관보급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980년부터 17년간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한 김두현 한국체육대학교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경찰청 경호국 신설이 국내 상황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폐지를 논하며 선진국가 사례가 나오는데 그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내각책임제 국가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부 형태가 대통령책임제이기 때문에 독립된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 유일 분단국가로서 그간 북한의 위협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위협에 대해 국가가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선 경호 전문성과 정치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독립된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일이 있다 해서 조직을 없앤다는 것은 더 큰 위험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도 정치적 중립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김 교수는 내놓았다. 김 교수는 “대통령 경호권이 경찰 하부조직으로 가면 권력이 집중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권력의 힘은 정보인데 경찰이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권력을 남용할 경우 과거 군사 쿠데타와 같이 ‘제2의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태를 야기한 것은 기관장인 인사권자의 문제이지 현 조직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현재 청와대 경호 시스템이 경호실, 경찰, 군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권력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