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키우면 ‘원망’심해질라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오른쪽)가 장로를 맡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왼쪽). | ||
이 당선자 측은 인수위의 교회 인맥에 대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 당선자의 종교관 등을 거론하며 종교적 편향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불교계에서는 이와 관련 모임까지 가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화제가 된 소망교회를 살펴봤다.
지난 1996년 1월 21일 각 방송사들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 내 중앙교회에서 일요예배를 드리던 모습을 생중계 했다. 교회 ‘장로’ 출신 대통령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YS가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는 것이 그리 큰 뉴스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S의 예배는 뉴스가 됐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문제가 됐다. 불교계가 이를 ‘국군중앙교회 예배사건’이라고 부르며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당시 YS가 일요일 종교행사 때문에 국방부를 방문해 성당과 법당에서는 집회를 못하기도 했다”며 “장병들을 이 예배에 많이 참석시키기 위해 동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 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는 등 강한 기독교적 색채를 숨기지 않았던 이명박 당선자의 탄생으로 YS 시절의 종교적 편향성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당선자 주변에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 데다. 대선 기간 중 개신교에서 가장 큰 교회 중의 하나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를 비롯, 두레교회 담임이자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인 김진홍 목사,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은 이 당선자가 대통령이 된 뒤 친기독교 정책을 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이 당선자가 첫 인사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구성에 다수의 소망교회 인맥들을 발탁하면서 더욱 커졌다.
이 당선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한국 기독교 사상 세 번째 장로 대통령이다. 역대 대통령의 종교 성향을 보면 이승만·김영삼 대통령이 개신교 장로인 반면,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불교에 가까운 편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천주교 신자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특별히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에 비해 기독교 장로인 이승만·김영삼 대통령은 기독교색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당선자가 장로를 맡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소망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에 속하는 교회로 얼마 전 30주년을 맞이했다. 등록신자 수 7만여 명으로 현재 담임목사는 2003년 원로회의에서 선출된 김지철 목사가 맡고 있으며 부목사와 협동목사를 합쳐 목사만 18명에 이른다.
신도 중에는 전·현직 장관, 국회의원에서부터 군 장성 등 다수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많다.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이우철 금감원 부원장, 이효계 숭실대 총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최규완 전 삼성의료원 원장,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 김일주 전 의원, 최규완 전 삼성의료원장, 정문술 벤처농업대 학장 등도 소망교회 신자다.
이런 탓에 이 당선자와 소망교회의 인맥 관계는 그의 서울시장 시절부터 줄곧 주목받아 왔다. 우선 인수위원들 가운데 위원장에 임명된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소망교회 권사다. 이 당선자가 교회에서 오랫동안 이 총장과 교분을 쌓으면서 신뢰를 갖고 있었던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정계는 보고 있다. 이 당선자의 대표적 경제 브레인으로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에 발탁된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도 소망교회에 다닌다. 그는 1981년 소망교회에서 이 당선자를 처음 만나 20년 넘게 ‘교우’로서 유대를 다졌다고 한다. 역시 인수위원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도 역시 이 교회에 다니고 있다.
이 당선자 주변에 소망교회 인맥이 많은 것데 대해 일부에서는 그가 독실한 신앙인인 데다 김대중·노무현 등 전임 대통령에 비해 정치경력이 짧아 정치권의 인맥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 당선자도 교회 일에 적극적이었다. 이 당선자는 장로가 되기 전인 92년부터 95년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요일 아침에 소망교회에 나와 주차관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늘 아침 7시 30분에 열리는 1부 예배에 참석하던 이 당선자가 봉사활동을 위해 교회에 온 시간은 5시에서 6시 사이였고 그런 생활을 몇 년씩이나 해 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회의원에 재직하던 시절에도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와 봉사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망교회 측에서는 교회와 이 당선자를 정치적으로 연관짓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소망교회의 L 목사는 각 언론이 인수위 인선과 관련해 ‘소망교회 인맥 급부상’ 식으로 교회를 조명하는 것을 “이명박 장로가 여기에 와서 정치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신자로서 온 것일 뿐이지 않느냐”고 말한다. 신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 교회에 20년 이상을 다녔다는 한 집사는 이 당선자가 자원봉사를 했던 시절에 대한 질문에도 “내가 무슨 얘기를 했다가 교회가 괜한 오해를 사기라도 하면 어떡하냐”며 언급을 피했다. 교회 측은 공개적으로 “우리교회는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에게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배려를 하지 않는 편이다”라며 “정치인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소망교회 측이 이명박 장로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도왔던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소망교회는 지난 27일 ‘제17대 대통령당선(이명박 장로)’이라는 제목으로 감사예배를 드리며 이 당선자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지철 담임목사는 “교회와 성도가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 그때부터 기도를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고 축사를 했다.
이 당선자도 인사말에서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CEO”라며 “21세기형에 가장 모범적인 CEO는 예수 그리스도라고 생각한다.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행했던 것처럼 국민들을 낮은 자세로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종교와 관련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도 했다. 대표적인 예는 김윤옥 여사가 불교 법명을 받은 일이다. 김윤옥 여사는 지난해 10월 20일 ‘도선사 108산사 순례 기도회’의 일환으로 강원도 영월 법흥사에서 열린 제14차 순례기도회에 참가해 ‘연화심’이란 법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망교회에서는 김 여사의 ‘법명논란’에 대해 “법명을 준 사람 자체가 잘못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를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기독교계 일부에서는 이를 의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당선자의 종교적 색깔에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은 타 종교, 특히 불교계 인사들이다. 법보신문의 한 기자는 “첫 인선부터 기독교계 인사로 채워졌고 당선자로서 교회에만 참석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니 불교계에서 불쾌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계종총무원 홍보팀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자야 (인수위 인선에 대해)실용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울 테니까 종단차원에서의 공식적인 논평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당선자가 후보 시절에 조계종총무원에서 주도했던 ‘종교 중립 서약식’에 초청받은 대통령 후보자들 중 유일하게 종교 중립 서약서를 작성 안 한 후보라고 지적하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 종교색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대통령이 특정 종교색을 표현하는 것은 정치를 위해서도, 종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음을 이 당선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당선자도 이를 의식, 후보 시절 여러 토론회에서 “종교단체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도, 종교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반대한다”며 명확한 정교분리의 원칙을 밝혀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