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성적 대상화 ‘갸우뚱’…누리꾼들 비난엔 “적당히 해라” 일축
지난해 12월 28일, 그룹 에프엑스(F⒳) 출신 배우 설리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지난해 ‘미소녀 전문 포토그래퍼’로 유명한 사진작가 로타(ROTTA)와의 촬영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롤리타 콤플렉스(Lolita Complex·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성적 욕망을 느끼는 것)‘를 의도한 사진”이라는 비난이 계속 이어지자 이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배우 설리(23)가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비난해 온 대중을 향해 ‘적당히 욕하라’는 의미의 게시물을 올렸다.
당시 논란을 낳았던 설리의 ‘롤리타’ 사진은 지난해 8월 그룹 카라의 멤버 구하라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존슨즈 베이비 로션’이라는 브랜드 로고가 박힌 큰 티셔츠를 둘이 나눠 입은 모습으로 촬영됐는데, 하의를 입지 않은 채 티셔츠 밑으로 엉덩이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아기 용품을 만드는 회사인 ‘존슨즈’와 성적인 뉘앙스가 담긴 촬영 방법, 여기에 두 성인 여성이 마치 소녀처럼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멍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점까지 합쳐져 “미성숙한 소녀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설리는 비난 댓글이 폭주하자 사진을 삭제하고 “오해 말고 잘 자”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설리가 로타와 작업한 다른 사진 가운데 일본 중학생 교복을 입은 채 속살을 내비치거나 어린 아이가 입을 법한 의상을 입고 신체 일부를 드러내는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롤리타’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당시 설리가 직접 로타에게 연락해 “사진이 맘에 든다. 그런 식으로 촬영하고 싶다”고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설리에 대한 비난 여론은 식을 줄 몰랐다.
‘롤리타 콤플렉스’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던 설리와 구하라가 함께 찍은 인스타그램 사진. 설리는 작가에게 이런 컨셉의 사진을 먼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의 행동을 옹호하는 대중들은 “성인인 연예인이 어떤 사진을 찍어 올리든 그건 그 사람의 사생활이고 이를 강요하거나 금지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반대의 입장은 “아이돌로서 어린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설리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성적 대상화’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간 복숭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깜찍하고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던 아이돌 설리는 2015년 8월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여배우로 노선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을 완벽하게 탈피하기 위해서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퇴폐적이고 성적인 이미지 구축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설리는 그룹 탈퇴 이후 방송 활동보다는 주로 SNS를 통해 근황을 알려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잊히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SNS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판볶음밥을 긁어모아 마치 남성의 성기처럼 보이게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설리의 인스타그램 사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리가 공개하고 있는 사진은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1994년생인 설리는 올해로 23세이므로 성인 여성이 성적인 사진을 찍고 게시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얇은 슬립 사이로 팬티가 보이도록 앉아 있거나, 침대 위에 연인인 최자와 함께 누워 키스를 하는 사진이 연달아 올라오는 것에는 SNS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공간인 만큼 도의적인 비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일, 설리는 철판볶음밥을 긁어모아 마치 남성의 성기 모양처럼 만든 뒤 사진을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려 또 다시 논란을 낳았다. 이처럼 누구나 설리의 사진을 볼 수 있는 SNS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들을 전체 공개로 게시하고 있다는 것은 설리를 향한 비난을 더욱 날카롭게 한다.
연예계는 설리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드라마 제작업계 관계자는 “여배우로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지만 퇴폐미와 외설을 동의어로 생각하는 설리의 좁은 식견이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여배우라면 청순한 이미지에서 퇴폐적인 이미지로 넘어가면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에 만일 설리가 그 힘든 길을 기어코 가겠다면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설리의 최근 행보는 배우로서 본인의 이미지 마케팅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더 크게 줄 것으로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연예 프로그램 PD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최근 뚜렷한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설리가 SNS에 올리는 사진들은 연예인이 보여줄 수 있는 섹시 콘셉트의 차원을 넘어서 그저 성적인 사진으로 관심을 끌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설리가 정말 여배우로서의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그의 태도는 향후 연예계에서의 그의 입지를 오히려 더 좁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