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검사 문재인 정부서 좌천, 윤석열과 대립각 당에서 쫓겨나…부산 북갑 출마 비로소 정치인다운 모습

1992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한 당선인은 4학년이던 1995년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부인인 진은정 변호사와는 대학 시절부터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로 가까이 지내다 결혼에 골인했다. 진 변호사는 현대고와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1998년 2월 사법연수원(27기)을 수료한 후 대한민국 공군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이후 2001년 서울지방검찰청 초임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요직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검사 한동훈’은 대형 부패 사건을 도맡으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기업 저승사자’ ‘조선제일검’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2003년 평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맡아 최태원 회장을 구속 수사했다. 2006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한 당선인은 2016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특검팀에 합류하여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칼잡이 한동훈’의 매서운 칼은 오히려 독이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권 심장부를 겨냥한 수사로 인해 부산고검, 법무연수원 등 변방으로 네 차례나 좌천당하는 고초를 겪었다. 한 당선인이 검사로서 처음 맛봤던 시련이었다.
한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최연소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됐다. 국회 대정부질문 무대에서 민주당 공세를 특유의 논리 정연함으로 받아치며 보수 진영에선 팬덤이 생겨났다. 그 여세를 몰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등판하며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였다.
‘정치인 한동훈’의 길은 험난했다. 한 당선인은 수십 년간 ‘동지적 관계’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계엄 당시 한 당선인을 체포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나왔다. 탄핵 정국에서 친윤계는 한 당선인을 끊임없이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건’이 터졌다. 이를 빌미로 국민의힘 당권파는 올해 초 한 당선인을 당에서 제명했다.
한 당선인이 친정에서 쫓겨날 때만 하더라도 정가에선 그의 정치적 미래를 어둡게 봤다. 하지만 한 당선인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 북갑에서 거대 양당 공세를 뚫고 승리를 일궈냈다. 선거 초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선거 과정에서 한 당선인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냉철하고 다가가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던 한 당선인은 선거가 시작되자 지역구를 누비며 주민들과 만났다. 이제야 비로소 정치인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외지인에 대해 다소 폐쇄적인 부산 민심 역시 이런 한 당선인을 향해 조금씩 열려갔다. 전국 각지에선 한 당선인을 돕기 위한 지지자들이 몰렸다. 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와해된 보수 진영을 재건할 적임자로 한 당선인을 거론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부산 북갑에서의 ‘기적’은 이런 요인들이 결합하며 만들어진 것이었다.
5월 4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직후 한동훈 당선인은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국민의힘 당권파들이 보이는 언행들은 보수 정당이 지녀온 품격이나 실력에 맞지 않는다. 반드시 당으로 돌아가 보수를 제대로 재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일성을 던졌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