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 대안으로 내각제, 분권형 이원집정제, 4년 중임의 대통령제 등을 내용으로 한 개헌이 논의되고 있다. 내각제는 대통령을 없애고 국회가 선출하는 국무총리에게 국정수행을 맡긴다. 이원집정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도록 현행제도를 변형하는 절충안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재선되면 8년 동안에 정책의 연속성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동안 국민들에겐 5년도 길다고 느끼는 대통령이 많았다. 그런 대통령은 4년 뒤에 교체하면 된다. 그러나 중임제가 사실상 임기 8년의 대통령제로 운용되거나 장기집권의 악령을 되살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번의 박 대통령과 13년 전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내각제에서라면 의회에 의한 내각불신임 사태에 해당한다. 내각제에선 총리가 의회를 견제하기 위해 의회해산권을 발동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선거를 다시 해서 사태를 조기 수습할 수 있다.
내각불신임이나 의회해산권의 잦은 발동으로 국정불안정이 초래되는 것이 내각제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정쟁으로 국정불안이 야기되는 것은 한국정치에선 거의 상시적이다. 또 유능한 총리가 국정을 맡는다면 안정적으로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영국에서도 보수당의 대처 총리는 11년 동안 집권했고, 후임 메이저 총리의 7년을 포함해 18년 간 장기 집권했다.
내각제에선 불통의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총리가 골방에 처박혀있을 수 없다. 국회를 설득할 뛰어난 소통력을 갖추지 못한 총리는 총리가 될 생각을 아예 접어야 한다. 부적격 지도자를 가려내는 것은 내각제의 장점 중의 하나다.
내각제 개헌은 권력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개헌범위가 광범하다. 내각제 개헌은 시간이 부족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의 주된 근거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들이 내각제를 운용하고 있으므로 장점들을 취해서 개헌을 하자면 시간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것보다 더 큰 애로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이다. 일도 안하면서 정쟁만 일삼는 국회에 나라살림을 맡기면 국정이 멍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내각제에선 잘잘못의 책임은 온전히 국회 몫이다. 20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회라면 야당이 국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 용이한 정권교체와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내각제는 필요하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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