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영 의원 | ||
이부영(3선•서울 강동구갑) 김홍신(2선•비례대표) 김부겸(초선•경기 군포) 안영근(초선•인천 남구을) 원희룡(초선•서울 양천구갑) 의원 등 수도권 강경 개혁파 10인 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는 일요일인 지난 26일 긴급 모임을 갖고 “당내 개혁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수구세력의 움직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력한 톤으로 경고했다.
이들이 지목하는 수구세력은 하순봉(4선•경남 진주) 박희태(4선•경남 남해•하동) 김진재(5선•부산 금정) 최고위원과 양정규(6선•북제주) 김기배(4선•서울 구로갑) 신경식(4선•충북 청원) 정창화(5선•경북 군위•의성) 의원 등을 필두로 한 이회창 전 후보 직계를 형성했던 민정계 보수 중진들이다.
개혁파 의원들은 대선 패배 후 숨죽이고 있던 이들이 1개월여가 흐르면서 서서히 당권 재장악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진단, 저지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사실 당 개혁특위(공동위원장 현경대 홍사덕 의원)의 ‘분권형 지도체제 개편안’에 제동을 걸고 반발하며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유지 또는 확대강화하려는 민정계 보수 중진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온건 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 19명이 소속된 미래연대가 지난 23일 “일부에서 당 개혁 작업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데 대해 우려를 넘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한 경고성 성명을 날린 것은 이들의 움직임을 겨냥한 것이다.
민정계 구주류가 빈번한 모임을 통해 지도부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진재 최고위원과 김영일 사무총장(3선•경남 김해), 이상배 정책위의장(2선•경북 상주) 등은 지난 18~19일 일본을 함께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지난 15일부터 일본에 체류하던 이회창 전 후보와 회동, 이 전 후보의 정계복귀나 구주류의 활로 등을 모색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김 총장측은 “완전한 낭설”이라며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세 분이 후쿠오카 휴양지에서 온천도 가고 골프도 치면서 쉬다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개혁파들은 ‘민정계 구주류가 전당대회 경선을 통해 대표를 장악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대거 지도부 복귀를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12월26일, 천안 연수원의 의원•지구당위원장 전체 연찬회에서 발표했던 서청원 대표 이하 최고위원들의 차기 지도부 불출마 선언은 “이미 휴지조각이 되고 있다”(김부겸 의원)는 게 개혁파를 포함한 당내 대다수의 판단이다.
‘최고위원 전원 불출마 선언’이 있기 며칠 전에 최고위원을 사퇴한 강재섭 의원(4선•대구 서구)이 병역면제판정을 받은 아들(26)의 재신검을 요청하는 등 활발한 당권 경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다른 최고위원들만 발목을 그대로 묶어 두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도 만만찮다.
한 중진의원은 “지금이 5공 때도 아닌데 정치정화법이라도 다시 발동된 것이냐”고 비아냥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의 당권 불출마 족쇄를 풀어줄 인물로 홍사덕 정치개혁특위 위원장(5선•비례대표)을 주목하고 있다.
▲ 개혁파에 의해 수구세력으로 꼽힌 하순봉 최고 위원(왼쪽). 오른쪽은 서청원 대표. | ||
실제로 홍 위원장은 모든 당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전당원 직선제’로 15명 정도의 집행위원을 뽑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고, 서청원 대표 등 현재의 지도부 전원을 포함해 누구든지 전당대회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정계 구주류와 홍 위원장은 지도부 선출방식에서 16개 시도지부별 집행위원 선출과 전당원 직선제를 각각 주장,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민정계 구주류가 지도부에 복귀할 길을 연다는 측면에서는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구주류 인사인 하순봉 최고위원도 최근 빈번하게 “권한이 축소된 대표라도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경우 당권경쟁이 가열돼 당내 분란심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며 집단지도체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시도별 당원대회에서 40~50명의 중앙집행위원을 선출하고 이들 간 호선으로 상임집행위원을, 다시 호선으로 집행위원장(대표)을 뽑자는 하 최고위원의 주장은 겉보기에는 강경 개혁그룹인 ‘국민속으로’의 개편안과 유사하다.
그러나 사실 속내는 완전히 다르다. ‘국민속으로’는 원내정당화 실현을 위해 현 지도부를 형식적인 기구에 머무르도록 하겠다는 개혁마인드에서 출발했다. 반면 민정계 중진들은 자신들의 지도부 복귀와 권력 분점을 겨냥하고 있다.
즉 일단 40~50명의 집행위원을 선출할 경우 민정계 구주류의 지도부 일선 복귀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발 속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일단 집행위원회에 진입하면 자연히 구주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인 만큼 중앙집행위원장도 자연스럽게 구주류가 차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민속으로’의 핵심 관계자인 김부겸 의원과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권오을 의원(2선•경북 안동) 등이 “지역별 당원대회를 통해 영남권에 기반을 둔 민정계 주류 다수가 중앙집행위원회에 들어오고 이들 간 호선을 하면 상임집행위원 면면이 민정계 다수로 채워질 것”이라며 “이러면 개혁은 물건너 가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 이회창 직계 민정계가 서 대표를 옹립해 복귀하려는 움직임에는 같은 민정계인 최병렬 의원(4선•서울 강남구갑)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다. 현 지도부가 불출마할 경우 차기 당권은 최 의원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
이들은 최 의원에게 칼자루가 넘어가는 경우를 최악으로 상정하고 있다. 현재 당권 경쟁구도는 민정계인 최병렬 강재섭 의원 및 민주계 출신 김덕룡(4선•서울 서초구을) 의원 간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정계지만 미래연대 등 수도권 소장개혁파에게도 인망이 있는 최 의원을 구주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한 민정계 최고위원의 측근의 “우리와 이 전 후보측이 합치면 서청원 대표가 되지 않겠나. 다른 사람이 대표 되고 그 밑에 있는 것을 좋아하겠나. 최병렬 대표 간판으로는 총선도 안되고 당내 분란이 일 수도 있다”는 발언은 이들의 최 의원에 대한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한나라당 내 갈등이 서서히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어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정치권 다수의 전망이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