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투표함 이송’ 설득 무산…집회 20시간 넘기며 단지 주민 불편 호소

집회 참가자들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며 “부정선거”, “재선거”, “선관위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서는 보수 성향 유튜버와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일반 시민 등이 차례로 투표소 정문 앞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발언 도중 확성기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왔고, 일부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 15분쯤에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투표소를 방문하면서 현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확성기를 통해 “오늘 밤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이 이곳에 올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아침 경북 경주에서 올라왔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기본적인 참정권을 보장받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끝까지 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발언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가 ‘윤 어게인’이나 이재명 정부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자 주최 측은 “정치적 발언과 욕설은 자제해 달라”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간헐적으로 소나기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우산과 우비를 착용한 채 집회를 이어갔다. 비가 그친 뒤에는 투표소 정문 앞에 의자를 설치하고 다시 집결했다. 한때 경찰이 투표소 내부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참가자들은 인근에 대기 중인 경찰들에게 진입 경위를 따져 묻기도 했다.

투표소 앞 대치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40대 이 아무개 씨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쳤다”며 “아이들이 지나다니는데도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외부 인원 유입으로 주차난이 심화되면서 주차 불편과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단지 인근에는 경찰과 소방당국도 현장 주변에 배치됐다. 경찰은 관할 경찰서 인력과 기동대 등 약 470명을 투입해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잠실7동 제2투표소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총 135건에 달했다.
논란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해당 투표소의 투표 시간이 연장되면서 시작됐다. 선거인명부 대조전표를 받은 유권자들에 한해 전날 오후 10시까지 추가 투표가 진행됐고, 이후 투표에 참여한 주민들과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현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새벽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투표함 이송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선관위와 서울시가 투표함 수거와 관련한 추가 방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현장 대치는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현재 해당 투표소에는 약 2000명의 투표분이 담긴 투표함 2개가 보관돼 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